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신토불이’라는 동의보감에 나오는 단어가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땅에서 나오는 것을 먹어야 체질에 잘 맞는다는 말이지만 순수하게 국내에서 생산한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본다. 국내 재배지만 씨앗이 수입이거나 씨앗의 특허권이 다국적 기업에 있을 수도 있으며 비료나 사료는 물론 농기계도 수입산을 쓰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순수한 신토불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고 특히 가축의 경우 대부분 곡물사료를 수입하여 사육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먹거리산업의 미래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미 나타난 현상으로 농․어촌 고령화에 따른 생산인구의 감소이며 궁여지책으로 동남아 등 이주노동자의 손을 빌리고 심지어 불법체류 인력까지 암암리 운용했으나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 노동인력 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농산물 작황 변화와 원자재값 상승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수입농산물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 요소수 대란에서 확인되었듯 수입에만 의존해야 하는 농산물인 밀가루나 가축용 사료 등의 값이 폭등할 경우 국민들의 혼란을 비롯한 각종 문제점이 발생할 것이다. 지난해 나타난 식품류 수입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자물가 상승은 연초부터 나타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집권 첫해인 2013년 중앙농촌공작회의에서 식량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2014년에도 1월에 발표되는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이 하달하는 문건에 ‘식량안전보장 시스템 확보’라는 표현을 써가며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지난해 12월 25일부터 2일간 개최된 중앙농촌공작회의에 앞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주재하며 농업, 농민, 농촌의 ‘3농’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시 주석은 “중국인의 밥그릇은 언제나 중국인 손에 들려 있어야 하고 주로 중국의 곡식으로 채워야 하는 전략적인 문제이며 식량안보를 확보하는 것은 모두의 책임”이라고 강조하며 특히 대두와 같은 식물성 기름 생산을 주문했는데 중국은 연간 대두 소비량 80%를 수입에 의존하고 그중 30% 정도는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어 미국과의 갈등을 의식한 조치라고 보여진다.

매년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 역시 지난해 12월 27일부터 5일간 2022년 사업계획을 결정하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면한 농촌 발전 전략의 중심 과업은 모든 농업근로자들을 노동당 시대에 어울리는 혁명적인 농업근로자로 개조하고 나라의 식량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며 농촌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획기적으로 개변시키기 위한 투쟁을 힘 있게 벌여 농촌을 지속적인 발전 궤도 위에 확고히 올려 세우는 것이다”고 강조하며 식량안보의 획기적 대책을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통령은 1월 3일 집권의 마지막 신년사에 세계적으로 통수권자의 주요 관심사이고 추세인 식량안보에 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었으며 대신해서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신년사를 통해 식량안보 기반 유지, 청년농업인 육성, 농촌 활성화 등 농업 지속 가능성 제고 기반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 비서실 실무진에서 작성한 문구지만 신년사에 큰 틀에서의 미래를 내다보고 안보개념의 하나로 언급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3월이면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 대통령 후보마다 각각 차이가 있는 농촌 진흥정책이 나오고 있으나 이를 대략적으로 종합하면 ‘식량 자급률 제고, 농민과 농촌 기본소득 도입, 청년 농촌지원 확대, 농업 인력난 해소, 농업구조 첨단화, 귀농과 귀촌 활성화, 농지총량보호제 도입 및 경자유전 원칙 확립, 농촌주민 생활의 질 개선, 농촌지역 ICT기반으로 가축질병 예방 관리시스템 도입’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각 후보들마다 약간의 특색은 있으나 모두가 역시 득표를 의식하는 참모진에서 내놓은 공약일 뿐 후보들의 의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농촌 살리기와 우리 땅에서 생산되는 먹거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을 보면 당장 닥쳐지는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인식한 듯하나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이 되어도 식량의 자급율과 농촌인구 고령화에 따른 외국인 노동자 수급대책은 당장 해결하기란 어려운 숙제일 것이 분명하다.

