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고은 기자] 이통3사(SKT, KT, LGU+)가 통신장애·단절 등으로 발생하는 직·간접적인 손실에 대해 적절하고, 합리적인 보상에 나서도록 불공정한 약관을 개정해야 한다는 통신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시민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이들 기업을 상대로 공정위에 불공정약관 심사청구를 제출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이통3사들이 통신소비자들에게 적용하고 있는 통신장애에 따른 손해배상 기준과 범위가 현재의 통신상황을 외면해 소비자들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약관 조항임으로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불공정약관심사청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연속 3시간 이상 혹은 1개월 누적 6시간’을 초과해야 받을 수 있는 피해보상 약관을 현재의 통신 속도에 따른 각 상황을 고려해 최소한 ‘연속 10분 이상 혹은 1개월 누적 30분을 초과’한 경우로 개정하고, 단순 통신요금 감면이 아닌 직·간접적으로 실제 발생한 손실을 제대로 보상토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통3사의 회원약관 중 ‘통신사들의 책임 있는 사유로 연속 3시간 이상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거나, 1개월 누적시간이 6시간을 초과할 경우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 시간에 해당하는 월정액과 부가사용료의 8배에 상당한 금액을 기준으로 손해배상’한다는 조항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이 규정한 신의성실 원칙을 위반(제6조 제①항)하고, 회원들에게 부당하고 불리한 조항(제6조 제②항제1호)이므로 반드시 개정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현재의 약관은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책임에 따른 손해배상 의무를 부당하게 경감하는 조항이고, 사업자들의 고의․중대한 과실로 인한 법률상 책임을 배제하려는 조항에 불과하다.”면서 “20여 년 전에 개정돼 현실과 동떨어진 약관 내용들은 회원들의 권리와 권익을 보장해 주지 못할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자유롭고 편리한 통신망 이용에 대한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0월 25일 발생한 KT통신장애로 음식점주들은 배달앱 주문을 받을 수 없어 금전적 피해가 막대했다는 주장이다. 배달노동자들은 새로운 주문을 못 받고 음식을 픽업했지만, 손님 주소지가 사라져 제대로 배달도 할 수 없었다는 것. 일반 이용자들도 인터넷 차단으로 인한 업무 자료 손실, 온라인 비대면 수업 및 시험 관련 피해, 주식시장 이용 불가로 인한 손해 등 여러 유형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단체는 또 “KT는 11월 1일 피해보상안을 발표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손실 보상안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다. KT는 통신장애 발생시간 89분의 10배 수준인 15시간 상당으로 피해액을 산정했고, 소상공인 대상으로는 별도 기준을 적용해 10일분의 요금을 보상한다고 했다. 대략 개인고객은 1천원, 소상공인은 7천원 정도를 감면받는다. 단 1분만 통신이 끊겨도 다방면으로 광범위하고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통신소비자들을 우롱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통신장애는 KT 협력업체 직원들이 라우팅 작업 도중 ‘exit’라는 명령어를 누락해 발생한 명백한 인재였다”고 지적하면서,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상황에서 단순히 통신장애 시간에 대한 사용요금을 감면하는 것만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인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해도 법률상 책임있는 이통3사들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하도록 한 불공정한 약관이 개정되지 않고서는 적절하고 합리적인 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은 공정위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약관심사를 통해 ‘이통3사 이익 보호’ 아닌 ‘통신소비자 권익 보호’에 나서야 한다”면서 “통신소비자들이 겪고 있는 부당하고 불공정한 내용들을 개선하고, 소비자들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통신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손해배상 관련 약관 중 ‘연속 3시간 이상 혹은 1개월 누적 6시간을 초과해야 한다’는 조항은 반드시 개정해야하며, 강력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명문화된 약관규정의 개정에도 시급히 나서야 한다고 짚었다.

한고은 기자  h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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