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3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했다. 2017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처음이다.

삼성호암상은 고(故) 이건희 회장이 이병철 선대회장의 인재제일 및 사회공헌 정신을 기려 1990년 제정했다. 과학, 공학, 의학, 예술, 사회공헌 등의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뤄 ‘글로벌 리더’로 인정받는 국내외 한국계 인사들을 선정해 시상한다.

지난 1990년 1회부터 올해 제32회 시상까지 총 164명의 수상자 선정과 총 307억원 상금 수여가 이뤄졌다. 기존 1명에게 시상하던 호암과학상은 국가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자는 이 부회장의 제안에 따라 지난해부터 물리·수학, 화학·생명과학 2개 부문으로 확대해 시상중이다.

올해 수상자는 과학상 물리·수학부문 오용근(61) 포스텍 교수, 과학상 화학·생명과학부문 장석복(60) 카이스트 특훈교수, 공학상 차상균(64) 서울대 교수, 의학상 키스 정(57) 미국 하버드의대 교수, 예술상 김혜순(67) 시인, 사회봉사상 하트-하트재단 등이다.

한편 이 부회장이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한 것은 지난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 당초 호암상 시상식은 고(故) 이건희 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총수일가가 모두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였다. 그러나 2017년 이 부회장의 구속 이후부터 총수 일가 모두 시상식에 불참했고,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행사 규모도 축소됐다. 

재계에서는 올해 시상식을 두고 “이 부회장이 본격적인 현장행보 재개에 나서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재판 외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이 부회장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이후 대외 활동을 확대한 가운데 이번 시상식을 통해 사실상 삼성 행사를 주관한 만큼 ‘상징성’있는 행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과 외빈 초청 만찬에 참석한 데 이어 17일 서울 용산구 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대사관에 마련된 고(故) 셰이크 할리파 빈 자이드 나하얀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20일에는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캠퍼스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 안내했다. 나흘 뒤인 24일 45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공개하고 25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대회에 참석했다. 향후 5년간 투자 계획에 대해 “목숨 걸고 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30일에는 한국을 방문 중인 팻 겔싱어(Patrick Gelsinger) CEO와 서울 모처에서 회동했다. 겔싱어 CEO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례총회에 참석 후 귀국길에 한국을 들른 것으로 알려졌다. 겔싱어 CEO는 이날 삼성전자와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PC·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사업 협력 가능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말에는 삼성전자 국내외 임원진이 참석해 진행되는 ‘글로벌 전략회의’ 결과를 보고받을 예정이다. 7월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개최되는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선밸리 콘퍼런스는 미국 투자사 ‘앨런앤드컴퍼니’가 1983년부터 매년 주최하는 행사다. 구글, 애플, 뉴스코퍼레이션, 타임워너 등 글로벌 미디어와 빅테크 관계자 300명이 참석한다. 이 부회장은 상무 시절인 2002년부터 이 행사에 꾸준히 참석했지만 2017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참석하지 못했다. 

이 부회장의 이같은 행보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이재용 사면론’이 부상하는 만큼 앞으로의 사법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란 평을 듣는다. 재계에서는 그간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 및 M&A 부재, 2018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반도체 관련 공급망 문제 등이 거론될 때마다 ‘삼성전자 경영공백이 문제’라며 ‘과감한 경영 결단을 내릴 총수 부재로 글로벌 경쟁에 뒤처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하만을 인수한 후 대규모 M&A를 사실상 멈춘 상태다. 

이 가운데 이 부회장의 공판 계획은 2023년 1월까지 잡혀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7년 3월부터 지금까지 130회가 넘는 재판을 받았다. 현재도 매주 목요일 삼성 불법승계 의혹 재판에 참석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는 3주에 한 번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심리도 받고 있다.

사면이 되더라도 매주 공판에는 출석해야 하지만 복권이 이뤄져 취업제한이 해소된다는 점이 중요 요소다. 현재 이 부회장은 가석방 형기가 만료 되는 7월29일 이후 5년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취업 제한을 적용받아야 하는 상태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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