국가는 일정한 영토와 국민으로 구성되고 국민과 영토, 주권의 요소를 지키기 위해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방어하고 내부 치안을 확보하는데 목표가 있으며, 국력은 인구와 천연자원 ․ 국방력 ․ 경제력 ․ 지도자의 지도력 ․ 외교활동 능력 ․ 국민들의 사기로 평가되고 있는 가운데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방력을 기반으로 한 경제력이라 하지만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는 모든 부분에 영향이 미치게 되므로 매우 중요하다.

국민들이 軍의 허점을 보인 최근 동부전선 철책월북사건을 한목소리로 질타하듯 눈에 보이는 안보(安保)의 개념은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으나 문제의 상황을 조속히 인식하고 공동으로 대처해 나가야 할 안보 중 당면하고 있는 ‘식량안보’의 중요성은 대부분 인식하지 않는 것 같다. 개인과 각 가정의 경제능력에 따라 먹는 것에 대한 차이는 당연히 있지만 부유층을 제외하고 올라가는 먹거리 물가에 한숨짓고 있으면서 이를 ‘안보’개념으로는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식량안보의 중요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과거부터 주장해 왔다. 당장 외식하고 배달음식 시켜먹는데 음식이 부족해서 불편을 겪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관련 방송에 북극곰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이러한 문제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생각하고 있다면 큰 문제점이다.

2013년 개봉한 영화 ‘설국열차’에는 신분에 따라 열차 객실이 구분되어 상류층 계급의 고급 객실은 좋은 음식을 먹고 낮은 계급의 사람들이 탑승한 객실에서는 ‘단백질 블록(곤충을 갈아 만든 미래먹거리)’이 제공되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영화를 본 관객들은 충격적이었을 것이나 미래의 식량난을 그대로 보여준 영화로 기억된다. 그러나 지금은 곤충을 이용한 가공식품은 이미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식품으로 개발되어 판매되고 있고 우리나라도 활성화가 기대되며 확실히 미래의 먹거리가 될 것이다.

최근 수년간 국가와 지역은 다르지만 기록적인 폭우와 홍수는 물론 극심한 폭염과 가뭄으로 농작물과 가축 그리고 사람들까지 피해를 입었다. 이러한 극한의 이상기후는 이미 예고되었던 지구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온난화와 해수면 상승 현상으로 앞으로 우리에게 또 다른 어떤 강력한 기후변화가 나타날지 알 수 없는 상황으로 결국 식량난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이런 현상은 농산물 생산과 가축산업에는 막대한 영향은 물론 어족자원 부족 현상도 나타나게 되며 각종 병충해로 이어지게 되면 당장은 취약한 국가나 지역에만 한정되던 피해가 전 세계 모두에게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투쟁이라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정부에서 나름 고민은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고 종합적인 대책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외국인 노동자 관련 금년에도 농촌일손이 부족할 것이므로 인력수급 대책을 사전에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내국인 도시의 인력을 농촌에 알선하고 정부지원으로 운송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

결과물이 없이 예산만 들어가는 형식의 정책을 재검토하고 책상머리에서 발상하는 정책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농촌 현장의 목소리를 정확히 듣고 세계적 흐름을 읽어가며 미래를 내다보는 예측되는 정책이 수반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대두 생산을 독려하듯 바이오연료 주원료인 옥수수와 대두 증산 같은 것이다.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이 30%가량이며 대부분 수입해야 하는 현실은 그동안 값싼 수입 식량에 안주하여 농업구조를 약하게 만든 것이 문제이다. 앞으로는 수입식량이 싸게 무제한 온다는 보장은 절대로 없다. 점점 가격 폭등도 예상되고 미래에는 자국민 보호정책으로 식량수출을 제한할 수도 있다.

튼튼한 국방력을 바탕으로 하는 국가안보의 중요성은 당연하다. 적과의 전면전에서 첨단무기가 있어도 당장 먹고 살아야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국민 모두가 ‘식량안보’가 점점 더 중요함을 인식하고 버려지는 음식물을 줄이고 자급화에 노력해야 한다.

류원호 국민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rwh112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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