[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부동산 시장에서 매수심리 위축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고금리 흐름이 계속되며 ‘영끌’ 부담이 증가한데다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집값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위기가 짙어진 탓으로 풀이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세 차례 연속 단행함에 따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역시 추가 금리인상이 불가피한 만큼 시장 침체는 더 심화될 전망이다. 

2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셋째 주(1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79.5로 지난주 80.2보다 0.7p 더 떨어졌다. 5월2일부터 20주 연속 하락세다. 기준선(100) 하회는 지난해 11월15일(99.6) 이후 33주째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인 100보다 낮은 것은 시장에 집을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권역별로 보면 지난해 2030세대의 ‘영끌’이 이어졌던 도봉·노원·강북 등 동북권의 매매수급지수가 73.2로 5개 권역 중 가장 낮았다. 서대문·마포·은평 등 서북권이 74.1, 용산·종로·중구 도심권이 74.7, 강남·서초·송파 동남권이 84.9, 동작·영등포·구로 등 서남권이 85.5의 순서였다.

전국 매매수급지수는 지난주 86.5에서 95.9 상승했으나 수도권 지수는 지난주 83.1에서 82.3로 내려앉았다.

시장에서도 유사한 관측결과가 나왔다. 전날(22일) KB부동산이 발표한 주간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전역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했고, 매수우위지수는 매수문의가 거의 없는 상태인 23.9를 기록했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2주 전과 비교해 0.22% 떨어졌다.

서울 전역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한 가운데 지역별로는 도봉구(-0.81%), 노원구(-0.52%), 강북구(-0.37%), 강서구(-0.33%) 등의 하락폭이 깊었다. 

경기 아파트 매매가격은 같은 기간 0.36% 떨어졌다. 지역별로 수원 영통구(-1.92%), 남양주(-0.74%), 광명(-0.68%), 안성(-0.67%), 안양 동안구(-0.62%), 수원 팔달구(-0.59%) 등 대부분의 지역이 하락했다.

인천 역시 2주 전과 대비 0.27% 하락했다. 지역별로는 남동구(-0.49%), 연수구(-0.38%), 부평구(-0.31%), 중구(-0.18%), 서구(-0.18%), 미추홀구(-0.13%), 동구(-0.08%)가 하락했다.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도 앞서 산출한 24.9에서 23.2로 하락해 침체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매수우위지수는 0~200 범위 이내에서 100을 기준으로 삼는다. 100을 초과할수록 매수자가 많은 상태를, 미만일수록 매도자가 많은 상태를 나타낸다. 

지방에서도  100 미만의 매도 우위 상황이 이어졌다. 각각 광주 11.5, 인천 11.8, 대구 11.6, 울산 12.0, 대전 14.4, 부산 15.1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국내 주택시장의 버블현상이 심각하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아파트 임대소득에 시장금리를 적용해 해당 주택이 창출할 수 있는 수익을 통해 적정 자산가치를 추정하고 이를 실제 거래가격과 비교해 발표한 ‘주택가격 거품 여부 논란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지역 주요 아파트 단지는 적정 자산가치보다 평균 38%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서초구는 50%, 경기도는 58%, 세종은 60%에 달했다.

서울 강북권역은 37%, 강남권역은 38% 가량 과도하게 비쌌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는 거품 수준이 40%를 넘었고, 특히 서초구가 50% 정도로 거품이 가장 많았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거품 평균은 35% 이상으로 추정된다. 경기도는 평균 거품이 58% 이상에 달했다. 특히 안성(87%), 여주(85%), 의왕(80%) 등은 적정가격의 2배에 가까운 가격이 형성돼있었다.

지방 거품은 평균 19.7% 수준으로, 예년 평균(10~15%) 수준을 소폭 웃돌았다. 반면 세종(60%), 광주(39%), 부산(31%), 대구(23%) 등은 거품 비율이 높아 지역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이 같은 가격 거품은 핀셋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 등 주택 정책 실패의 결과"라며 "주택공급 시그널을 수요자들에게 명확히 전달하고, 매매를 위축시키는 규제는 과감히 철폐하거나 완화해 주택시장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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