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황인자 칼럼] 유엔은 1995년 세계여성회의에서 여성담당 국가기구는 모든 정책분야에 양성평등 관점을 통합하는 ‘성 주류화(gender mainstreaming)’를 으뜸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행동강령을 채택했다. 이어서 OECD는 2000년 여성정책 장관회의를 열어 “성 주류화란 대상으로서 여성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양성평등이라는 목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의미한다”고 정의를 내렸다.

성 주류화는 21세기 여성정책의 뉴 패러다임으로 등장하였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도 요보호 대상으로서 여성에 초점을 맞추는 복지 위주 정책에서 벗어나 양성평등 목표에 초점을 두는 포괄적인 여성정책으로 전환하였다.

여성가족부의 영문 명칭에 ‘여성(women)’ 대신 ‘양성평등(gender equality)’이라는 용어가 들어가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대상보다는 목표를 강조한 것이다. 포괄적인 여성정책이라 함은 복지, 고용, 교육, 가족, 문화, 정치 등 국민생활의 전반에 걸쳐 양성평등을 이루려는 정책을 말한다.

윤석열 정부가 새롭게 탄생하는 과정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어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여성계가 반발하고 남성들의 불만과 저항은 여전하다.

남녀 간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무릇 선진국, 개도국을 막론하고 전 세계적으로 거의 모든 나라에 어떤 형태로든지 여성담당기구가 존재한다. 한국은 여성가족부에서 청소년·가족 정책과 함께 여성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이제 막 출범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여성가족부 폐지 문제를 신중하게 재고할 필요가 있다. 여성을 보호대상으로만 인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물론 성폭력 피해자 여성을 보호해야 하고 고용차별 당하는 여성근로자를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사회 전반적으로 양성평등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여성’이라 쓰지만 ‘양성평등’으로 읽어야 하는 것이다. 마침 유엔여성기구의 아시아지역 센터를 한국에 유치해 온 상황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는 마치 우리는 탈원전하면서 원전수출을 장려하는 것처럼 모순돼 보인다.

황인자 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젠더국정연구원 대표  eqhwa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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