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새 정부가 들어서면 스토킹처벌법상 반의사불벌 조항이 삭제될지 여성계와 법조계 등의 시선이 모인다.

1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관련해 '반의사불벌' 조항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지난해 4월 20일 공포되고 같은해 10월 2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스토킹처벌법 제정 이후 여성계에서는 스토킹을 범죄로 규정하는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반의사 불벌조항은 삭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법률에 '반의사불벌' 조항이 포함될 경우 피해자 의사에 따라 처벌 여부가 갈려서다. 이는 스토킹 피해를 수차례 신고해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김병찬, 신변보호 대상 여성의 집에서 어머니를 살해한 이석준 등 범죄자라도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스토킹 혐의'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없다는 의미다. 때문에 '피해자가 가해자의 보복을 우려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는 사례가 많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이에 윤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스토킹이나 데이트 폭력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스토킹처벌법 상 반의사불벌 조항을 폐지하고 △스토킹가해자도 전자발찌를 착용토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선거 당시 경기대학교 이수정 교수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발표한 여성 관련 공약 내용이다. 이번 법무부 인수위 업무보고에도 해당 사안이 포함되면서 정부의 제도 개선 작업이 현실화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이와관련해 차승훈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대변인은 "법무부는 스토킹범죄 특성상 합의 과정에서 추가 피해 가능성 등을 고려해 법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국회 입법 논의를 지원하겠다고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법무부는 '교제폭력에 대해 가정폭력처벌법이 적용되지 않아 접근금지조치 등 피해자 보호조치의 사각지대가 발생함에 따라 전문가 의견, 해외 입법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피해자 보호 공백을 해소할 수 있도록 국회 입법 논의를 충실히 지원하겠다'며 '스토킹 피해자, 교제폭력 피해자,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 보호가 강화될 것'이라고 보고했다.

인수위는 "스토킹 피해자의 신변 보호에 대한 국가책임제 시행과 교제폭력의 사각지대 해소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사항인 만큼 더욱 깊이 있는 논의와 여론 수렴 등을 통해 합리적 실천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편 스토킹 처벌 과정에서의 반의사불벌조항 적용은 지난 수년간 여성계에서 논란이 되어 왔던 사안이다. 앞서 이수정 교수는 지난 2020년 사단법인 서울특별시여성단체연합회가 개최한 ‘서울여성대회’에 참석해 '스토킹을 범죄로 처벌하되 반의사불벌조항을 포함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의 강연을 진행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이 교수는 “우리나라가 젠더 폭력에 오로지 성폭력만을 포함하는게 문제”라며 “선진국들의 경우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가정폭력, 성매매, 우리나라에서는 입법조차 안 되어 있는 ‘스토킹’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2020년 당시 스토킹은 범죄로 규정되지 않고 '경범죄'로 처리되고 있었다. 

이 교수는 당시 5월 경남 창원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예로 들었다. “최근에도 한 식당 여주인이 스토커 손님에 의해 살해당했으나 죽기 직전까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다. 쓰레기 불법투기 과태료를 8만원으로 설정한 지자체가 많은데, 이 보다도 과태료가 적은게 ‘지속적 괴롭힘’이라는 경범죄”라며 “입증이 어려워 사건 성립도 어렵고, 경찰이 ‘아직 다치치 않았으니 한번 기다려 보세요’라고 응대하다가 결국은 죽어야 끝나는 사건이 스토킹”이라는 지적이었다.

이 교수는 또 “연구팀과 함께 2017년부터 2019년 사이 집행된 ‘파트너 살인(배우자 및 연인 또는 전 연인관계에서 발생하는 살인사건)’으로 사망에 이른 피해자 1333명의 사건에 대한 1심 판결문 전량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스토킹은 살인의 전단계'라는 결론을 내렸다”고도 밝혔다.

이수정 교수는 “살인사건 전에는 일종의 예비적 기간이 있다”며 “피해자의 생활 패턴을 가해자가 미리 염탐하고, 괴롭히고, 위협, 폭행, 협박, 구애 등을 가하는 온·오프라인 스토킹 기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토킹 끝에 죽는 피해자들은 보통 얼굴을 수십차례 찔리는데, 그만큼 가해자가 앙심을 품은끝에 발현하는 살인이기 때문"이라며 "안인득 사건이 여고생을 상대로 한 전형적인 스토킹 사건인데 이를 데이트 폭력으로 취급하고 말 것이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