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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 폐지, 시기상조
양정자 대한가정법률복지 상담원 원장 | 승인 2022.06.02 11:53

[여성소비자신문] 필자가 모 대학에서 여성학을 강의할 때였다. 가정폭력에 대한 토론시간을 가졌는데, 남학생들 중에서는 “여자가 맞을 짓을 해서 맞는 경우도 있다”며 폭력행위를 일부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여럿 있었다. 여학생들은 “어떠한 이유로도 폭력행위는 안 된다, 더구나 아내에게 폭력을 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양측이 열띤 토론을 전개했다.

그러던 중 한 여학생이 “여자가 맞을 짓을 해서 맞았을 것이다”라고 아주 강력하게 주장하는 남학생에게 “너의 엄마가 맞아도 맞을 짓을 했으니 맞을 수 있다 하겠냐?”라고 묻자, 그 남학생이 “엄마는 엄마지 어떻게 여자냐?”라며 불같이 화를 냈다.

헌법재판소의 호주제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2005.2.3. 2001헌가9등)으로 신분상속제인 민법상호주승계제도가 2005.3.31. 폐지되고, 2008.1.1.부터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다. 동법은 국민의 출생·혼인·사망 등 가족관계의발생 및 변동사항에 관한 등록과 그 증명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호주제 폐지 전에는 이혼하는 딸에게 “남의 자식을 왜 맡느냐? 맡지 말라”고 강력히 권하는 친정어머니가 많았다. 지금도 많은 친정 부모가 자기 딸을 생각해 이혼할 때 아이를 맡지 말라 권유하곤 한다. 손자보다는 자기 자식을 먼저 걱정하는 게 부모의 마음이기에, 딸이 혼자 고생하며 아이를 키울 것을 걱정해 그렇게 말하는 것이 이해는 된다.

그런데 30대의 젊고 건강한 엄마가 이제 대여섯 살 된, 가장 엄마를 필요로 하는 시기인 어린아이를 맡지 않고 나중에 후회하지는 않을지 잘 생각해 보라고 하면, 아이의 호적을 옮겨올 수 있는가를 문의하곤 했다. 부동산등기부등본에 그 소유권자의명의가 기재된 것처럼, 사람도 호적등기부등본에 기재돼야 기르고도 나중에 뺏기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호주제도가 폐지된 지금도 그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아직 민법상 부성(姓)우성주의 원칙을 따르고 있지만, 지금은 호적이 폐지돼 아이나 어른이나 모두각자가 자신이 주(主)가 되는 독립적인 가족관계등록부를 가지게 됐다고 알려주면 그 반대의 정도가 수그러지고, “그렇다면 네가 키워라” 하는 부모들의 수가 조금씩 늘고 있다.

미성년자녀에 대한 친권도 1978년까지는 그 가(家)에 있는 부가 친권을 행사하고, 부가 없을 때 그 가에 있는 모가 친권을 행사할 수 있었고, 이혼한 모나 남편이 사망해 친정에 복적 또는 재혼한 모는 친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1991년에 와서야 부모가 친권을 공동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됐고, 이혼한 모(母)도 친권을 가질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다. 1991년에 와서야 내가 낳아 내가 기른 내 자식에 대한 법적인 엄마의 권리를 아이 아빠와 공동으로 가지게 된 것이다. 그 후 이혼 시 자녀를 양육하겠다는 엄마가 많아졌다.

부부가 빈손으로 만나 셋방살이부터 시작해 재산을 모은 경우에도 법이 인정하는 남편의 잘못으로 이혼할 경우 위자료만 조금 받을 수 있었다. 만에 하나 부인이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하는 잘못을 했을 경우에는, 20년 이상을 함께 살며 재산을 모았는데도 빈손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밖에 나가 돈을 버는 배우자에게 재산 형성 기여가 전적으로 있다고 생각하고 전업주부인 배우자의 기여도는 과소평가하지만, 1991년부터는 가정을 책임지고 남편의 뒷바라지를 한 전업주부에게도 그 기여를 인정해 재산분할을 청구 할 수 있게 됐다. 딸, 아들 구별 없이 균분 상속하는 상속법도 1991년부터 시행하게 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저 출산 문제가 가장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과학의 힘으로도 인공수정과 시험관 수정까지만 할 수 있을 뿐, 그 이상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고 남자는 가질 수 없는, 여자만 가진 위대한 능력이 임신과 출산의 능력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여자를 아이 낳는 도구로만 대할 경우 아무리 국가에서 돈을 많이 준다 해도 출산율은 점점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성을 존엄한 인격체로 여러 가지 측면에서 존중하는 의식적 개혁, 경제적·법적인 제도가 갖추어지지 않은 채 돈을 많이 지원해 줄 테니 아이를 낳으라는 식의 저출산 정책은 성과를 이루지 못할 것이다.

무력침략, 경제침략, 사상침략 중 가장 무서운 침략은 사상침략이라고 한다. 사상침략을 당하면 침략을 당하고도 알지 못하고 그들의 앞잡이 노릇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사회는 명시적이고 공식적인 성차별은 거의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간접적 성차별인 편견과 고정관념은 아직도 생활 곳곳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의 자유가 최대한으로 지켜지고, 타인에게 차별받지 않고, 평등하게 대접받고, 자신의 존엄이 지켜지길 바란다.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타인을 차별하지 않도록, 타인의 존엄을 침해하지 않도록 국가시책이나 정책을 세우고 시행해야 한다. 권리 뒤에는 의무가 따른다는 의식개혁도 중요하다.

감성, 마음, 인간미는 과학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 국가 전략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추구한다. 지속가능발전기본법」의 취지에 따르면 지속가능하다는 것은 경제, 사회, 환경 모든 측면에서 다음 세대에게 최소한 더 나빠지지 않은 상태를 넘겨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의 악화를 바라는 정부는 없을 것이다. 최상의 대안을 추구하기 위해 치열하고 개방적으로 논의할 것인지 아닌지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국제사회에서조차 우리나라의 남성에 대한 여성의 상대적 격차에 관한 지적과 우려가 있다.

미국 부통령 카멜라 해리스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 세컨드 젠틀맨은 이렇게 말했다.

“양성 평등은 남녀 모두를 위한 것이다. 단순히 공정의 차원을 넘어 모두의 평등을 위한 거죠. 여성의 성공이 남성의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 여성의 지위를 높이는 건 경제에도, 우리가 일하는 기업과 기관, 사회 전체에도 좋은 것이다. 남성을 배제하는 거라는 생각은 잘못됐고, 팩트도 아니다. 전 세계 모든 남성이 이를 이해했으면 한다.”

평균적 정의(절대적 평등)와 배분적 정의(상대적 평등)가 사안에 따라 적용되어야 진정한 정의가 이루어 진다는 것을 우리 젊은이들은 배워 가장 잘 알 것이다. 배분적 정의를 역차별이라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많이 존재하는 한 여성가족부 폐지는 시기상조임을 우리 모두 깨달아야 하겠다.

양정자 대한가정법률복지 상담원 원장  lawqa@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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