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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다운 목소리 가진 '소울 보이스' 가수 김용진을 만나다
한고은 기자 | 승인 2022.03.16 15:09
사진제공=레벨나인컴퍼니

[여성소비자신문 한고은 기자] 대중들은 ‘드라마’를 좋아한다. 가상의 이야기뿐 아니라 드라마틱한 누군가의 사연이나 불행을 극복한 감동을 찾는다. 특히 그런 서사를 옵션처럼 무장한 음악인들은 쉽게 주목을 받는다.

그러나 그러한 ‘부연설명’없이 목소리 하나만으로 감동을 주는 가수도 있다. 가수 김용진.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이름이다. 하지만 아는 이들에게는 대체하기 어려운 위로의 목소리를 가진 ‘소울 보이스’로 통한다. 김용진을 만나 직접 그 목소리를 들었다.

“무대 무서웠던 지난 10년…이제 재미 알게 돼”

2003년 드라마 ‘봄날’의 OST로 데뷔, 2005년에 I(아이)라는 예명에 이어 2007년부터 ‘김용진’이라는 본명으로 활동 중이다. 2016년 ‘너의 목소리가 들려 시즌2’에서 재발견돼 ‘불후의 명곡’ 등 다수의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타인들이 말하는 무명 시절동안에도 이처럼 꾸준히 음악을 해온 끝에 수십, 수백만 조회수를 달성한 ‘레전드’ 무대들을 남기며 조명 받았고 수련과도 같았던 무명의 시간은 끝났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과의 싸움과 묵묵한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 지난 3월 4일 미니앨범 ‘BREATHE’가 발매됐다. 특유의 담백하면서도 거친 보이스의 매력이 살아있다. 이 앨범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점은 무엇인지

“방송 활동을 하면서 앨범에 대한 계획은 있었지만 스케줄상 실행에 옮기기 힘들었다. 그동안 싱글앨범을 많이 발매했는데, 현재 소속사인 레벨나인컴퍼니 정재환 대표가 팬분들을 위해 미니앨범을 발매하는 것을 제안했다. 이 앨범을 통해 음원 차트에 오른다거나 하는 기대보다는, 이 앨범은 기본적으로 록음악의 요소가 바탕이 되어 있는데, 하고 싶어 했던 장르를 하는 동시에 김용진의 또 다른 면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 2003년 데뷔했고 봄날의 OST를 비롯해 유명 드라마의 주제곡들을 부르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왔다. 그럼에도 소위 ‘무명’이 길었던 이유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노래하는 게 익숙하지가 않았다. 매우 내성적이라 나서는 것을 힘들어했다. 긴장을 심하게 해서 무대를 앞두고 위경련 같은 증상이 생겨 병원에 간 적도 있었다. 물론 지금도 공연을 앞두고 매우 예민해지는 등 긴장을 안 하지 않지만 많이 나아진 상태다.”

- 2016년은 가수 김용진이 재발견된 한 해였다. 우리에게 익숙했던 드라마 ‘봄날’의 명곡을 부른 가수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너목보 시즌2’의 무대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다. 또한 ‘불후의 명곡’, ‘수상한 가수’, ‘보이스킹’ 등에 출연해 명공연들을 선보이며 큰 사랑을 받았다.

“그 무대들을 통해서 ‘이래서 공연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2018년도까지만 해도 앞으로 다른 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안 되면 말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바로 그게 용기, 혹은 교만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부담을 내려놓고 도전한 것들이 좋은 결과로 돌아온 것도 감회가 남달랐다.”

- 그것은 교만이 아니라, 더 이상의 미련이 없을 만큼 최선을 다했기에 그동안의 경직과 긴장이 풀린 상태로 도전을 해 좋은 성과가 나온 것일 수 있다. 그렇게 탄생한,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김용진의 명무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수상한 가수’에서 정인 씨의 ‘오르막길’과 강산에 씨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을 부른 것이 기억에 남는다. 완성도면에서는 부족했을 수 있으나 부르는 나에게도 묘한 감동이 있었다.”

사진제공=레벨나인컴퍼니

“노래 부를 때 감정 표현 가장 많이 해”

- 들어주는 사람이 많지 않았음에도 음악 활동을 꾸준히 지속할 수 있었던 힘은

“나는 노래 부를 때 감정 표현을 제일 많이 하는 사람이다. 옛날의 내가 감정을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노래’였던 것 같다. 힘든 일이 있건, 어떤 생각을 했건 노래를 부르는 4분 동안은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오로지 집중한다. 그런 방식을 통해 노래를 통해 스트레스를 자연히 해소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제는 예전처럼 단순히 즐기지만은 못한다. 때문에 이전의 내가 노래를 하며 느꼈던 느낌과 감정들을 끌어올리려 노력 중이다.”

