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회가 국내 20여개 기업에 ‘기업가치 훼손’을 이유로 주주대표소송 서한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탁위가 주주대표소송 서한을 발송한 회사는 삼성그룹 계열사, 현대자동차, LG그룹 계열사, SK네트웍스, 롯데쇼핑과 롯데하이마트, GS건설, 대우건설, 현대제철 등으로 알려졌다.

경제단체들은 왜곡된 스튜어드십에 기반한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추진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코스닥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국민연금이 불투명한 장기 주주가치 제고와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수탁자 의무 이행을 명분으로 '기업 벌주기식'에 몰두하는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24일 제10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대표소송 추진 관련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 개정안을 상정했다.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결정 주체는 원칙적으로 기금운용본부이고 예외적 사안에 대해서만 수탁위가 판단하는데, 이를 수탁위로 일원화해 올해부터 대표소송을 적극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경제단체들은 "전체 연금보험료의 42%를 순수 부담하고 있는 기업들은 당장 국민연금 대표소송의 직접적 이해당사자가 됨에도 복지부와 국민연금은 의견수렴 과정 조차 갖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표소송은 그 결과와 무관하게 기업의 신뢰도와 평판에 큰 타격을 주며 기업이 승소하더라도 기업가치의 원상회복이 불가하다. 이는 결국 기금 수익률 하락으로 연결되며, 가입자인 국민과 주주 모두에 불이익을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련 절차 및 결정 주체 등 법률에 규정 ▲대표소송 남용 방지 위해 대상 사건 제한 ▲대표소송 제기 실익에 대한 철저한 검증 장치 마련 ▲대표소송 제기는 기금운용본부 결정 등의 이행을 촉구했다.

이들은 "국민연금의 대표소송에 대한 법적 근거와 절차 및 결정 권한 등과 같은 중요사항들은 국민연금법 등 관련 법률로 직접 정해야 한다"며 "대표소송 대상 사건은 이사의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로 인해 이사 개인에게 경제적 이익이 귀속됐으며, 해당 사실이 판결이나 당사자의 자백 등으로 확정된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대표소송이 장기적 주주가치와 기금 수익률 제고에 기여한다는 명확한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며 "소 제기 기준 및 실익에 관한 철저한 검증장치를 명확히 마련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경제단체들은 "수탁위는 기금운용에 대해 전혀 책임지지 않기 때문에 수익률과 무관하게 정치·사회적 이해관계 및 여론에 따라 소 제기를 결정할 유인이 매우 높다"며 "경영 위축으로 기업가치가 하락하거나 소송에 패소하는 등의 사정으로 기금 수익률이 악화될 경우 해당 대표소송에 찬성한 자가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는 남소방지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복지부와 국민연금이 경제계 우려와 제언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개정안을 무리하게 강행하는 것은 명목상 주주가치를 앞세운 실질적 경영 간섭에 불과하다"며 "경제계와 관련 전문가 및 유관 부처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신중한 정책 추진에 임해 달라"고 전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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