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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통신비 개혁, 헛구호만 외치는 단말기유통법
고승주 기자 | 승인 2014.01.22 15:02

 

 
[여성소비자신문=고승주기자] 전문가들은 대부분 우리나라 통신비 부담이 높은 이유로 독점을 꼽고 있다. 이에 정부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이하 단통법)을 내세워 통신비 개혁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단통법의 기본 골자는 기존의 보조금 상한제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정해진 보조금을 지키는지 안 지키는지 전자 공시를 통해 공개하라는 것이다. 
 
가격공개는 분명히 가격억제책에 속하는 것이긴 하지만 단통법과 보조금 상한제는 기존의 출고가 부풀리기를 막는 것은 아니므로 가격억제책이라고 부르기는 다소 어렵다.
 
다만 제조사 출고가와 제조사가 통신사에 주는 장려금을 전면공개할 것을 요구한다는 것은 주목할 일이다. 통신비부담은 제조사가 통신사와 합의하에 가격을 부풀리고 이를 통신사가 보조금으로 낮춰주어 마치 가격경쟁을 하고 있다는 착각을 소비자에게 심는다는 의혹이 가장 핵심이다. 
 
출고가는 이러한 의혹을 상당수 풀어줄 수 있지만, 삼성전자가 반대하면서 정부는 출고가 공개를 3년간 한시적으로 방침을 바꿨다. 이 때문에 단통법은 유통개혁이라고도 보기 어렵게 됐다. 
 
통신비 대란의 직접적인 이유는 정부의 대기업 보호정책 때문이다. 정부는 2004년 세계에 유례없는 010번호통합정책을 시행했다. 의도는 통신자원의 절약이라지만, 다양한 번호를 사용하는 다른 나라의 예를 볼 때 정부의 해명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 정책은 의도야 어쨌든 다양한 통신사업자를 수 개로 줄였고, KT가 KTF를 합병하면서 독점 구조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국내 제조사들은 통신사의 수가 줄어들면서 경쟁의 여지가 더 줄어들게 됐고, 수익은 고공활강을 했다. 
 
고가의 스마트폰 혁명 이후 이러한 독점과 공급구조는 더욱 공고화됐는데, 2007년 1월 출시된 아이폰이 2009년 11월에나 들어왔다는 점, 통신비 부담에도 고가의 스마트폰이 너무나 빨리 팔렸다는 점, 해외 스마트폰의 점유율이 낮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국내 산업보호를 위해 고의적으로 독점구조를 만들었고, 이로 인해 통신비 부담이 극대화됐으므로 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도리상 맞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단통법은 얼핏 강력해보이지만, 보조금 상한제와 유통구조 불투명화란 한계 때문에 실제로 어느 정도의 통신비 인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알뜰폰처럼 제조사와 통신사에게 거의 안 팔리는 피처폰이나 구형 기기를 처분할 수 있는 재고떨이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닌지 혹은 비싼 위약금을 내세워 계약해지를 못하게 하는 불합리한 구조를 계속 만들어가겠다는 것인지 우려만 들 뿐이다.
 
이미 스마트폰은 혁신의 상징이 됐고, 필수품이 됐으며 아마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은 아직도 혁신이나 유통투명성에서 멀기만 하다.
 

고승주 기자  sj.go@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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