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죽어서 먹는 이승의 밥맛이 궁금해

살아서 먹어보는 저승의 밥

슬퍼할 사람 몇이나 될까

얼마 못 가 모두에게 잊힐지도

마지막까지 울어 줄 내 사랑 생각하게 하는

밥 얻으려 뛴 한 시절 한 시절이

숟가락질 젓가락질하는 순간으로 다가와

울컥, 목이 메게 하는

내가 나를 위해 메 하나 올려놓고

쓸쓸히 음향해보는

누구도 죽은 다음의 세상을 알 수는 없다. 죽어서 맞이한 저 세상에서 살다가 다시 이승으로 돌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말이다. 헛제삿밥은 조선 시대 경상도 안동에서 선비들이 있지도 않은 헛제사를 위해 흰쌀밥과 맛있는 제사음식을 준비하여 즐겼던 데에서 유래되었다.

그 시대에는 쌀밥과 고기와 각종 전, 그리고 나물반찬 등 좋은 음식들이 일상 부족했다. 오죽하면 헛제사를 위한 음식을 차려놓고 제사 때처럼 풍성한 헛제사 음식을 먹었을까.

원래 제사를 앞두고는 최고의 정성으로 하나하나 음식을 준비한다. 그렇게 만든 제사 음식들은 조상님을 위해 제사상에 먼저 올리고 나서야 맛보게 되는 것이다.

김일태 시인의 시 「헛제삿밥」은 현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살아있을 때 저승의 밥을 먹어보라 한다. 내가 죽어보는 것이다. 죽었다고 가정해 놓고, 저승에 간 나를 위해 제사를 지낸다.

“죽어서 먹는 이승의 밥맛이 궁금해/살아서 먹어보는 저승의 밥“이라 한다. 죽어서는 이승의 밥, 살아서는 저승의 밥이다. 그 맛은 과연 어떤 것일는지?  결코 먹을 수 없는 밥이다.

이승과 저승은 서로 전혀 다른 참으로 무서운 간격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울어 줄 내 사랑 생각하게 하는“ 이승의 삶은 정말 따듯하고 아름다웠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듯하다.

살고자 밥을 위해 뛰어 다닌 시절이 목을 메이게 하지만 꿋꿋이 삶을 지켜온 나에게 감사하며 나를 위해 헛제사를 지내고 죽음 저 너머의 세상을 생각해 본다. 죽기 전에 스스로에게 ”메 하나 올려놓고/쓸쓸히 음향해보는“ 시간을 갖고 음미해 본다면 이승의 여정이 후회 없이 저물어 갈 것 같다.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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