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러시아군이 퍼붓는 대포 소리로 한산해진 우크라이나(우크라) 도로 위를 덜걱거리며 진군하던 러시아 탱크가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자동차를 덮친다. 그 탱크 뒤로 폐차장에서 보던 구겨진 자동차가 튕겨져 나왔다.

아파트에서 이 광경을 동영상으로 찍고 있던 우크라 여성들의 놀라 울부짖는 비명과 비명소리에 놀란 애완견들의 짖어대는 소리가 뒤섞인 아비규환이 마치 전쟁영화의 한 장면 같다.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에 허물어진 아파트 사이에서 어린 손주의 손을 잡고 걸어 나오는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 위로 흐르는 눈물이 누리소통망(SNS)을 통해서 전 세계인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70여년 전 6.25 전쟁의 총성이 잠시 그치는 사이에 뒤뜰에 떨어진 탄피를 줍겠다고 방을 나서려는 철모르는 나를 붙들고 눈물 흘리시던 그 어머니의 모습이 바로 이런 것이었으리라. 우크라는 국기가 상징적으로 보여주듯이 드넓은 황금색의 밀밭 곡창지대 위로 푸른 하늘이 펼쳐진 ‘유럽의 빵바구니’로 불리우는 평화롭고 풍요로운 나라이다.

‘우크라이나의 영광과 자유는 사라지지 않으리라, 형제들이여 운명은 그대들에게 미소짓고 있도다. ~ ~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라는 국가의 가사처럼 우크라 국민들은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고 영광스러운 조국을 갈망하고 있다.

이러한 우크라 국민들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 요충지인 이 땅을 호시탐탐 노리던 러시아는 결국 2월 24일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는 우크라를 향해 포격을 시작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한 나라이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서 탈군사화, 탈나치화(반러시아 엘리트 제거)가 필요하다”라는 말로 전쟁도발을 합리화하고 있다.

힘센 독재자 또는 전체주의 국가가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나 또는 자국문제를 외부로 돌리기 위해 이웃의 약소국을 희생양으로 삼을 때 들고 나오는 상투적인 수법이다. 마치 “대한민국이 중국의 일부”라며 우리나라 국내문제를 시시콜콜 간섭하는 중국 지도자들의 궤변과 다르지 않다.

게다가 침략자 러시아는 중국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 마치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이념 대립이 되돌아온 듯 섬뜩하다.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군사대국을 인접하고 있으며 크림반도와 같이 북한이라는 공산 독재체제를 상대해야만 하는 우리나라로서는 결코 우크라에서 들려오는 러시아의 포성이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러시아에 대한 우크라의 뿌리 박힌 적대감은 러시아 독재자 스탈린에 의한 집단학살(제노사이드, genocide)의 악몽 때문이다. 스탈린은 우크라 민족주의를 파괴하고 강압적으로 사회주의 경제체제에 편입시키기 위해 집단농장을 만들고 수확량의 40% 이상을 빼앗아갔다.

그 결과 1930년대에 350만에 가까운 우크라인들이 굶어 죽었다. 역사학자들은 이 사태를 홀로도모르(Holodomor)라고 부르며 독일 히틀러에 의한 유대인 대학살에 비견하고 있다. 따라서 우크라에서는 매년 11월 넷째 주 토요일을 홀로도모르 기념일로 삼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우크라인들은 한때 프랑스를 미개한 나라로 취급할 만큼 강하고 발달된 문화를 자랑했던 키이우 루스라는 나라의 후손들이다. 그러나 지정학적 요충지에 위치한 키이우 루스는 튀르크족, 몽골족의 지배를 받다가 19세기에는 러시아 제국에 통합되어 오랫동안 나라 없는 설움을 이겨내야 했다.

다행히 1991년 소련의 해체로 독립된 국가가 되었으며 핵탄두 1800여개와 군인 78만명을 자랑하는 세계 4위의 군사대국으로 출발하였다. 그러나 오랫동안 러시아의 지배를 받아온 우크라에는 친러시아 세력과 친서방 세력 간의 정치적 갈등과 부정부패로 국가의 혼란과 분열이 지속되고 나라를 지키는 국방력은 점차 약화되었다.

특히 2010년에 선출된 야누코비치(V. Yanukovych) 대통령은 EU협력을 반대하고 친러시아 화평정책으로 징병제를 폐지하는 등 급속한 국방력 붕괴를 가져왔다. 결국 그는 반정부 시위인 ‘유로마이단’ 사건으로 축출되어 러시아로 도망하였다.

이곳에 서방세력의 우세를 막으려는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점령하였고 이번에는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회복을 우려한 러시아가 곡물과 지하자원이 풍부한 우크라를 차지하여 전략적 요충지로 삼을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

시기적으로도 아프칸 철수에서 보여준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추세를 틈타 미국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중국의 동조하에 러시아는 힘의 정치를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추구하고 있고 태평양 진출의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는 우리나라도 우크라의 참상을 현실적인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첫째는 독재자나 전체주의 지도자들이 소리치는 평화론에 동조하여 자기 나라의 국방을 소홀히 하는 것은 자살행위이다. 독일의 히틀러가 그리했듯이 러시아의 독재자들도 이웃 약소국을 침략할 때마다 평화를 외치고 평화협정을 맺어 왔음이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푸틴 역시 우크라의 탈군사화로 러시아 통치를 갈망하는 우크라인들에게 평화와 안전을 주려한다는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우리나라에도 북한의 평화론을 되뇌이며 종전선언과 미군철수를 외치며 북한 독재정권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친북좌파들이 있다.

30년전의 군사대국이었던 우크라의 국방력이 그대로 유지되고 자유주의를 수호하는 서방세계와 동맹 관계를 이루었던들 러시아가 3일 만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침공에 나섰겠는가. 이제야 젤렌스키(V. Zelensky) 대통령이 서방국가들을 향해 뒤늦게 눈물 어린 호소를 해본들 피난길에서 울부짖는 1천만의 국민들의 눈물과 발길을 멈출수가 있겠는가.

두 번째는 지난 70년간 자유대한민국을 지켜온 한미동맹도 이제는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아프칸의 미군철수를 단기간에 실행함으로 탈레반 정권을 허용하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 영공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눈물로 호소하고 있건만 미국은 이를 회피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반미 사회주의자들의 종전선언이 국회를 통과하고 전쟁이 끝났으니 미군은 떠나라는 반미시위가 계속된다면 지금까지 당연시해왔던 한미동맹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세 번째는 우리의 젊은 세대들은 러시아, 중국, 북한의 사회주의, 공산주의가 결코 현재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 공정한 사회질서를 보장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우크라 역시 친러 사회주의자들의 거짓 선동과 평화라는 구호에 국방은 망가지고 권력자들은 올리가르히(러시아 신흥 재벌)들과의 담합과 부정부패로 결국은 러시아의 침공을 불러오지 않았는가.

프랑스의 저명한 정치학 교수이며 사상가인 아론(R. Aron)의 경고를 되새겨야 할 것이다. “정직하면서 똑똑한 사람은 절대로 좌파가 될 수 없다. 정직한 좌파는 똑똑하지 못하고, 똑똑한 좌파는 정직하지 않다. 모순투성이인 사회주의 본질을 알지 못하다면 명석하지 못한 것이고, 알고도 추종한다면 거짓말쟁이 위선자이다.”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kkucwka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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