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전국 아파트값이 2020년에 이어 2021년에도 ‘매주 상승’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과 지방 5대 광역시 간 아파트 매매가격 차이는 문재인 정부 이전 3억 원대에서 현 정부 임기 말 8억 원대로 확대됐다.

다만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지난해 11월과 12월에는 서울 내 아파트의 가격 상승세 둔화 및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났다. 이 가운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최근 주택매매시장에 대해 “지역과 무관하게 하향 안정세로의 전환에 가속도가 붙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2030년까지 시장에서 공급 과잉을 우려할 정도의 물량인 56만호의 주택을 매년 공급하겠다”고도 다짐했다. 시장에서는 “그간 부동산 규제가 이어지며 공급물량이 줄어 가격 상승이 유발된 것”이라며 “상승폭이 둔화됐지만 하락세로 전환한 것은 아닌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남기 “전국 주택 매수심리 위축...하향 안정세 전환에 가속도 붙는 중”

홍 부총리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 올해 입주 물량에 대해 “전년 46만호 및 10년 평균 46만9000호를 상회하는 48만8000호로 특히 수요가 높은 아파트 물량을 지난해(32만2000호) 대비 3만5000호 증가한 35만7000호를 확보할 계획”이라며 “2023년 54만호를 포함 2030년까지 시장 일각에서 공급 과잉까지 우려할 정도의 매년 56만호 주택이 공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양의 경우 올해 분양 예정 물량 39만호와 사전청약 7만호를 합쳐 평년 대비 30% 이상 많은 46만호가 예정돼 있다”며 “사전청약은 2021년(3만8000호)의 약 2배 물량을 3기 신도시·2·4대책, 서울권 사업지 등 선호입지를 중심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1월 중 도심복합사업 신규 후보지를 선정·발표하고 2월부터는 1분기 총 1만5000호 사전청약 입주자 모집에 착수하는 등 주택공급 후속 조치가 중단 없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도록 총력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또 최근 주택 시장의 가격 동향에 대해 “서울, 수도권, 전국으로 매수심리 위축이 연쇄 확산되고 가격 하락 지자체 수도 지난해 11월 첫째 주 6개에서 12월 넷째 주 30개까지 확대되고 있다”며 “지역과 무관하게 하향 안정세로의 전환에 가속도가 붙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주간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첫째 주 0.10%에서 12월 넷째 주 0.04%로 둔화됐다. 주간 상승률이 0.05% 미만인 서울 자치구 수도 12월 첫째 주 6개에서 12월 넷째 주 19개로 늘었다.

홍 부총리는 “수도권은 지난해 첫 하락 사례가 관찰됐던 12월 둘째 주 이후 불과 2주 만에 총 10개 시군구로 하락 지역이 급증했다”며 “10월 첫 주 대비 12월 말까지의 낙폭도 0.30%포인트(p)에 이르러 부동산 통계를 약 3개월 기준으로 비교 시 사실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방 역시 12월 말 매수자 우위로 재편되는 가운데 특히 세종 매매가격지수가 12월 넷째 주 중 공공·민간 통계 통틀어 역대 최고 수준인 0.63% 급락하며 작년 가격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1년 전 수준으로 회귀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그에 따르면 정부는 앞으로 그간 과도하게 상승한 주택가격에 대한 일정 정도의 조정 과정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전국 아파트 매매가 120주 연속 상승”

한편 전국 아파트값은 2021년 52주간 단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1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매매가격 동향에 따르면 12월 넷째 주(27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 주보다 0.05%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 1월 첫째 주 0.27% 상승한 것을 시작으로 12월 마지막 주 0.05%까지 1년 내내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전국 아파트값은 지난 2019년 9월 9일 -0.01%를 기록한 이후 120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말 들어서는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서 12월 첫째 주 0.13%, 둘째 주 0.09%, 셋째 주 0.07%, 넷째 주 0.05% 등 상승폭이 크게 줄었지만, 주간 통계 기준 지난해 전국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은 13.25%에 달한 상태다. 2020년 상승률 7.04%의 두 배 가까운 수준으로 부동산원이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3년 이후 가장 많이 오른 것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 누적상승률은 2020년 0.86%에서 2021년 6.58%로 급증했다. 인천 아파트값은 올해 22.56% 올라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기 지역도 20.76%나 뛰었다.

