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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미래를 위한 산업보안의 중요성
류원호 국민대학교 법무대학원/세종대학교 정보보학과 | 승인 2021.11.10 16:49

[여성소비자신문] 산업보안(Industrial Security)은 산업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자산을 보호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말부터 첨단기술 보호 활동에서 ‘산업보안’이란 용어를 사용하며 중요시 되어오다 2003년 국가정보원에서 산업기술의 해외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산업기밀보호센터가 설치되었고 2006년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산업보안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어 법으로 규제되면서 현재까지 이르렀다.

산업보안의 보호대상이 대부분 기업의 첨단 핵심기술이나 영업비밀과 같이 비밀 형태로 보호되고 있는 것으로 내부자나 산업스파이를 통해 부정유출되거나 해커의 목표가 되기도 한다. 국가핵심기술이나 특정 과학기술, 방위산업기술 등이 유출되어 경쟁국가나 적성국가에 유출될 경우 국가 안보는 물론이고 경제상황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산업보안은 계속 강조되고 있다.

산업보안의 중요성은 고대국가에서부터 강조되어 왔다. 기원전 15세기경 지금의 터키와 시리아 평원지역에 500년간 강력한 고대국가 ‘히타이트제국’은 당시 주변의 초강대국가 이집트를 겁내지 않을 정도로 강력했고 자신감이 있던 이유는 당시의 최첨단기술인 철광석에서 뽑아낸 철을 대형 용광로를 통해 1650도로 녹여서 무기와 농기구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최초로 개발하고 보유했기 때문이다.

당시 주변국들은 아궁이에 불을 땔 정도의 900도 가량 청동기를 이용한 무기가 대부분이었으므로 히타이트제국이 개발한 철기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으나 제작 기술을 오랫동안 철저하게 보호되다 도리아인의 그리스반도 침공과 유목민족의 유입 등의 이유로 철기기술이 주변국가로 유출되며 결국 막강한 세력을 자랑했던 히타이트제국은 기원전 13세기에 이르러 멸망하게 되었고 지금도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 외에 당시에 그런 제국이 있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잊혀져간 국가가 되었다.

19세기 초 영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최첨단 방직기술의 경우에는 철저하게 보호되고 있는 상황이었으나 미국의 산업스파이가 침투하여 기술을 빼내오는데 성공하여 미국이 산업국가로 발전하는 계기가 된 바도 있으며, 영국은 19세기 당시 기호식품인 중국의 차(茶)를 막대한 돈을 들여 수입하는 대신해 인도에서 아편을 만들어 중국에 팔기 시작하며 ‘아편전쟁’을 일으켰고 그 뒤 차를 계속 수입할 수 없어 식물학자를 중국에 몰래 잠입시켜 차의 묘목과 씨앗을 인도로 반출한 뒤 직접 재배하며 안정적인 공급을 하게 된 것이 현재의 인도 히말라야 산간 지방에 세계 최고의 홍차 생산지가 되었다.

이렇듯 과거의 역사에서 독보적인 기술이나 상품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적국이나 외부에 유출되지 않게 지키려하는 지금의 산업보안 차원의 활동을 했으며, 주변국에서는 이러한 신기술을 산업스파이를 통해 훔쳐오려는 활동을 끊임없이 했던 것으로 지금까지 이러한 역사는 생존을 위한 첨단기술 확보 전쟁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역사에도 첨단기술이 있었으며 산업스파이 활동의 이야기가 있다. 고려시대 원나라에 사신으로 방문했던 문익점이 돌아오는 길에 몰래 목화씨를 숨겨 들여와 장인과 함께 재배에 성공했다는 이야기 인데, 이 이야기는 만들어진 허구라는 설과 원나라에서 목화 반출을 금지했던 것도 아니었고 이미 백제시대 때 면직기술이 있었다는 설도 있으나 문익점 설이 사실이라면 국익을 위한 최초의 산업스파이인 셈이다.

우리나라의 첨단기술을 외국에 빼앗긴 가장 뼈아픈 역사도 기억해야 한다. 조선왕조의 10대 왕이었으나 폭군으로 기록되며 폐위되어 왕이 아니라 왕자로 역사에 남아 있는 ‘연산군’시절 당시 ‘은(銀)’은 중국에서 금보다도 비싼 화폐의 가치가 있어 16세기 후반부터는 은이 국제화폐로 자리 잡으며 유럽 상인들은 값싼 은을 사들여 중국에 건너가 금과 환치기 하고 가치 있는 도자기를 사들이기도 했다.

당시에는 고온으로 은을 분리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과정을 거쳐야 하는 상황이나 함경도 단천 광산에서 ‘연은 분리법’이라는 최첨단 은 생산 기술이 개발되어 연산군 앞에서 시연을 했으며 연산군의 지시로 측근에 의해 민간 채굴권이 발동되어 은 생산을 시작했으나 연산군이 폐위되며 채굴권과 연은 분리법은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지정, 광산은 폐광되어 생산이 중단되었다.

