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올해 자동차 업계가 코로나19와 반도체 품귀현상의 영향을 피하지 못한 가운데 국내 자동차 생산이 17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완성차 업체들의 반도체 확보 여부에 생산량이 좌우되고 한 해 실적이 갈리자 반도체 선점을 위해 주문 체계를 재정비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가운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반도체 내재화 등 생존 전략 꾸리기에 나섰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공개한 '2021년 자동차산업 평가 및 2002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내 자동차 생산은 지난해에 비해 0.8% 감소한 348만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2004년(347만대) 이후 17년만의 최저치다.

국내 자동차 생산은 2000년 300만대를 돌파한 후 2007년에는 400만대를 넘어섰고, 2015년에는 455만대를 넘기며 최고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2015년 이후 2016년 423만대, 2017년 411만대, 2018년 403만대로 하락하다 2019년 395만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생산은 351만대에 그쳤다.

올해 전세계를 휩쓴 차량용 반도체 부품 품귀사태로 국내 5개 완성차업체의 1~11월 완성차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한 314만3228대에 그쳤다.

한국지엠과 쌍용차의 생산감소가 특히 가팔랐다. 반도체 부품 부족으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자 한국지엠은 올해 1~11월 전년 동기 대비 31.5% 감소한 21만2940대를 생산했다. 쌍용차 역시 같은 기간 7만3028대를 생산, 24.9% 감소세를 보였다.

국내 1위 현대차의 경우 같은 기간 0.7% 감소한 146만6430대를 생산하는데 그쳤다. 반면 기아는 4.7% 증가한 126만9408대, 르노삼성은 3.7% 증가한 11만3350대를 각각 생산했다.

이 가운데 조만간 반도체 생태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반도체 부품 수급이 생산량으로, 생산량이 실적으로 직결되는 만큼 주요 부품을 선점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최근 "반도체는 다른 자동차 부품과 달리 선주문자 우선체계이므로 주문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전력 반도체 소재 전환 가속화 대응 및 아키텍처 변화에 대비한 SW(소프트웨어)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외 주요 기업은 1년 단위로 반도체 칩을 주문한 뒤 매 6개월 마다 주문량 예측 및 수개월치의 확정 주문량을 판매자에게 제공하는 반면 국내 기업은 단기(3개월 내외) 물량을 구매 주문하는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며 "종전의 단기 주문방식에서 완성차업체의 장기간 수요예측 및 생산계획과 연계해 부품 수요를 하위 협력사에 순차 전달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반도체 공급 흐름이 원활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반도체 업체들의 누적 주문량(1년 단위 주문)은 내년도 생산능력의 약 20~30%를 초과한 상태다. 완성차업체들의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이미 2023년 주문을 접수 중이며, 반도체 업체들이 예측한 평균 주문 후 배송 기간도 10월 기준 22.9주에서 11월 기준 23.3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글로벌 완성차업계는 반도체 공급망 다변화 및 반도체 통합화·집중화로 대응하고 있다.

우선 포드는 글로벌파운드리와 협력해 기술 수직통합을 계획 중이며, GM은 증가하는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NXP·퀄컴·TSMC 등 자동차 반도체 회사와 협력할 예정이다. 현대차 뿐 아니라 도요타·테슬라·폭스바겐 등 다수 완성차 기업들은 반도체 내재화를 추진해 1위 업체 의존도를 축소하고 핵심 부품을 직접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테슬라·폭스바겐·닛산 등은 SW 재설계로 커스텀칩을 범용칩으로 대체해 공급 유연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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