- 해소 창구였던 음악이 이제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 속에서 해내야 하는 미션이 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후의 명곡’ 같은 경연 성격의 프로그램에서도 목소리만으로 사람들을 울리곤 했다. 팬들의 이러한 무대에 대한 기대가 부담이 되지는 않는지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겠지만, 나는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에게는 절대 실수를 하지 않으려한다. 물론 팬들의 기대치로 인해 부담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나에게 큰 애정을 갖고 있는 것이 느껴지고 나 역시 팬들에게 깊은 애정이 있다는 것을 서로 알고 있다. 

한편으로는 그래서 편하다는 생각도 든다. 무대를 할 때 나의 편이 생겼다는 것에 매우 기뻤다. 심지어 팬분들은 무대에서 실수를 해도 좋아해주시기도 한다. 음, 복잡하다(웃음). 팬들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여러 감정과 생각이 든다.”

- 건강한 상호작용인 것 같다. 가수와 관객 간에 서로 믿음이 생긴 관계로 보이기 때문이다. 팬들은 나의 가수를 다 껴안아주는 사람들이니까 실수까지도 음악의 일부라고 느낄 것이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무조건 잘해야 그 관계가 오래 지속되고,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노력과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팬분들의 연령대가 높은 편인데 고모나 이모 같은 마음으로 봐주시는 점도 감사하고 정말 가족과 같은 애틋함을 느낀다.”

- 공연을 한다는 것은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하는 셈이다. 무대에 설 때는 어떤 마음인가

“‘틀리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이 먼저다. 처음에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새 나도 모르게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그게 잘못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도 이어지고…자아성찰을 하게 되는 것 같다(웃음)

나의 음악은 스스로 흑인음악, 올드팝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나의 목소리에 나 역시 체화된다고 해야 할까. 사람들의 기대와 내가 원하는 것이 일치해가는 과정에 있다고 느껴지는 것을 보면 스스로가 많이 변화했다는 것을 느낀다. 어쨌든 중요한 건 프로답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우선이다.”

-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 것 같다

“완벽주의는 너무 거창하다. 그보다는 창피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 김용진씨의 무대를 보고 소위 말해 이 사람은 ‘진짜’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래를 잘하는 가수는 많지만, 목소리 하나만으로 노래가 진심의 언어처럼 전달되는 가수는 많지 않다. ‘소울 보이스’라는 닉네임대로인데, 김용진이 생각하는 가창력은 무엇인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소리. 음정과 박자도 중요하지만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감동을 받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본다. 나의 경우 겪지 않은 일에 감정이입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기 때문에 더욱 내 경험과 기억들을 떠올리며 노력한다.”

- 보컬리스트이지만 김용진은 듣기만 하는 음원형 가수라기보다 보는 것이 더 강렬하고 깊은 감동을 주는 공연형 가수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꾸며지거나 정제되지 않은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는 점이 포인트인데 어떤 네티즌은 그것을 불안해보인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발라드 가수들 특유의 정제된 표정이나 쇼맨십, 나도 하고 싶다(웃음). 그런데 안 된다. 연습을 해보는 등 시도해본 적이 있는데 어울리지 않았다. 멋있는 척도 하고, 표정이든 손짓이든 그럴싸하게 보여줘야 하는데 난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사실 내 생각에 노래하는 가수의 멋이라는 것은 외적으로 풍겨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 꾸며진 표정과 쇼맨쉽 등은 적어도 김용진에게는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필터링되지 않은 날 것의 느낌을 지워버리면 결국 김용진이 아니지 않나.

“문희준 선배님께서 내게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부동자세로 가장 노래 잘 부르는 사람’이라고. 여태까지 함께 일한 소속사 분들도 모두 하나 같이 그런 걸 원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그냥 이대로 쭉 살려고한다(웃음).”

- 김용진의 노래를 들으면 여러 가수가 떠오른다. 임재범과 강산에, 전인권, 혹은 김동률까지. 그들의 특장점을 모두 갖고 있으면서도 자신만의 덤덤한 음색으로 정리한 듯한.

“모두 존경하고 큰 영향을 받은 선배님들이다. 설령 누군가 나를 아류라고 느낄지언정 그조차도 나쁘지 않은 표현이라고 생각할 만큼. 너무 영광스러울 따름이다.

-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목소리의 가장 큰 매력, 자신이 좋아하는 보컬적 특징은

“내 목소리를 듣고 괜찮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지만 요즘은 아니다. 그것도 찾아야 하는 하나의 숙제다. 팬들이 좋아하는 나의 장점들도 있지만 나에게 음악은 가장 먼저 ‘자기만족’이다. 음악적인 고집이 매우 세서, 그동안 일한 제작진 등이 요구하는 정해진 룰을 일방적으로 따르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만의 느낌을 갖고 왔는데 이젠 나의 장점이 조금 지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 창작자라면 스스로가 지루해지거나 익숙해질 수도 있는 것 같다.

“뭔가 찾지 않으면 앞으로 음악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없어질 것 같다. 때문에 요즘 그 느낌을 찾으려고 한다. 다른 사람의 음악을 들을 때에도 ‘호흡을 이렇게 하면 더 잘할 텐데’라는 아이디어가 넘쳐나던 때의 열정 말이다.

