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국내 대기업들이 스타트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LG는 스타트업 오픈 이노베이션 브랜드 '슈퍼스타트'를 출범, 향후 3년간 국내 유망 스타트업 300개를 육성한다. CJ ENM 커머스부문 CJ온스타일은 지난해 170억원을 스타트업에 투자한데 이어 올해도 투자 활동을 통해 패션과 리빙 등 핵심 사업 부문의 경쟁력을 키우고, 미래 성장동력을 찾을 계획이다. 농심도 스타트업 육성지원 전문 업체 퓨처플레이와 손잡고 스타트업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전자·유통· 식품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전 산업계가 스타트업 키우기를 통해 기업간 상생에 나서는 모양새다.

우선 LG는 청년사업가를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한 스타트업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브랜드‘슈퍼스타트’를 출범, 향후 3년간 국내 유망 스타트업 300개를 육성한다고 밝혔다. LG사이언스파크에 위치한 400평 규모의 스타트업 전용 업무공간인 ‘오픈랩’도 ‘슈퍼스타트 랩’으로 개편한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청년사업가는 '슈퍼스타트 랩'에 무상으로 입주해 비용 부담 없이 사업에 집중할 수 있다.

슈퍼스타트(SUPERSTART)는 전자, 화학, 통신·서비스 분야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LG 계열사와 외부 파트너인 벤처캐피털(VC), 엑셀러레이터(AC), 공공기관, 대학 등을 유망 스타트업과 연결해 주는 LG그룹 차원의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이다.

LG는 계열사와 벤처캐피털 등 외부 파트너로부터 추천 받은 유망 스타트업들이 슈퍼스타트에 연계돼 성장할 수 있도록 그룹 차원의 기술개발 협력, 사업협력, 투자유치, 외부협력 파트너들에 대한 연결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LG는 또 슈퍼스타트 출범에 따라 청년사업가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사업화 검증(PoC) 프로그램을 강화하기로 했다. 스타트업이 LG와 다양한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사업화까지 연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LG그룹 주요 8개 계열사의 R&D 조직이 한 곳에 모여 있는 LG사이언스파크에 PoC 전용 공간을 마련하고 매년 100억원 이상을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스타트업과 LG 간 사업 연관성이 없어도 미래의 꿈을 키울 수 있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초기 단계’ 스타트업도 육성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는 슈퍼스타트 자체 프로그램 ‘슈퍼스타트 인큐베이터’를 신설하고 최대 1억원의 사업화 지원금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 스타트업이 앞으로 겪게 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 법무, 마케팅, 구매, 재무, 인사 등 다양한 직군의 LG 임직원으로 구성된 100명의 자문단 ‘슈퍼스타트 크루’도 운영할 방침이다.

LG는 스타트업 지원 사업에 향후 3년간 1500억원을 투자하고 300개의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며 신규 일자리 2000개를 창출할 계획이다. 특히 오는 16~17일 진행되는 국내 최대 규모 스타트업 행사 ‘산업은행 넥스트 라이즈’에도 참가해 슈퍼스타트 브랜드를 알리고 차세대 유니콘 발굴에 나선다. 하반기에는 그룹 차원의 유망 스타트업 발굴·육성을 위한 행사 ‘슈퍼스타트 데이’를 개최한다. 행사에 참여할 스타트업을 이달 말부터 공개 모집한다.

박일평 사장은 “지금까지 세상을 바꾼 모든 혁신도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듯이, 스타트업의 도전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위대한 시작”이라며 “용기 있고 과감하게 도전하는 스타트업에게 진정성 있고 실용적인 지원을 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CJ ENM 커머스부문 CJ온스타일도 국내 유망 스타트업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커머스 시장이 급변하는 스타트업을 통해 패션과 리빙 등 핵심 사업 부문의 경쟁력을 키우고, 미래 성장동력을 찾는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CJ온스타일은 지난해 총 170억원을 직·간접 투자비로 집행했다. 명품 해외 직구플랫폼 ‘애트니(ATNY)’와 건강기능식품사 ‘엔라이즈’ 등에 40억원을 투자한 것을 비롯해 벤처캐피탈 펀드 출자 등을 추진한 바 있다. 올해는 지난 2월 리빙 전문 플랫폼 ‘콜렉션비’를 운영하는 ‘브런트’에 3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가 됐고, 3월 생활용품 전문 브랜드 ‘생활공작소’의 120억원 규모 시리즈 A(첫번째 기관투자) 투자에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했다. 이어 4월에는 주얼리 버티컬(세로형·모바일용) 플랫폼 ‘아몬즈’를 운영하는 ‘비주얼’에 30억원 규모를 직접 투자했다.

