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올해 여성계의 화제가 된 10가지 뉴스를 선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올해 여성계 이슈로는 ▲여성가족부 폐지, 모병제 논란 등 깊어가는 성별 갈등 ▲22년 걸린 스토킹 처벌법…제정 및 시행 ▲여성의 목숨까지 앗아간 ‘군대 내 성폭행’ 사건 ▲여성가족부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 발표 ▲탈레반, 아프가니스탄 장악 이후 여성 인권탄압 ▲변화 혹은 정체된 해외의 여성인권 ▲온라인 그루밍 처벌법 마련·양육비 이행법 제정 ▲장기화된 코로나...변화된 여성의 삶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 디지털 성범죄 ▲데이트 폭력으로 신변보호 받던 30대 여성 사망 등을 꼽았다. 한국여성단체 협의회는 "본회는 매년 보도자료를 통해 본회 60개 회원단체, 17개 시·도 여성단체협의회, 500만 회원들이 선정한 여성 10대 뉴스를 발간하고 있다"며 "올해도 2021 여성 10대 뉴스를 발간한다"고 밝혔다. 이하 전문.

여성가족부 폐지, 모병제 논란 등 깊어가는 성별 갈등

2021년은 젠더 갈등이 심화된 ‘혐오의 시대’로 평가할 수 있다. 과거부터 젠더 갈등은 존재했지만,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지난 4월 7일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이후이다. 당일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72.5%가 오세훈 후보에게 투표한 반면 20대 여성은 44%가 박영선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이 결과는 정치권에 큰 화두를 던졌다.

이후 20대 남성인 소위 이대남들을 잡기 위한 즉흥적인 대책들이 쏟아졌다. 당시 차기 대권 출마의사를 밝혔던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징병제 폐지’와 ‘남녀평등복무제’를 언급하였으며,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이미 위헌판결을 받았던 군가산점 재도입을 주장했다. 이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유승민 전 의원, 하태경 의원이 나란히 ‘여성가족부 폐지’를 대선공약으로 내놓았고, 이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가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 수석이 반대 입장을 내놓는 결과까지 이뤄졌다.

온라인 젠더 갈등은 더욱 심각하다. 도쿄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안산 선수의 숏컷으로 인한 페미니스트 논란, GS25 등 기업들의 포스터 내 ‘집게손가락’ 논란, 최근에는 설거지론, 퐁퐁남과 같은 신조어 탄생 등 젠더 갈등은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나아가 남녀 권리에 대한 문제가 ‘여성에 대한 차별’ 문제와 ‘남성에 대한 역차별’ 문제로 갈리기까지 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3월 발표한 ‘청년의 생애과정에 대한 성인지적 분석과 미래 전망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74%는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답한 반면, 남성의 51%는 "남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러한 갈등은 정치에서 촉발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018년 미투운동이 사회 각 분야로 퍼져나가며 일상에서 겪는 성폭력에 대한 고발이 이어지며 전 국민의 목소리가 하나로 뭉쳐져 국가의 응답과 사회와 제도를 변화시키는 긍정적인 결과가 있었다. 이런 분위기도 잠시, 현재는 정치인부터 차별의 정치로 국민들의 마음을 얻으려 하고 있다. 젠더 갈등을 만듦과 동시에 해결자라는 모순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드는 정치인들은 반성하고, 사회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대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22년 걸린 스토킹 처벌법…제정 및 시행

지난 3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하 스토킹 처벌법)’이 1999년 제15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이후 22년 만에 통과되어 공포되었다. 스토킹 처벌법 제정 전 스토킹은 경범죄 중 ‘지속적 괴롭힘’ 항목으로 범칙금 10만원 수준의 범죄로 처벌되었으나, 이제는 최대 5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게 개정된 것이다.

법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피해자에게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주거·직장·학교, 그 밖에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전화·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하여 물건이나 글·말·그림·부호·영상·화상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물건 등을 도달하게 하거나 주거 등 또는 그 부근에 물건 등을 두는 행위 ▲주거 등 또는 그 부근에 놓여져 있는 물건 등을 훼손하는 행위를 하여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스토킹 행위로 정의하였으며, 지속 또는 반복적으로 행위를 하는 것을 스토킹 범죄로 규정하였다.

