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업체의 경쟁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LG컨소시엄'이 최근 인도네시아 배터리 투자회사 IBC 등과 약 11조원 규모의 '논바인딩 투자협약'을 체결한 가운데, 중국 CATL도 인도네시아에 총 60억 달러(약 7조3710억원)를 투자해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CATL은 올해 2월 기준 전기차 탑재 배터리 사용량 글로벌 1위 업체다. 그간 한국 배터리 업체들과 경쟁을 벌여오면서도 자국 내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혀왔다. 이번 투자는 중국 외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대만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24년이면 중국이 주도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점유율이 한국 기업들이 주력으로 생산하는 리튬이온 삼원계(NCM·NCA·NCMA) 배터리를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최근 리튬·코발트·니켈 등 광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 가격을 인상했는데, 앞으로도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으로 완성차업계가 저렴한 LFP 배터리를 선호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LFP 배터리 글로벌 점유율은 약 32~36%로, 60% 이상인 삼원계 배터리보다 낮았다. 다만 트렌드포스는 글로벌 양극재 업계가 증설을 계획 중인 양극재 물량 1100만톤(t) 중 LFP 양극재가 전체 64%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했다.

또 배터리 핵심 원재료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크게 오르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이 타격을 받으면서 완성차업계가 배터리 원재료 비용 절감과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에 보다 중점을 둘 것으로 봤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4년에는 LFP 배터리 대 3원계 배터리의 글로벌 점유율이 3대 7에서 6대 4로 바뀔 전망이다. LFP배터리는 CATL, EVE에너지 등 중국배터리 회사들의 주력 제품이다. 

이 가운데 지난달 31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2월 글로벌 배터리 시장 사용량 1위는 CATL, 2위는 LG에너지솔루션이 기록했다. SK온은 5위, 삼성SDI는 7위를 차지했다.

올해 1~2월 세계 각국에 차량 등록된 전기차의 배터리 에너지 총량은 53.5GWh(기가와트시)로  CATL과 BYD 중국계 업체들이 성장세를 이끌었다. CATL, BYD, CALB, 궈쉬안(Guoxuan)의 배터리 사용량은 같은 기간 각각 158.5%, 256.8%, 189.1%, 225.2% 증가한 18.4GWh, 6.4GWh, 2.4GWh, 1.6GWh로 1·3·6·8위에 올랐다. 

중국계 업체들의 점유율은 대부분 자국 시장의 팽창에 힘입어 확대됐다. 다만 이들 중국 배터리 업체는 중국 시장 외에 유럽, 미국 등 한국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해외 시장 개척에도 나서는 모양이다. 현재 유럽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폴란드 공장을, SK온과 삼성SDI가 각각 헝가리에 공장을 운영 중이지만, 올해부터는 CATL도 지난 2019년 착공한 독일 공장을 가동시킨다.

CATL은 특히 첫 해외 공장인 독일 공장 외에 미국과 폴란드 공장 설립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궈시안, 중국 엔비전AESC도 미국 내 배터리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한편 한국 배터리 3사는 우선 국내외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엔솔은 최근 LG엔솔, LG화학, LX인터내셔널, 포스코, 화유 등과 함께 LG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인도네시아 광산회사 안탐(Antam), 인도네시아 배터리 투자회사 IBC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전기차 배터리 밸류체인 구축 투자와 관련해 '논바인딩 투자협약'(Fraework Agreement)을 체결했다.

LG컨소시엄은 광물부터 최종 제품 생산까지 밸류체인 구축 완결을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투자협약 체결은 프로젝트를 위한 첫 단계이다. 프로젝트 규모는 약 90억 달러(약 11조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니켈, 리튬 등 배터리 원자재 가격이 폭등해 배터리 업체들의 부담이 크게 증가한 가운데 LG컨소시엄이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은 이번 컨소시엄 참여 뿐 아니라 고려아연과 손잡고 2차전지 양극재 핵심 소재인 전구체를 생산하는 합작법인(JV)을 다음달 설립하기로 했다. 핵심 광물인 니켈과 원재료인 황산니켈 생산(고려아연)부터 전구체(합작법인), 양극재(LG화학), 배터리(LG에너지솔루션)로 이어지는 두 회사의 밸류체인(가치사슬) 협력이 완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설 합작법인은 황산니켈을 가공해 전구체를 생산한 후 LG화학의 양극재 자회사인 LG BCM에 공급할 계획이다. LG화학은 공급받은 전구체를 앞세워 양극재 연간 생산 규모를 작년 8만t에서 2026년 26만t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미국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총 4조8천억원을 공동으로 투자해 캐나다에 배터리 합작공장(연산 45GWh)을 건설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외에 미국 애리조나주에 총 1조7천억원을 투입해 배터리 단독공장(11GWh)을 세우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기존 미국공장과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공장들,  중국, 폴란드, 인도네시아 등 해외 공장과 국내 공장을 더하면 2025년까지 최소 447GWh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삼성SDI도 스텔란티스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를 만들고 미국 내 첫 번째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생산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스텔란티스와 합작 공장 부지는 협의중으로, 조만간 공개할 계획이다. 생산 공장은 2025년 상반기부터 미국에서 최초 연산 23GWh(기가와트시) 규모로 전기차 배터리 셀과 모듈을 생산할 예정이다. 생산 규모는 향후 40GWh까지 확장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자회사 SK온은 미국 완성체 업체 포드와 터키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30GWh)을 설립한다. 기존 미국공장에 더해 포드와 미국에서 짓고 있는 배터리 합작공장, 중국·헝가리·국내 배터리 공장을 합해 2025년 220GWh, 2030년 500GWh까지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생산거점 지역별로 ▲미국(150GWh) ▲유럽(92.6GWh) ▲중국(77GWh), ▲국내(5GWh) 등 지속적인 확대를 추진중이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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