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우리나라에 혁신의 거대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우주 탐사를 위한 누리호, 다누리호와 같은 기술 혁신은 물론 정치, 경제, 교육에도 혁신의 바람이 거세다.

여당도 야당도 비상대책위원회, 혁신위원회를 설립하여 밤낮 없이 뉴스거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윤석열 정부 또한 지난 5년에 걸친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으로 거덜난 구석구석을 정상화하고 급변하는 국내외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혁신적인 정책을 제시 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교육부 역시 다른 부서에 질세라 교육 혁신을 한답시고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6세에서 5세로 낮추고 외국어고등학교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시민들의 거센 반발로 취임 35일 만에 교육부장관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우리나라 교육계는 혁신이라는 말만으로도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 2009년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의 공약에서 비롯되어 10여년간 추진해온 ‘혁신학교’와 특목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공교육활성화라는 교육혁신정책의 부작용들 때문이다.

진보(좌파) 교육감들이 주도한 교육 혁신의 핵심은 입시위주의 경쟁체제 배제, 전인교육의 달성, 공평한 공교육을 통한 기회의 균등 추구에 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과는 달리 자기 자식들은 외고, 자사고, 해외 유학으로 일반고를 기피하는 위선적 행태를 보였다.

시험이 없는 전인교육을 지향하는 초등교육에서는 교사 10명중 6명이 하루에 한번 꼴로 학생들로부터 욕을 듣거나 수업 방해를 받는 등 늘어나는 학생 비행과 학력 저하로 교사도 학부모도 불만이다.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는 대학에 기인하고 있는데 대학은 제쳐두고 초중고 교육에서 해답을 찾으려 하기 때문에 오히려 수많은 교육 혁신을 위한 노력들이 갈등과 혼란만을 초래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교육 혁신이 대학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로는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대학을 비롯한 고등교육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우수대학들은 미국, 영국, 중국, 독일 등 강대국들이 가지고 있다. 인구 600만에도 채 못 미치는 싱가포르는 세계 11위의 싱가포르 국립대학을 가지고 있다.

이 나라 2021년 국민소득은 약 8만 달러로서 우리나라의 2.4배에 달한다. 그나마 국내 최고라는 서울대학은 30위권 후반으로 세계경제력 순위 11위와 최고의 교육열에 비하면 부끄러운 수준이다.

두 번째는 국내 대학간의 큰 격차가 전인교육을 지향하는 초중고 교육을 입시위주의 경쟁체제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소위 수도권의 일류대학 입학이 인생의 성공을 보장한다는 인식이 일반화 되어 있다.

유럽이나 북미처럼 대학 간의 격차가 크지 않은 세계적인 대학들이 각 지역에 고루 분포되어 있다면 성장기의 어린이들이 12년간의 경쟁으로 내몰리지는 않을 것이다.

셋째는 급격한 학령인구의 감소로 2015년부터 시작된 지방대학 특히 사립대학의 학생 미충원과 이에 따른 대학 재정의 위기이다. 우리나라 4년제 대학 193교중에서 지방에 소재하는 사립대학 89교가 전체의 46%에 해당한다. 24년 후인 2046년에는 지방대학의 50%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는 보고도 있다.

넷째는 중소도시의 지방대학이 그 지역의 문화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그 지역의 대학이 폐교된다면 지역의 문화와 경제에 엄청난 타격이 되고 결국은 국가의 지역 간 균형발전을 해치게 된다. 이처럼 대학의 경쟁력이 국가의 위상은 물론 초중고 교육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따라서 대학들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대학 혁신이 교육부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대학이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고 혁신에 나서야 한다. 특히 총장과 이사장의 뚜렷한 비젼과 리더쉽이 중요하다. 대학교수나 교직원 노조는 변화와 혁신을 기피하는 조직이다. 내부적인 혁신보다는 정부지원이나 재단에 책임을 전가 하는데 익숙하다. 미국 대학에서는 사실상 정년보장, 학과 정원제가 폐지되었다.

2014년 문을 연 미국의 혁신적 교육기관인 미네르바(Minerva) 대학은 캠퍼스 건물도 대학 소유의 강의실도 없다. 그러나 이미 이 대학은 입학 경쟁률 면에서 세계 최우수 대학인 하버드보다 높아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고 있다.

2008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세워진 싱귤래리티 대학(Singularity University) 또한 유전공학, 나노공학, 로봇공학 등 첨단기술 분야의 미래를 위한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고 있으며 전 세계의 영재들과 기업인들이 모여들고 있다. 국내에도 2023년 개교 예정인 태재대학이 미네르바 교육방식을 적용하려고 한다.

두 번째는 대학에 대한 규제의 완화와 자율권 확보이다. 등록금 인상 억제, 대입제도 등 강압적인 제한이 철폐되어야 한다.

셋째는 중앙 또는 지방정부의 재정적, 제도적 지원이다. 강의 및 실험 연구실이 대학 소유가 아닌 캠퍼스 이외의 장소에서도 자유롭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산업계와의 연계로 다양한 분야의 융복합이 이루어지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

젊은 대학생들은 도심을 벗어난 들판이나 산간에 위치한 대학 캠퍼스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들이 수도권 대학을 선호하는 이유는 캠퍼스 주위의 주거지, 상업시설, 문화시설 이용이 용이하고 아르바이트를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방 정부는 지방대학생들의 이러한 욕구 충족을 위해 캠퍼스타운을 마련하거나 대학에 도심 건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재량권을 주어야 한다. 초중고에 집중되는 재정지원의 일부를 대학에 분배해야 한다.

교육세로 마련된 초중고 교육 예산을 다 쓰지 못하고 1년에 5조원 가량 기금으로 쌓여가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학생 1인당 초중등 공교육비는 OECD 평균의 132%인데 비해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66%에 불과하다.

여기에 더하여 대학등록금은 14년째 동결되어 있다. 대학교수들의 봉급인상은 차치하고라도 대학 신입생들이 대학에 입학하여 가장 놀라는 것은 고등학교에 비해 너무 초라한 강의실 실험실이다.

변화시대에 대학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생존을 위해서 효과적인 교육 개혁과 혁신이 필요하다. 대학 내부의 혁신, 정부의 규제완화 및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적, 제도적 지원이 병행되는 교육 혁신이 있을 때 초중고 교육 문제는 물론 지역의 균형발전, 국가 경쟁력 제고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kkucwka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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