그러나 법이 통과된 이후 스토킹의 범위가 좁다는 것, 피해자 보호·지원 체계가 없는 것, 반의사 불벌조항 등 스토킹 처벌법에 대한 한계는 계속 제기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시행된 스토킹 처벌법이 ‘처벌’에 방점을 찍은 법이기에, 피해자 보호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지적을 수용하여 피해자 보호를 위한 ‘스토킹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스토킹 처벌법’ 시행 22일 만인 11월 11일에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된 법률안은 ▲ 스토킹 예방과 피해자 등을 보호·지원하기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규정하고 피해자 보호를 위해 ▲ 피해자 등에 대한 불이익조치 금지 ▲ 취학지원 ▲ 피해자지원시설 설치·운영 등 내용이 포함되었다. 하지만, 피해자보호명령제도나 신변안전조치 등 피해자보호의 공백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내용이 마련되지 않았다.

이날 입법예고된 법률안은 최소 40일 이상의 입법예고기간을 거친 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내년 상반기쯤 국회 본회의에 회부될 예정이다.

여성의 목숨까지 앗아간 ‘군대 내 성폭행’ 사건

지난 5월, 공군에서 근무하던 한 중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부대내 성폭력을 당한 뒤 2차 가해를 견디지 못한 선택이었다. 사건 발생 이후인 8월에도 해군에서 같은 일이 발생했다. ‘군대 내 성폭행’은 올해만 문제가 된 것이 아니다. 지난 2010년 해군에서 부하 여성장교를 간부 두명이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2012년 여군 부사관 성추행혐의로 특전사령관이 보직해임 되었으며, 2017년엔 해군 대위가 상관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군대 내에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끊임없이 성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군대 내 성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를 포함한 여성단체들과 인권단체는 계속하여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관련자를 엄중처벌하라고 목소리를 내왔다.

이번 사건은 예전과는 다르게 군대 내 성범죄 문제 뿐만 아니라 조직적 은폐사건도 포함되어 있어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사건 시작부터 현재까지 과거부터 수없이 보아왔던 군대 내 병폐가 고스란히 들어있었다. 국민들은 엄정하고 공정한 법을 통해 단죄와 예방을 원하지만, 질서를 유지해야할 군형법은 솜방망이였다.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실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 6월 말까지 각 군 군사법원에서 다룬 성범죄 재판 약 1천 700여 건 가운데 175건(10.2%)만이 실형 선고를 받았다. 민간 성범죄 발생 후 실형선고를 받는 비율보다 절반도 안된다.

이번 군대 내 성범죄 사건은 문재인 대통령이 엄정한 수사와 전반적인 병영문화 혁신을 위한 종합적인 개선기구 설치를 국방부에 지시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민간 시민단체 등 각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하는 병영문화 혁신 권고안 마련을 위한 민관군 합동위원회를 6월 출범시켰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끝맺음을 하지 못한채, 각종 논란 속에 활동이 종료되었다.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반복되는 피해자들의 고통을 끊어내야 한다. 독립적인 군 인권기구 설치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여 사건이 발생한 원인부터 해결되기까지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되는 현 체계를 고쳐야 할 것이다.

여성가족부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 발표

올해 4월 여성가족부는 전통적 개념의 가족을 탈피해 가족 구성의 다양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개편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기본계획은 향후 5년(2021 – 2025)간 가족정책 추진의 근간이 될 예정이다.

건강가정기본계획의 추진방향은 총 3가지(▲ 가족 다양성 포용, ▲ 모든 가족의 안정적인 삶의 여건, ▲ 가족구성원 개개인 존중)로 나눠지며, 과거와 달리 1인 가구 비중과 2인 이하 가구의 비율이 절반이 넘는 등 가족형태가 다양해짐에 따라 현대 사회와 맞지 않던 혼인·혈연·입양만을 가족으로 인정하는 현행 법률의 형태 등 제도를 개선했다.

