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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토식단(keto diet) 이야기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1.11.26 13:38

[여성소비자신문] 코로나 팬데믹의 비극 가운데 ‘감염 확진자’보다 더한 것이 ‘체중 확찐자’라는 말이 웃어넘길 농담거리가 아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 두려워 나가던 직장도 그만두고 집에서 먹고 뒹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슬금슬금 체중이 불어나고 있다.

180cm의 키에 적절한 체중 72kg을 자랑해온 나의 몸도 코로나 방역을 따르는 1년 사이에 4kg이 늘어난 76kg의 과체중이 되었다. 이 불어난 체중은 근육이 아닌 허리둘레에 집결하여 ‘확찐자’로서의 특징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서둘러 병원을 찾아 받은 종합건강진단에서 지방간 판정과 함께 당뇨병 초기 진단이 내려졌다. 당뇨병 진단 기준이 되는 당화혈색소 6.5%를 초과하여 6.8%를 기록함으로서 대사성질환 환자가 된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진을 받으면 3주가량의 병원입원으로 치료가 될텐데 ‘체중 확찐자’의 지방간과 당뇨병으로 나타난 대사성질환은 의사의 처방만으로 치료되는 쉬운 질병이 아니다. 전문의의 지도아래 나 스스로가 관리하며 해결책을 찾아야 할 만성질환 즉 고질병인 것이다.

혈당강하제인 당뇨약을 처방해주겠다는 전문의의 제안에 6개월 후로 처방을 미루어 달라는 부탁을 했다. 상태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열량섭취를 줄이고 운동량을 좀 더 높이라는 교과서적인 담당의사의 권고와 함께 건네받은 건강검진결과보고서를 받아들고 병원을 나섰다. 나이 때문에 무리한 운동으로 열량소비를 늘리기는 어렵고 기껏해야 먹거리의 선택을 통한 식단조절에 기대를 거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한숨이 나왔다.

세상에는 수많은 체중감량 기법이 소개되어 있다. 그러나 내 주위의 친지들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결의를 다지며 시작한 체중관리이지만 결국은 요요현상 때문에 좌절과 포기의 실패담으로 끝맺음을 한다. 실패담들을 남의 이야기처럼 들어 왔으나 이제는 나의 이야기를 해야 할 절박한 처지에 놓였다. 고심 끝에 그동안 벼르던 키토식단(keto diet)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체중감량을 위한 식이요법으로 전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키토식단은 키토제닉 다이어트(ketogenic diet)의 줄임말이며 저탄수화물 고지방(저탄고지) 식이요법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탄수화물 섭취는 최소화하되 대신 지방질 섭취량을 늘림으로서 총 열량 섭취는 유지하는 것이 기본요령이다.

지방을 먹어서 체지방을 태운다는 키토식단에 대한 우려와 반론도 많지만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 유럽국가에서 인기를 얻어 왔기에 스칸디나비아 식단(Scandinavian diet)으로도 널리 알려져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에 들어와서 젊은 층의 호응을 받아 유행하고 있는 체중감량 식이요법이다.

한때는 지방층이 많은 삼겹살을 무제한 섭취하며 살을 빼는 식이요법이라며 ‘삼겹살 다이어트’라고 불리우곤 했다. 키토식단의 기본원리는 탄수화물 과다 섭취에 따른 인슐린 분비를 최소화함으로써 체내 인슐린과 혈당수준을 낮추고 체지방 축적을 방지하는 것이다. 아울러 식욕조절호르몬인 렙틴(leptin)의 작용을 정상화함으로서 식후 포만감을 불러오게 되어 식사량을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한 식단은 탄수화물은 최소, 단백질은 낮거나 중간 정도, 지방질은 높은 것이 특징이다. 그 결과 섭취한 다량의 지방질이 몸 안에서 분해되어 케톤체(ketones)들을 과다하게 발생시키고 케톤체가 포도당을 대신하여 세포와 조직의 에너지원으로 활용되게 한다.

