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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 읽기] 이승하 ‘상처’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22.04.23 07:49

[여성소비자신문] 산 개미가 죽은 개미를 물고

어디론가 가는 광경을

어린 시절 본 적이 있다

산 군인이 죽은 군인을 업고

비틀대며 가는 장면을

영화관에서 본 적이 있다

상처 입은 자는 알 것이다

상처 입은 타인한테 다가가

그 상처 닦아주고 싸매 주고

그리고는 벌떡 일어나

상처 입힌 자들을 향해

외치고 싶어지는 이유를

상한 개가 상한 개한테 다가가

상처 핥아주는 모습을

나는 오늘 개시장을 지나가다 보았다.

 

살아가면서 생명을 지키기도 어렵지만 상처받은 아픔을 견디기도 만만치 않게 힘든 것 같다. 우리는 입으로 쉽게 남에게 상처를 입힌다. 자신도 모르게 무심코 던진 말이 상대편에게는 평생 상처로 가시 박혀 있을 수도 있다.

거짓말로 남을 음해하거나 중상모략하는 경우도 많다. 그처럼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스스로 상처를 받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나약한 마음은 인생 전체가 흔들리고 몸져누울 정도로 심하게 상처를 받는다.

“산 개미가 죽은 개미를 물고/... /산 군인이 죽은 군인을 업고 어디론가 가는 광경을” 시인처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시인은 “상처 입은 자는 알 것”이라고 읊조린다.

상처를 입어본 자, 사람이나 동물이나 모두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듯이 타인의 상처를 정성 들여 처매주려고 한다. “상한 개가 상한 개한테 다가가/ 상처 핥아주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은 무슨 생각을 할까.

동병상련의 그 모습에 이미 상처를 치유 받지 않았을까. 아무리 못되게 상처를 주어도 아예 상처를 받지 않는다면 좋으련만, 그것이 정말 어렵다면 “상처 입힌 자들을 향해” 진심으로 용서를 하라고. 용서는 상처를 멀리 사라지게 한다고 외치는 듯, 이 시는 아프게 울림을 준다.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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