이후 종4품 벼슬이 연은 분리법을 일본인에게 유출시켜 첨단기술이 일본으로 넘어가 1533년 일본은 은을 대량으로 생산하며 국제적 화폐의 가치를 누리며 유럽 등 선진국과 무역을 통해 상당한 부를 축적하게 되었고 1543년 일본 상인이 말레이시아 말라카에서 포르투칼 상인으로부터 화승총 2정을 구입하여 군부에 제공하면서 일본식 조총을 생산하는 계기가 되었다.

조선의 첨단기술로 대량의 은을 생산하며 부강한 나라가 되어 조총으로 무장한 일본은 1592년과 1598년 2차례에 걸쳐 조선을 침략했는데, ‘임진왜란’을 고스란히 겪으며 또 다시 조선의 첨단기술이 일본으로 넘어가 일본을 군사강대국 경제대국으로 다듬어지게 한 것이 바로 조선의 ‘도자기기술’  인력 유출이다. 당시 조선의 도자기 기술은 청자와 백자라는 이름으로 세계 최고의 기술이었다고 하나 도공들은 국가로부터 대우를 받지 못했고 그림을 그려 넣는 원료가 비싸 구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앞서 영국의 차 문화를 거론했듯 당시 유럽의 부유층들은 차를 즐겨 마시며 중국의 화려한 찻잔과 도자기를 보유한 것이 최고의 부의 가치였던 것을 알고 있던 일본은 임진왜란 7년 기간 중 조선의 최고 기술인 도공들을 무작위 일본으로 잡아가 도자기를 만들도록 했으며, 그 결과로 만들어진 일본식 화려한 도자기와 찻잔을 유럽에 비싼 가격으로 수출하며 또다시 일본은 상당한 부를 축적하게 되었다.

당시 연은 분리법이나 도공 기술은 높은 온도의 불을 다루는 가마(용광로) 기술인 셈이다. 이러한 조선의 첨단 기술을 이용하여 ‘제철기술’로 자리 잡은 일본은 국제무역의 성공은 물론 각종 무기를 대량으로 생산하며 조선을 침략하고 약탈하며 병참기지로 활용하고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승리하며 조선을 식민지화 한 뼈아픈 과거가 있다. 당시에 우리나라가 두 가지 첨단기술이 발전시켜가며 발 빠르게 서양과 무역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을 정도로 현 시대에도 첨단시술을 비롯한 산업기술은 국가의 흥망을 좌우하게 되는 것으로 역사를 통해 산업보안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최근 반도체가 부족해서 자동차를 구입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요구한 ‘반도체 공급망’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응하지 않을 경우 ‘국방물자생산법’을 동원해 강제로 받아낼 수 있다고 압박한바 있다. 이에 따라 대만의 TSMC와 미국 마이크론이 먼저 정보를 제공 했고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민감한 고객사 정보를 뺀 영업정보를 미국에 제출한바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 의문이고 특히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과 관련된 내용이 있을 경우 미국과 중국의 또 다른 분쟁이 이어지면 중국의 ‘제2의 사드보복’  가능성도 있어 강대국에 끼어 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려운 현상이며, 심지어 요소수 하나로 경제가 휘청거리는 상황이다.

신라시대 때 첨단무기로 1천보를 날아 가는 활 ‘쇠뇌’를 개발한 바 있는데 당시 보통의 활은 150보 정도 여서 쇠뇌는 원거리에 있는 적을 공격하기에 무서운 무기였는데, 신라에 파견된 사신을 통해 쇠뇌를 보고받은 당나라 황제가 기술자(구진천)을 데리고 오도록 명령하여 구진천이 당나라에 잡혀가 쇠뇌를 만들어 시연하면서도 성능이 떨어지는 결과를 보여 가며 핵심기술은 노출시키지 않은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해커에게 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발적으로 핵심기술을 유출시키거나 심지어 예를 들어 탈 원전 정책으로 원전 설계담장 직원들이 감축되며 UAE 중국 영국 사우디로 이직하는 현상까지 나타난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 원전을 추가적으로 건설하는 추세이지만 기술자와 전공자들이 빠져나가듯 우리 기술이 새어나가는 현상이다.

역사에서 배웠듯 예나 지금이나 과학기술을 포함한 모든 산업기술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한다. 융합과 ‘초연결(hyper­connected)’  시대에 산업보안의 중요성을 다시금 인식하고 미래를 내다보며 정부와 기업은 물론 국민 모두가 나서서 지켜내야만 할 때다.

류원호 국민대학교 법무대학원/세종대학교 정보보학과  rwh112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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