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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잃고 외양간 고치겠다는 김재열 빙상연맹 회장
고승주 기자 | 승인 2014.02.25 11:39

 

   
 
 
[여성소비자신문=고승주기자] “소치 동계올림픽이 종료된 이후 대한빙상경기연맹(이하 빙상연맹)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지난 17일 김종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제2차관이 빅토르 안(29, 한국명 안현수)사태와 관련 빙상연맹에 전면적인 조사에 착수하기로 입장을 발표했다. 
 
문체부가 일어선 것은 동계올림픽의 메달밭에서 저조한 실적을 거뒀다는 이유만은 아니다.  세계 1위의 선수를 파벌싸움에 희생시켰을 뿐더러 한국에서 ‘퇴물’ 취급하는 나이의 빅토르 안이 메달을 휩쓸기까지 했다. 국민들은 이제 돌아올 수 없지만, 그가 보여주는 실력에 찬사와 박수를 보냈다. 
 
이에 대한 국내 체육계의 반응은 어땠을까. 지난 2013년 10월 한국대표팀은 2013-201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2차대회에서 빅토르 안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에 대한 입장을 부탁하는 기자진에게 윤재명(50) 한국 남자 쇼트트랙 코치는 빅토르 안에 대해 “안현수는 빅토르 안이고 ‘외국 선수’ 중 쇼트트랙을 잘 타는 선수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국내 빙상연맹은 지난 수년간 세계 1위였다. 빠른 세대교체가 이루어졌지만, 기라성 같은 선수들이 뒤를 이었고, 북미와 유럽의 내로라하는 ‘외국 선수’들은 한국선수들의 등만 바라보며 분을 삼켜야 했다. 러시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윤 코치가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빅토르 안 역시 빙상연맹이 ‘밥’으로 삼았던 외국 선수 중 한 명에 불과하다는 속뜻에 일부 누리꾼들은 빙상연맹과 윤 코치를 비난하고 나섰다. 당시 빅토르 안은 월드컵 2차 대회 남자 5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땄지만, 대선 등의 여파로 여론의 큰 반향 없이 묻혔다. 
 
추락과 반향
 
“안현수 선수가 쇼트트랙 선수로서 최고의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 선수 활동을 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 안 선수의 문제가 파벌주의와 줄세우기, 심판부정을 비롯한 체육계 저변에 깔려있는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에 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13일 문체부 보고에서 박근혜 대통령)
 
월드컵 대회와 소치올림픽은 달랐다. 별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올림픽은 올림픽이다. 
 
빙상연맹의 목표는 종합순위 10위. 지난 밴쿠버 올림픽에서 5위를 한 한국대표팀이 목표치를 낮게 잡은 것은 쇼트트랙에서 자신감을 잃어서가 아니라, 소치올림픽부터 새로 추가되는 12개 종목 중에서 메달을 따낼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한 현실적인 판단이었다. 게다가 밴쿠버 올림픽 때보다 전력이 약화됐다는 분석까지 덧붙여졌다. 
 
결과는 말할 필요도 없다. 파벌싸움과는 어찌됐든 한국대표팀은 과거처럼 압도적인 강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 사이를 치고 중국과 네덜란드 등의 국가들이 파고들었고, 빅토르 안을 내세운 러시아까지 가세했다.
 
비록 원하는 성과는 거두지 못했어도 한국은 선전했고 선수들은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평창 올림픽에 대한 전망은 어둡다. 쇼트트랙에만 매진했던 빙상연맹은 대안을 마련해야 하지만, 아무런 방안도 없다. 파벌문제로 부각된 내부정리 문제는 더 심각하다. 
 
빅토르 안의 금메달 수상 이후, 빙상연맹의 홈페이지는 닫았다가 17일 문체부의 조사예정 발표와 더불어 홈페이지를 되살렸다. 연맹은 누리꾼들의 접속이 일시적으로 몰리면서 마비가 일어났다고 해명했지만, 홈페이지 소스 코드(프로그램 명령)를 본 누리꾼들에 의해 연맹이 모든 것을 지워 하얀 화면만 볼 수 있게 해두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김연아 편파판정 때는 어땠을까. 21일 마크 애덤스 IOC대변인은 “공식 항의가 없었으니 이에 대한 입장도 내놓을 것이 없다”고 발표했다. 원칙상으로는 빙상연맹이 나서서 해명을 요구해야 했으며 실효적인 대처도 그것뿐이었다. 하지만 이날 연맹은 침묵을 지켰고, 정작 항의에 나선 것은 대한체육회였다. 
 
이의가 늦은 이유는 나중에 밝혀졌다. 그가 김연아 경기 ‘다음날’ 친콴타 ISU 회장을 만나 ‘규정과 절차에 따라 채점이 정당하게 진행됐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친콴타 회장이 "채점은 공정했다"고 반박했다는 것이었다. 
 
김 회장은 “ISU의 규정이 까다롭다. 우리는 적합한 대응을 했다”고 말했지만, 서면으로 정식 이의신청이 없었다는 것은 사실이 됐다. 
 
금메달과 무사만능주의 
 
한국의 스포츠 단체들은 모두 재벌과 관련이 돼 있다. 과거 여력이 없던 정부가 기업들에게 운영과 자금마련을 맡긴 까닭이다. 
 
빙상연맹은 레슬링 연맹과 더불어 삼성의 그늘 아래 있다. 1997년부터 2011년까지 빙상연맹을 맡았던 박성인 전 회장은 삼성 비서실 출신이며 2011년부터 현재까지 역임하고 있는 김재열 회장은 건설회사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다. 그는 이건희 회장의 차녀 이서현 삼성 에버랜드 사장의 남편이자 김병관 동아일보 회장의 둘째 아들이다.
 
다른 스포츠 단체들도 제각기 문제가 있긴 하지만, 유독 빙상연맹에서 한체대, 비한체대의 파벌싸움이 심각한 이유는 이들이 거의 방치에 가깝게 연맹을 운영해온 탓이다. 그래도 문제가 없었던 이유에 대해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다만 삼성의 실적주의 문화를 상기해볼 때 ‘금만 따오면 그만’이란 식으로 대응했을 가능성은 크다. 금은 빙상연맹의 힘이자 지위이자 권력이었고, 파벌싸움은 들뜬 실적 속에서 싹을 틔웠다. 
 
과연 아이러니컬한 것은 파벌의 단초로 지목되는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이 어린 선수였던 안현수를 전격 발탁했다는 사실 하나뿐일까. 
 
김재열 현 회장이 장인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뒤를 이어 IOC위원에 도전하고 있다는 풍문이 들려오고, 감사원은 17일 문체부와 별개로 예비감사에 착수했다.
 
과거에도 파벌 등의 문제로 조사를 받은 연맹이지만, 증상만 다스리고 원인은 뽑아내지 못한 전례가 남아 있다. 김재열 회장은 외양간을 고치겠다, 안 고치겠다는 뚜렷한 말을 하지 않고 있다.
 
 

고승주 기자  sj.go@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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