수도권(서울·인천·경기) 평균 아파트값 상승률은 16.28%를 기록해 작년(7.62%) 상승률의 두 배를 넘겼다. 제주(20.13%), 대전(14.32%), 충북(13.66%), 부산(13.59%), 충남(13.58%)도 전국 평균 이상의 상승률을 보였다.

홍 부총리가 “12월 넷째 주 중 (가격 상승 폭이) 공공·민간 통계 통틀어 역대 최고 수준인 0.63% 급락하며 작년 가격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1년 전 수준으로 회귀했다”고 강조한 세종시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0.68%로 나타났다. 아파트 가격 상승폭이 좁아진 곳은 전국에서 세종시가 유일했다.

이 가운데 서울과 지방 5대광역시 아파트 매매가격 차이는 문재인 정부 들어 5억원 이상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부동산 정보업체 경제만랩이 KB부동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7년 5월 서울과 5대광역시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각각 6억708만원, 2억6200만원으로 차이는 3억4508만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이 12억4978만원으로 2017년 5월 대비 105.9% 치솟고, 5대광역시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3억9701만원으로 같은 기간 51.5% 오르면서 서울과 5대광역시 아파트 가격 격차가 8억5277만원으로 벌어졌다.

2021년 말 아파트 시장, 미분양 주택 늘고 입주 물량 줄어

지난해 시장에서는 주택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공급부족’이 꼽혔다. 실제로 지난해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이 2개월 연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은 한 달 전에 비해 14% 늘어났다. 현 정부 초기인 2~3년 전 다주택자 수를 줄이기 위해 건설 인허가를 줄이는 등 규제 정책을 펼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1월 주택동향’에 따르면 지난 1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1만4094가구로 집계됐다.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9월 1만3842가구까지 줄었다가 10월과 11월 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실수요자가 바로 들어가 살 수 있는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도 전년 대비 17% 이상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만성적인 공급부족이 이어지고 있는 서울에서 23% 이상 줄었다. 지난해 11월 누적 공동주택 준공실적은 전국 35만6036가구로 전년 같은 기간인 42만9701가구보다 17.1% 감소했다.

지역별로 수도권은 20만6026가구로 1년 전보다 9.2%, 서울은 6만1256가구로 15.7%, 지방은 15만10가구로 26.0% 감소했다. 유형별로는 아파트가 26만7095채로 전년 동기보다 21.9% 감소했다. 특히 서울 새 아파트의 감소폭이 크다. 서울 아파트 준공실적은 3만8800가구로 전년도 5만544가구보다 23.2% 줄었다.

집값 전망 안갯속...“하락할 것” 43% vs “상승할 것” 38%

올해 부동산 시장을 전망하는 설문조사에서는 상승할 것이란 전망과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비슷한 응답률을 보였다. 수급 불균형, 금리 인상, 대출규제, 대선 등 집값에 영향을 주는 굵직한 요인이 산재해 쉽게 내다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플랫폼 기업 직방이 지난달 6~20일 1236명을 대상으로 “2022년 거주지역의 주택 매매 가격을 어떻게 예상하느냐”는 내용의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43.4%는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승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38.8%였다.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유는 ‘현재 가격 수준이 높아서’가 32.6%로 가장 많았다.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한 이유는 ‘신규 공급 물량 부족’이 22.5%로 가장 많았다. 이외에 하락 전망 사유로는 ▲금리인상으로 인한 부담(24.2%) ▲부동산 대출 규제 강화에 따른 부담(18.8%)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불안 지속(6.5%) ▲대선, 지방선거 공약(6.1%) 등이 꼽혔다.

또 공급 부족 외 상승 전망 사유로는 ▲전월세 상승 부담으로 인한 매수 전환(18.8%) ▲교통, 정비사업 등 개발호재(14.2%) ▲대선, 지방선거 공약(11.3%) 등이 꼽혔다.

직방 관계자는 “12월 주택가격전망CSI(한국은행)도 107로 여전히 상승 전망 심리가 높지만 8월 이후 연속 하락하면서 상승 전망 심리가 둔화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직방 설문 결과 상승과 하락 전망 의견 차이가 5% 이내로 팽팽한 만큼 2022년 주택 매매가격은 예상하기 어려운 시장이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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