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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 읽기] 이문재 ‘혼자 울 수 있도록’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22.02.23 18:35

[여성소비자신문] 혼자 울 수 있도록

그 사람 혼자 울 수 있도록

멀리서 지켜보기로 한다

모른 척 다른 데 바라보기로 한다

 

혼자 울다 그칠 수 있도록

그 사람 혼자 울다 웃을 수도 있도록

나는 여기서 무심한 척

먼 하늘 올려다보기로 한다

 

혼자 울 때

억울하거나 초라해지지 않도록

때로 혼자 웃으며

교만하거나 배타적이지 않도록

 

저마다 혼자 울어도

지금 어디선가 울고 있을 누군가

어디선가 지금 울음 그쳤을 누군가

어디에선가 이쪽 하늘을 향해 홀로 서 있을

그 누군가를 떠올릴 수 있도록

 

그리하여

혼자 있음이 넓고 깊어질 수 있도록

짐짓 모른 척하고 곁에 있어주는 생각들

멀리서 보고 싶어 하는 생각들이

서로서로 맑고 향기로운 힘이 될 수 있도록

 

덩그러니 빈방에 혼자 있을 때, 홀로 먼 길을 걸을 때, 혼자 밥을 먹을 때 각자는 무슨 생각들을 할까. 우리 집고양이도 낮에는 거의 빈집에서 혼자 있다. 서둘러 집에 들어오면 고양이부터 찾으며 “혼자 심심했지? 미안해!” 하면서 쓰다듬어 주곤 했다.

이문재의 시 「혼자 울 수 있도록」을 읽으며 ‘혼자’라는 생각에 힘들었던 때를 떠올려 본다. 고양이도 혼자일 때 사람들만큼 힘들었을까.

그런데 ‘혼자’ 있음, 그 존재에 대해 고독하다고 여기지 말아야 하며 쓸쓸해 보인다고도 짐작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시적 화자는 “혼자 울다 그칠 수 있도록/그 사람 혼자 울다 웃을 수도 있도록/나는 여기서 무심한 척/ 먼 하늘 올려다보기로 한다“고 말한다.

‘혼자’가 좋다고 서로를 밀어내면서도 결코 혼자가 아닌 요즘 세태를 보면서 사람들이 서로를 보듬으며 함께 나누던 시간들이 그리워진다. 어느 물결에도 휩쓸리지 않고, 곁이 텅 비어 있을 때 진정 자기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시인은 혼자 울 수 있도록 멀리서 지켜만 보고 모른 척하라고 가만가만 일러준다. “혼자 울 때/억울하거나 초라해지지 않도록/때로 혼자 웃으며/교만하거나 배타적이지 않도록” 이렇게 혼자 실컷 울어보고 나서야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정립하게 된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혼자 있음이 넓고 깊어질 수 있도록/ 짐짓 모른 척하고 곁에 있어주는 생각들/ 멀리서 보고 싶어 하는 생각들이/서로서로 맑고 향기로운 힘이 될 수 있도록” 혼자 울고 혼자 자신을 찾도록 놔둬야 한다. 자신의 삶을 혼자 살며 그 힘에 의해 스스로 행복을 맛볼 수 있도록.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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