현대 사회는 가족의 개인화, 다양화가 더욱 심화되어 가족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해진 사회로 되면서 기존 제도가 오히려 보편적 권리를 제한하거나 차별을 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여성가족부는 ▲ 미혼부 자녀의 출생 신고 시 모의 정보를 일부 알고 있는 경우, 모의 비협조 시에도 법원을 통해 출생 신고가 가능하도록 요건을 완화, ▲ 현행 자녀성 결정방식을 자녀 출생신고 시 부모가 협의해 부 또는 모의 성을 따를 수 있도록 하며, ▲ ‘혼중자’, ‘혼외자’ 등 차별적 용어 개선을 위해 법개정 추진, ▲ 양육의무 불이행시 상속대상 제외 방안 마련, ▲ 민간 육아도우미 국가자격제도 도입 추진 등 다양한 가족을 포용하고 안정적 생활여건 보장, 건강한 사회조성을 위해 이번 기본계획을 마련했다고 한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를 포함한 많은 여성단체들은 양성평등 확립, 가족의 다양성 인정, 양육책임을 위한 건강가정기본계획을 환영했으며, 건강가정기본계획이 변화하는 사회에 제도가 빠르게 적응하고, 함께하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탈레반, 아프가니스탄 장악 이후 여성 인권탄압

올해 4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9월 11일까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를 발표한 이후,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에게 항복하였고 결과적으로 아프가니스탄은 다시 탈레반 손에 들어가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은 다시 과거 여성인권 탄압 시대로 역행하고 있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장악을 앞두고 있을 때, 아프간 안팎에서 탈레반 정권이 다시 장악하게 된다면 과거처럼 이슬람 샤리아법을 앞세워 다시 통제하며, 여성인권 제약과 비인도적인 처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으며, 이러한 우려를 의식했는지 탈레반은 향후 권력을 쥐더라도 학업 및 일자리 접근, 여성 혼자 집밖 외출 허용 등 여성 권리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여성의 드라마 출연을 금지하는 미디어 규칙을 발표하였으며, 심지어는 부르카 미착용 여성이 탈레반의 총에 맞아 숨지고 어린 소녀들은 탈레반 전사들과의 강제 결혼에 동원되는 등 탈레반의 약속이 무색하게 여성인권은 과거보다 후퇴됐다.

인권 보장을 위해 여성들이 거리에 나서자 탈레반은 무력으로 진압했다. 해외 매체에 따르면 탈레반이 수도 카불에서 시위에 나선 여성들에게 최루탄 발사와 경고사격을 하고 시위대를 해산시키며 폭력으로 진압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폭력 진압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목소리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8월 16일 “아프가니스탄 내 모든 적대행위 즉각 중지” 및 “포용적 새 정부 구성”을 요구하는 언론성명을 냈고, 이어 8월 30일, 유엔헌장 25조하 모든 유엔회원국의 이행에 관한 구속력을 지닌 결의문 제2593(‘아프가니스탄 상황’)을 채택했다. 9월 17일에는 포용적 정부 수립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제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탈레반도 여성들의 안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이제 전세계가 여성들의 목소리에 응답해야 한다. ‘여성·평화·안보에 관한 유엔안보리결의 1325’에 따라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안전이 보장되는 평화적인 사회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변화 혹은 정체된 해외의 여성인권

2021년 전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고통을 겪는 와중에도 국내외 여성 인권에 대한 관심은 끊이지 않았다. 범국가적으로 여성인권이 진전된 국가도 있으며, 정체되거나 후퇴된 나라도 존재했다. 사우디의 경우 여성인권이 빠르게 진전되는 국가 중 하나이다. 사우디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슬람 전통 율법 '마흐람'을 엄격하게 적용해왔다. 하지만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파격적인 개혁을 추진하며 2018년에는 여성이 경기 관람을 위해 축구장에 입장 허용 및 여성에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하였으며, 올해에는 여성은 남성 보호자와 함께 동행해야 한다는 규율을 폐지, 여성 축구리그 개최 등 여성 인권은 점차 진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여성인권이 아직 과거에 머물러있는 국가도 존재한다. 인도의 경우 아직도 공공장소에서 모유 수유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인도 엄마들은 아이에게 모유 수유하는 모습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공유하는 등 편견을 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인도는 아직 ‘여성대상 성범죄가 만연한 국가’라는 악명을 쓰고 있다. 인도 국가범죄기록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여성 강간 사건이 2만 8,000건 이상 보고됐다. 2012년 뉴델리에서 발생한 성범죄 사건을 계기로 성범죄 처벌을 강화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성범죄 근절에는 미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후퇴된 나라도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경우 탈레반 재집권으로 인해 다시 여성 인권 전망은 어두워지고 있다. 아프간 여성은 전체 고용 인구의 20% 가량을 차지하지만, 탈레반 집권 후 대부분 직장에 나가지 못하고 있으며, 부르카를 착용하지 않고 외출한 여성이 탈레반의 총에 맞아 숨지는가 하면, 카불 시내 광고판의 여성 얼굴이 검은색 페인트로 칠해지는 등 1990년대 집권기의 여성인권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

