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국내 독자 기술로 설계·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성공적으로 궤도에 안착한 가운데 핵심 부품의 연구, 납품, 조립 등을 추진해온 민간 기업들에도 시선이 모인다.

12년 3개월 전 시작된 누리호 프로젝트는 총 길이 47.2m, 중량 200t, 총 37만개 부품으로 구성된 3단형 로켓을 쏘아올려 성능검증위성-위성모사체 분리에 성공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됐다. 2010년 3월부터 국내 민간 기업 300여 곳이 제작‧시험‧발사 등 사실상 전 과정에 참여했으며 총 1조9572억원의 사업비 중 80%(약 1조5000억원)를 담당했다. 

누리호의 총 조립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맡았다. KAI는 지난 2014년 누리호 프로젝트에 합류, 누리호 1단 연료 탱크 및 산화제 탱크 등 제작과 함께 300여 개 기업이 납품한 부품의 조립을 총괄했다.

누리호 2차 발사 체계 총 조립은 KAI 엔지니어 24명이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매달려 이뤄냈다. 지난해 10월 1차 발사 실패 당시의 문제점 등을 해결하기 위해 이미 조립을 마친 누리호 발사체 일부를 해체해 구조 보강 작업 등을 거쳐 재조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누리호의 심장’ 엔진을 담당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1단 75t급 액체 엔진 4기, 2단 75t급 1기, 3단 7t급 1기 등 총 6기 엔진의 조립과 납품 등을 총괄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016년 3월 누리호 75t급 엔진 납품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75t급 엔진 34기, 7t급 엔진 12기 등 총 46기의 엔진을 만들었다.

누리호의 75t급 엔진은 독자 기술로 개발, 비행시험을 통해 성능 검증까지 마친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제품이다. 영하 180도에 달하는 극저온의 액체 산소와 연소 시 발생하는 3300도의 초고온을 모두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2일 75t급 엔진을 마지막으로 출하했으며, 이 엔진은 추후 누리호 3차 발사에 사용될 예정이다.

나로호 발사대를 건설했던 현대중공업은 이번 누리호 2차 발사를 위한 발사대도 제작했다. 나로호가 총 길이 33.5m에 140톤 규모의 2단 발사체였던 반면 누리호는 총 길이 47.2m에 200톤의 3단 발사체로 확대돼 발사대도 새롭게 구축했다.

특히 2단 발사체인 나로호는 1단에만 액체연료가 쓰인 반면 3단 발사체인 누리호는 2·3단에도 액체연료를 주입해야 했다. 이 때문에 이를 위해 제1발사대에는 없던 46m 높이의 철골 구조물인 ‘엄빌리칼’ 타워가 추가됐다. 

누리호 발사를 위해 구축된 제2발사대는 지하 3층 구조로, 연면적 6000㎡에 달했다. 현대중공업은 제2발사대 기반시설 공사(토목, 건축)를 비롯해 발사대 지상기계설비(MGSE), 발사대 추진제공급설비(FGSE), 발사대 발사관제설비(EGSE), 발사 운용 등 전반을 맡았다. 발사대시스템 공정기술의 국산화율을 100%로 끌어올렸다.

이외에 분야별로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이엠코리아가 시험설비 구축을 맡았다. 추진 기관‧엔진은 에스엔에이치, 비츠로넥스텍 등 9곳이, 발사대는 현대중공업·한양이엔지·한화·하이록코리아가, 구동장치 시스템 등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맡았다.

유도 제어‧전자시스템은 스페이스솔루션, 덕산넵코어스 등 7곳이 담당했다. 터보펌프는 한화테크윈과 스페이스솔루션이 맡았고, 체계 종합에는 유콘시스템, 카프마이크로 등 6곳이, 구조체에는 두원중공업, 에스앤케이항공 등 9곳이 투입됐다. 열‧공력 분야는 한양이엔지, 지브이엔지니어링 등 3곳이 맡았다. 한국항공우주가 조립했다.

한편 누리호 발사 이후에도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진행하는 우주 발사체 사업은 앞으로도 여러 단계가 남아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마련한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에 따르면 누리호는 2027년까지 4차례 더 발사된다. 가장 가까운 발사 시점은 내년 초다.

정부는 지구정지궤도를 넘어 갈 수 있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도 2번에 걸쳐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2031년까지 9년 간 1조 9330억원(국고 1조9190억원·민자 14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최종 목표는 2031년 달 착륙이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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