CJ온스타일은 콜렉션비를 통해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의 다양한 상품을 공동 소싱하고, 기존 CJ온스타일에서 운영 중인 다이닝키친 브랜드 오덴세와의 추가 시너지로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애트니를 통해서는 CJ온스타일 내 명품 직구 전문관을 새롭게 만든 상태다. 애트니는 국내 다른 명품 이커머스 업체들과 달리 직접 재고 연동(API)을 통해 18만 여종의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명품 직구 업계에서 논란이 일었던 재고와 가품 리스크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구조다. 또 배송기간이 긴 해외 직구와 달리 ‘애트니 익스프레스’서비스를 통해 3일 내 구매 상품을 받아 볼 수 있는 것도 CJ온스타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CJ온스타일은 애트니에 이어 국내 1위 온라인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에도 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이들 플랫폼을 통해 브랜드 확보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CJ온스타일의 이같은 행보는 지난 3월 새로 선임된 윤상현 대표가 앞서 CJ 재직 시절 대한통운과 슈완스 등 굵직한 인수합병을 주도한 M&A 전문가인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윤 대표는 CJ온스타일을 이끄는 동안 ‘프리미엄’ 라인을 갖춰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플랫폼에 대한 추가 투자나 인수합병이 활발히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최근 투자처가 명품, 리빙, 버티컬 등 2030세대 이용자가 많은 플랫폼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그간 TV홈쇼핑에 주력해온 만큼 CJ온스타일의 현재 주 이용자 연령대는 40~50대지만, 미래 고객 확보를 위해서는 MZ세대의 유입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명품, 희소성 등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중요시하는 20대~30대의 소비성향에 따라 결제 규모가 커져 핵심 소비계층으로 떠오른 것도 주요 요인이다. 명품 판매가 늘면 객단가가 높아져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CJ온스타일은 올해 그동안 구축한 투자 협업 체계를 발판 삼아 작년보다 2배 이상으로 직·간접 투자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미래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직접 투자를 대거 늘릴 방침이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미래성장 동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시너지가 기대되는 유망 기업들을 둘러보면서 핵심 카테고리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며 “올 하반기에는 더 공격적으로 CJ온스타일과 함께 성장할 프리미엄 브랜드와 커머스에 대한 직접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식품업계에서는 농심이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와 함께 스타트업 협업 프로젝트 ‘N.스타트 코-워크 프로그램(N. Start Co-work Program)’을 진행중이다.

농심과 퓨처플레이는 지난 2018년 진행한 ‘농심 테크업플러스’를 시작으로 3년 연속으로 상생 협력형 스타트업 협력 프로그램을 추진, 총 11개의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투자했다.

N.스타트 코-워크 프로그램은 농심과 퓨처플레이가 미래 성장 분야 과제를 선정, 해당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역량 있는 유망 스타트업과 과제를 수행하는 프로젝트다. 농심과 스타트업의 실질적인 후속 사업 공동 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농심은 회사의 미래사업전략에 부합하고 스타트업과 협업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략과제 3개를 선정했다. 사업 참여를 확정한 스타트업은 총 3개사다. 채식 소비문화 확산을 통한 임팩트를 창출하는 비욘드넥스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소분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노랩스, 재활용·재사용 AIoT(사물지능융합기술) 자원 선순환 플랫폼을 구축하는 오이스터에이블이다.

농심 성장전략팀 이주헌 과장은 “최근 마켓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속도전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번 프로그램에 각 분야별 유망 스타트업들이 참여하게 돼 즉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빠른 협업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 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업에 요구되는 ESG경영, 상생 등 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본 사업과도 연계할 수 있는 스타트업 육성에 산업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며 "미래 성장동력을 여러 갈래로 마련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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