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올 연말까지 미국과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승인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 회장은 22일 IATA(국제항공운송협회)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찾은 카타르 도하에서 글로벌 항공 전문지 ‘플라이트 글로벌’과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조 회장은 “미국과 EU 심사에서 몇 가지 문제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궤도에 올라와 있는 상태다. 다른 국가에서도 비슷한 속도로 심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연말까지 모든 것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요 경쟁당국들이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독과점 이슈에 대해서는 “한국 노선 운항에 흥미가 있는 다른 항공사와 대화를 하고 있다”며 “본격적으로 미국과 유럽 경쟁 당국의 요구에도 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합병 점유율이 높아지는 노선의 독점 해소를 위해 타 항공사의 취항 및 운항 확대를 요청하고 있다.

또 합병이후 출범하게 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들의 통합LCC에 대해서는 인천국제공항을 허브로, 부산 공항을 제 2허브로 삼아 운항할 것이라며 “통합 LCC는 진에어 브랜드로 운항한다”고 밝혔다. 현재 대한항공은 진에어를,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한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심사는 당초 업게 안팎의 여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월14일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와 미국, 유럽연합(EU) 등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지난 2월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은 났지만 현재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과 임의신고국인 영국, 호주의 결합심사가 남아있다. 이들 중 한 곳이라도 불승인 결정을 내리면 통합항공사 출범은 불가능해진다.

대한항공은 해외 경쟁당국들의 기업결합심사 통과를 위해 국내·외 항공사들의 신규 진입까지 설득하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양사 합병을 위해 5개팀 100여명으로 구성된 국가별 전담 전문가 그룹을 운영, 맞춤형 전략도 펼친다.

특히 조 회장과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등 경영진은 지난 4월 미국을 방문해 기업 결합심사와 관련된 관계자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경쟁당국은 당초 이번 심사를 ‘간편’ 수준으로 분류했으나, 자국내 2위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이 이를 두고 “경쟁 제한의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자 심사 수준을 ‘심화’로 격상했다. 이어 대한항공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인한 독과점을 해소할 구체적 방안을 제출할 것도 요구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유나이트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스타얼라이언스’ 항공동맹을 맺은 반면 대한항공이 미국 델타항공과‘스카이팀’ 항공 동맹을 맺고 있어 이 같은 주장을 펼친 것이란 목소리가 나왔다. 아시아나 항공이 대한항공에 흡수될 경우 스타얼라이언스의 미주 노선과 중국·동남아시아 경유 노선이 타격을 받을것으로 우려했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미 법무부 심사는 피심사인 자료 제출을 통한 승인 또는 시정조치 계획 제출을 통한 승인 등 두 가지 절차 중 하나로 대응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3월 최초 신고서 제출 후 시정조치를 마련해 대응하려고 했지만 미국 경쟁당국의 최근 강화된 기조를 감안해 자료 제출과 신규 항공사 제시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조속한 승인 획득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현재 양 방향으로 심사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번 결합심사의 핵심 축인 EU경쟁당국과는 지난해 1월부터 기업결합의 배경·취지 등 사전 협의 절차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는 정식 신고서 제출 전 전체적인 심사기간 단축을 위해 경쟁당국이 요청하는 자료 제출 및 시정 조치안에 대한 사전협의 절차를 진행 중이다. 

특히 EU는 지난달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로부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 관련된 의견을 청취한 바 있다. 장거리 노선 운항을 추진하는 티웨이항공·에어프레미아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관련 화상회의를 갖고 의견서를 제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에 재무 역량, 대형기 보유 여부, 장거리 노선 운항 역량, 합병 이후 시장 변화 의견 등을 물었다. 두 항공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승인되면 유럽 노선에 취항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EU는 대기업간 결합 심사에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앞서 캐나다 1위 에어캐나다와 3위 에어트랜셋 항공사 간 합병도 독과점 이유로 추가 시정 조치를 요구해 무산시켰고, 스페인 1위 항공사 IAG와 3위 에어유로파 합병도 승인하지 않았다.

항공업계 일각에서는 각국 경쟁당국이 양사 합병에 따른 독과점 우려를 키우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이 호실적을 거두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기도 한다. 아시아나가 코로나19 기간에도 화물사업 호조로 4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어 ‘독자 생존이 가능하다’는 평을 들을 수도 있어서다. 실제로 아시아나 항공은 올해 1분기 매출 1조1466억원, 영업이익 1769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기준 최대 영업이익이다. 

다만 아시아나의 부채비율이 문제다. 아시아나 항공의 부채 비율은 2020년 1343%, 2021년 2282%를 기록하며 1년 만에 938.5% 포인트 높아졌다. 올해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2217%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국제 유가 상승세가 겹친 만큼 합병이 지연될수록 아시아나항공의 재정 건전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한편 조원태 회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도 1년간의 심사로 합병 승인을 했고, 다른 6개국의 심사도 잘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항공사가 합쳐지면 향후 더 많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또 “여객 수요는 늘어나고 화물도 내년까지는 계속 호황일 것”이라면서도 “여객의 경우 2019년 수준까지 회복되는 데 몇 년은 걸릴 것이다. 경제 상황이 어떻게 되냐에 따라 회복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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