이처럼 몸 안에서 케톤체의 과다발생으로 인한 체내 케톤체 축적상태를 케톤증((ketosis)이라고 부른다. 몸이 케톤증을 유지하면 체내 세포나 조직에서 포도당 대신 케톤체를 주에너지원으로 사용하므로 지방분해가 촉진되어 체지방이 감소하고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되어 혈당치가 정상화 된다.

키토 식이요법은 1920년대부터 뇌전증(간질) 치료를 위해 이용되어 왔다. 즉 케톤체가 두뇌세포의 에너지원이 되기 때문에 간질 발작을 억제하는 치료효과를 가져온다. 그후 과학자들은 케톤체의 다양한 생리적 기능을 조사하고 영양학적으로 유발한 케토증이 당뇨병, 지방간, 비만, 암 치료는 물론 치매환자의 인지기능 향상 효과를 지닌다는 연구결과를 얻었고 건강증진에 활용하고 있다.

우리 밥상에서 저탄고지의 키토식단을 짜는 것은 그리 간단치가 않다. 하루에 섭취하는 총 열량 가운데 절반 가량(50~60%)을 지방질에서 오게 하려면 하루에 120~150g의 지방질을 섭취해야 한다.

공중 매체를 통하여 소개되는 의사나 연예인 등 명사들의 성공담에 의하면 매끼 식단의 대부분(60~90%)이 돼지고기나 소고기 등의 육류로 그리고 밥은 하루 반공기 정도를 먹음으로 요요현상 없는 체중감량을 이루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과비한 상태에서 단기간 체중감량을 위한 전시용으로는 효과적일지는 모르겠으나 지속적인 식이요법으로 활용하기에는 무리인 것 같아 나 나름의 키토식단을 작성하였다.

가장 어려운 것은 잦은 외부활동과 함께 외부의 점심식사에 제공되는 탄수화물이다. 점심식탁에 나오는 밥이나 면류의 섭취량은 반으로 줄이고 디저트는 기피하도록 하였다. 아침식사는 각종 채소류와 견과류를 섞은 샐러드와 동물성식품인 계란, 치즈에 더하여 30g 정도의 코코넛오일(coconut oil)을 섞은 요플레로 식단을 짜보았다.

저녁식사에는 닭고기, 돼지고기, 생선 등의 육류와 함께 볶은 대마씨(hemp seed)나 콩과류 종실을 죽으로 만들어 식욕증진을 도모했다. 이로써 하루 열량 섭취량은 2500kcal, 탄수화물은 100g이하로 계산되었다. 이와 같은 내 나름의 현실적인 키토식단 짜기와 교회 동료들과 함께 만보걷기 계획을 세웠다.

그후 6개월 동안 노력의 성과는 만족스러웠다. 체중감량 4kg으로 기대치인 체중 72kg이 되었고 당뇨병 진단을 받은 당화혈색소 6.8%가 6.5%로 감소하여 당뇨약 복용을 면하게 되었다. 지속적인 키토 식이요법으로 1년후 병원 종합진단에서 체중 71kg, 당화혈색소 6.4%, 그리고 지방간 무증세로 담당의사의 칭찬을 받았다.

오래 지속되어온 우리의 식습관과 밥상 차리기로는 키토 식이요법이 그리 용이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키토식단의 고민을 해소할 수 있다는 키토식품이 많이 유통 판매되고 있고 여기에는 과대 과장 광고도 많다. 몇 개월 전에도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364개의 ‘키토제닉 식단’ 광고 가운데 360개를 위법판정으로 행정처분을 내린 적이 있다. 따라서 ‘삼겹살 다이어트’와 같은 자극적인 광고와 유행에 현혹되기 보다는 다소 효과는 더디더라도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저탄고지 식이요법을 계획하여 실행한다면 요요현상 없는 체중감량 및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당뇨병 예방에 효과적인 건강관리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kkucwka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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