온라인 그루밍 처벌법 마련·양육비 이행법 제정

지난해 대한민국 전역을 충격에 휩싸이게 만든 ‘n번방’ 사건을 기점으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문제점이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올해 2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적으로 착취하기 위해 유인 및 권유하는 그루밍 행위를 처벌하는 등 내용을 담은「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벌률안」(이하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9월부터 시행됐다.

이번 개정안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적 유인, 권유 행위’를 ▲ 19세 이상의 사람이 아동·청소년에게 성적 목적의 대화를 하거나 해당 대화에 참여시키는 행위, ▲ 성교 행위·자위 행위 등을 하도록 아동·청소년을 유인·권유하는 행위, ▲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기 위해서 유인하거나 성을 팔도록 권유하는 행위로 정의하는 등 내용이 담겼다.

n번방 성착취 사건처럼, 온라인 그루밍은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및 성폭력 등의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시행전까지 정보통신망에서 아동·청소년에게 성적 목적으로 접근하여 대화하거나 성적 목적의 유인행위를 처벌하는 구체적인 규정이 없었으나, 이번 법 시행으로 온라인 그루밍을 통한 미성년자 성착취가 근절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양육비 이행지원 개선을 위해 정당한 사유 없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명단공개·출국금지·형사처벌이 가능할 수 있도록「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이행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여, 올해 시행되고 있다.

이번 이행법은 양육비 이행절차 개선 및 소송기간 단축, 양육비 채무자의 소득·재산을 행정정보망을 통해 조회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등 양육비 채무 불이행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다.

하지만, 출국금지 대상이 되려면 ‘양육비 미지급 금액’이 5천만원 이상이어야 하는 부분, 위장전입 등으로 감치명령 후속조치 불가능 등 이행법에 관한 실효성 문제가 발견되어 법안 개선 마련이 시급하다.

장기화된 코로나...변화된 여성의 삶

장기화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로 여성의 삶은 크게 변화되었다. 11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개최한 ‘2021 여성가족패널 학술심포지엄’에서 기혼 여성 10명 중 6명은 자녀 돌봄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여성이 거의 전적으로 돌봄을 책임지고 있다는 ‘코로나19 이후 기혼취업 여성의 삶의 변화가 스트레스 및 직무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논문을 공개했다.

해당 논문에서는 조사에 참여한 여성의 61.7%는 코로나19로 자녀 돌봄 노동이 이전보다 어려워졌고, 37%는 가사노동시간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주당 평균 돌봄시간은 여성의 경우 2시간 미만이 가장 많았으며 남성의 경우 10분 미만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가장 어린 가구원을 돌본 사람이 ‘자녀의 어머니’라고 응답한 비율이 89.9%로 여전히 자녀돌봄의 책임은 여성에게 국한되었다.

코로나19는 여성의 안전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11월말, 여성 차별 철폐와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 UN Women은 여성들이 가정이나 공공장소에서 안전을 위협받는 일이 크게 늘어났다는 ‘코로나 대유행의 그늘: 코로나19 유행 동안의 여성에 대한 폭력’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여성의 45%가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이후로 폭력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응답자의 23%는 가정폭력이 더 자주 일어난다고 밝혔으며, 56%의 여성은 코로나19 이후 집에 있는 것이 덜 안전하다 느꼈다. 가정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로 신체적 폭력이나 위협을 가장 많이 꼽기도 하였다.