특히 이 앨범을 작업하면서 그런 것들을 세포 구석구석 찾아 끄집어내고자 했다. 물론 여전히 과정 속에 있다. 어느 한순간 스위치가 켜지듯 되면 좋겠지만 그런 감각에 많이 둔한 편이다(웃음). 내가 가진 장점 100가지가 있다면, 지금 두 세 개 정도를 더듬더듬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사진제공=레벨나인컴퍼니

“뮤지컬 도전, 터닝포인트 됐다”

- 지난 2021년 뮤지컬 ‘사랑했어요’에도 도전했다. 가수 김현식의 음악을 토대로 만들어진 극이었다. 어떤 경험이었나

“너무나 행복하고 좋았다. 뮤지컬 덕분에 코로나 여파를 덜 체감할 수 있었고 팬들과도 직접 소통할 수 있었다. 오래 전 배우 데뷔 제안을 받았을 때는 부끄러움이 많아 하지 못했지만 현재 시점에서 만나게 된 뮤지컬은 ‘불후의 명곡’에 이어 제2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음악은 오롯이 혼자 하는 작업이나 뮤지컬은 함께해내야 한다.

맞춰가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또 인물의 성격도 실제 성격과 비슷해 이입하기 편했고 재미있었다. 나는 초보 뮤지컬 배우인 ‘뮤린이’로 통했는데 조장혁 선배님과 고유진 선배님, 홍경인 선배님 등 다양한 배우 및 스탭분들이 아낌없이 도움을 주셨다. 또 기회가 온다면 기꺼이 도전하고 싶다.”

- 예능이나 다른 영역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싶은 생각은

“뮤지컬을 포함해 연기에는 도전을 해보고 싶다. 경험해보니 매우 재미있었기 때문에 관심이 있다. 하지만 예능활동은 전혀 다른 영역인 것 같다. 희극인들은 태어날 때부터 뭔가를 가지고 태어나는 것 같다. 엄두도 나지 않는다.”

- 올해로 음악생활 19년차다. 약 20년이라는 세월동안 음악활동에 매진한 삶을 돌이켜본다면

“요즘 자주하는 생각인데, ‘잘 버텼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뭐냐면, 음악적으로 그동안 노래만 불렀기 때문이다. 20년 동안 음악의 테두리를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왜 악기 하나 깊게 배우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름대로 레슨도 했고 치열하게 살았지만 음악적인 다른 스킬을 더 익혀왔다면 좋지 않았을까.”

- 노래 하나만 오래 해왔기 때문에 지금의 ‘아우라’가 생겨나지 않았을까. 이렇게 김용진처럼 자신만의 목표를 갖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명시절을 보내며 음악에 정진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

“내가 겪어봤고 걸어온 길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후배분들에게 함부로 충고하기가 어렵다. 생각해보면 그 당시 나는 즐거웠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저녁에는 공연하고, 때때로 의뢰가 들어온 OST 작업을 하고….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버텼을까? 싶지만, 내가 후배들보다 나은 점이 없기 때문에 감히 조언할 수 없단 생각이다. 다만 한 가지, 노래는 나에게 탈출구이고 즐거움이었다. 그거 하나로 버텼다. 노래가 자신을 좀먹는 것이 아니라 노래가 자신의 즐거운 탈출구가 되기를 바란다.”

사진제공=레벨나인컴퍼니

꾸준히 노래한, 인간다운 가수로 기억되고파

- 김용진 스스로는 대중들에게 어떤 가수로 기억되길 바라나

“어려운데(웃음). 기억에 오래 남는 가수가 되고 싶다. 꾸준히 계속 노래하면 대중들도 알아봐주시지 않을까. 꾸준히 열심히 한 가수로 기억되고 싶다. 꾸준함이 주는 무게감이 있으니까.”

- 김용진에 대한 생각은 모두가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서툰 것 같으면서 서툴지 않고, 완벽한 것 같지만 여백이 있어 자연스러운 감동을 전해주는 가수라고 느꼈다. 뻔한 것 같지만 예상을 깨는 신선함도 있어 묘하게 다채롭다고 할까

“앞서 언급한 불후의 명곡 ‘그날들’은 노래를 부르는 나와 관객 모두가 많은 눈물을 흘렸다. 어릴 때 돌아가신 아빠를 향한 메시지였는데, 정작 리허설 할 때는 덤덤했던 감정이 본 공연 에서 폭발했다. 코가 시큰거리고 목소리가 뒤집어지고…. 창피했지만 무언가 터져 나오는 매우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렇게 내 감정을 표출하는 인간적인 느낌을 대중들이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앞으로도 나다움을 잃지 않고 많은 고민을 거듭하면서 노래해나갈 생각이다.”

김용진은 ‘인간다움’을 느끼게 했다. 이 불안한 터널 같은 시기에 대중에게 필요한 ‘사람’ 같은 목소리를 가진 가수. 앞으로도 영혼을 위로하는 그만의 목소리가 더욱 멀리까지 들릴 수 있기를 응원한다.

한고은 기자  h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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