18∼49세 여성의 절반가량(48%)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폭력을 경험했거나 다른 여성이 경험한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혀 여성이 젠더폭력에 더 취약함을 보여줬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UN Women은 전염병에 대응하는 TF의 대표성 보장을 위해 여성 참여를 늘릴 것을 촉구했으며, 젠더 교육 투자, 여성 및 가정에 대한 생계지원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돌봄’과 ‘여성 안전’에 큰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 객관적 지표로 제시됨에 따라 국내에서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촉구된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 디지털 성범죄

2020년 국내를 충격에 빠뜨린 N번방 사건, 박사방 사건을 시작으로 남녀노소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 과거까지 가해자는 남성, 피해자는 여성이었지만 최근 ‘제2의 n번방’으로 불리는 ‘남자 n번방’ 사건이 알려지면서 남성의 경우에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과 ‘알페스 사건’을 통해 여성이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여지없이 보여줘 가해자·피해자는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올해 초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 피해 지원을 요청한 남성 피해자 수가 2019년 255명에서 지난해 926명으로 3.6배 늘었으며, 여성 피해자수도 동기간 대비 2.2배 증가했다. 아동·청소년·노인 또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성노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아동·청소년 5명 중 1명은 디지털 성범죄 노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디지털 성범죄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국회 양금희 의원실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8년 1,315명, 2019년 2,087명, 지난해 4,973명, 올해 9월까지 5,695명으로 이미 지난해 피해자수를 넘어섰다.

디지털 성범죄는 무관용 원칙 아래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대다수 사건들의 가해자는 강한 처벌을 받았지만, 불법촬영, 딥페이크 영상 유포 등 ‘흔한’ 사건은 처벌을 강하게 받지 못했다. 법무부가 발간한 ‘2020 성범죄백서’를 보면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성범죄 등록사건 중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이 차지하는 비율은 7만 4956건 중 9317건이며 이에 대한 처벌은 전체 9317건 중 벌금 5268건(56.5%), 집행유예 2822건(30.3%), 징역형은 763건으로 8.2%에 그쳤다.

이러한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해 여성가족부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운영중에 있으나 센터의 인력 상황은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 센터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피해자의 신고에 대해 피해상담･심리적 지원을 제공하고, 의료･법률서비스 등을 연계해 주고 있지만, 해당 활동이 법적으로 제도화되어 있지 않는 등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높다. 디지털 성범죄 처벌 강화와 동시에 피해자 지원을 빠짐없이 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할 때다.

데이트 폭력으로 신변보호 받던 30대 여성 사망

2021년도 여전히 데이트 폭력에 대한 사회적 공분은 끊이지 않았다. 제주 중학생 살인사건, 울산대학교 사건, 마포 오피스텔 상해치사 사건, 서울 중구 오피스텔 살인사건, 경찰 신변보호 중 사망한 30대 여성 사건 등 다수의 사건들이 언론에 보도되었으며,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데이트 폭력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경찰에 접수된 데이트 폭력 신고는 81,056건에 달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6년 9,364건, 2017년 10,303건, 2018년 10,245건, 2019년 19,940건, 2020년 18,945건으로 데이트 폭력 신고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처벌은 미약하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데이트 폭력 유형별 신고 건수, 입건, 조치 현황’에 따르면, 2016∼2020년 살인·살인미수, 폭행·상해, 체포·감금·협박, 성폭력 등 데이트 폭력 사건은 총 47,755건으로 집계됐으며 이중 구속된 인원은 2,007명밖에 되지 않는다.

데이트 폭력은 폭언이나 협박으로 시작하나, 폭행 및 성폭행 등 강력범죄로 진화하는 경향이 강하다. 데이트 폭력은 이별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어 스토킹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현재 시행중인 제도는 구멍이 많다. 최근 서울 한 오피스텔에서 데이트 폭력을 당해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30대 여성이 전 남자친구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여성은 데이트 폭력 신변보호 대상자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건 당일 피해자가 두차례 긴급호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엉뚱한 곳으로 출동하는 등 경찰이 신변보호를 충분히 이행하지 못했고, ‘데이트 폭력은 현행법의 사각지대’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우선적으로 데이트 폭력 피해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제19대부터 제21대까지 계속 관련 법안들이 발의되었으나 ‘연인관계 규정 모호’ 등의 이유로 통과되지 않았다. 데이트 폭력을 실질적으로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데이트 폭력 가해자 처벌 및 피해자 보호법 마련과 함께 가해자에 대한 적극적 처벌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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