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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노래 하면 떠오르는 최헌의 히트데뷔곡 ‘오동잎’
왕성상 언론인/가수 | 승인 2021.11.10 16:56

[여성소비자신문] 오동잎

오동잎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가을밤에

그 어디서 들려오나 귀뚜라미 우는 소리

고요하게 흐르는 밤의 적막을

어이해서 너만은 싫다고 울어대나

그 마음 서러우면 가을바람 따라서 너의 마음 멀리멀리 띄워 보내 주려무나

고요하게 흐르는 밤의 적막을

어이해서 너만은 싫다고 울어대나

그 마음 서러우면 가을바람 따라서 너의 마음 멀리멀리 띄워 보내 주려무나

띄워 보내 주려무나

대중가요 ‘오동잎’은 가을이면 자주 듣고 불린다. ‘가을 노래’ 하면 떠오르는 ‘추억의 계절 송(song)’이다. 가수 최헌의 간판 같은 데뷔히트곡이기도 하다.

음악그룹 히식스(He6)에서 ‘초원의 사랑’(1972년)으로 데뷔한 최헌은 2012년 가을 가수생활 40년, 솔로가수 데뷔 35년 만에 우리 곁을 떠났지만 ‘오동잎’은 영원히 살아있다. ‘인생은 짧고 예술(노래)은 길다’고 했던가. 바람이 스산하게 부는 이맘때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2000년대 전만해도 가요팬들은 최헌이 ‘오동잎’과 ‘가을비 우산 속’을 안 부르면 공연이 끝나지 않은 줄 알았다. ‘오동잎’이 나온 지 반세기가 다 돼가지만 신곡 같은 느낌을 준다. 4분의 4박자, 고고리듬으로 경쾌하고 노랫말에 깊은 맛이 배어있어서다. 가사에 나오는 가을밤, 가을바람, 귀뚜라미, 오동잎 등의 단어가 깊어가는 계절의 맛을 더해준다.

‘락트로트’ 노래로 “새 사운드장르 개척”

이 노래는 맨 처음 최헌이 부를 노래가 아니었다. 통기타가수 겸 방송인 서유석 씨가 노랫말을 만들어 본인이 부르려고 연습하다 우연히 최헌에게 넘어간 것이다. 그래서 대중가요집에 실린 ‘오동잎’ 악보에 서유석 이름이 없다. 안치행(1942년 1월 30일~) 작사․작곡, 최헌 노래로 돼있다.

이 곡은 ‘락트로트(rocktrot)’, ‘락뽕’, ‘락뽕짝’이란 말을 만들어내며 “새 사운드장르를 개척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최헌의 솔로데뷔곡으로 트로트에 록이 더해진 독특한 목소리의 음색이 대중을 파고든다. 특히 작곡가 안치행이 기가 막히게 편곡해 펼쳐지는 리듬이 맛깔스럽다. 목소리가 걸쭉한 최헌은 평소 “자신의 목소리와 사운드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고 자평했다.

1975년 말 음반으로 만들어져 이듬해 발표된 이 노래는 1976년 후반부터 본격 뜨기 시작했다. 1977년 초엔 5만장 이상의 음반이 팔리면서 최헌은 ‘대마초 사건’ 후 대박을 터뜨렸다. 그때만 해도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다음 가는 음반판매실적을 올려 화제였다.

1970대 중반에만 해도 가수, 작곡가 등이 음악을 해선 먹고살기 어려웠다. 가요계 대마초 파동 후 음반에 대한 사전검열과 음악연주 공간 통제가 강화되면서 하고 싶은 음악을 자유롭게 하고 녹음하는 일이 힘들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음악을 전업으로 삼는 것을 망설였다. 그런 가운데서도 샛별처럼 나와 빅히트한 가요가 바로 ‘오동잎’이다.

뽕짝풍의 멜로디와 고고풍 리듬이 접목돼 ‘뽕짝 고고’, ‘트로트 고고’라 불린 새 스타일의 주인공으로 최헌이 그 중심에 섰다. 소울(soul)과 사이키델릭(psychedelic)을 연주하던 그룹사운드출신가수가 트로트를 부른 건 뜻밖이었지만 직업적 음악인으로 살아가려는 사람으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최헌은 이처럼 음악장르를 바꿔 성공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소울은 1950년대 후반에 발달한 흑인음악이다. 리듬 앤드 블루스와 가스펠이 섞인 음악 형식을 말한다. 사이키델릭은 1960년대 중반 영국, 미국에 나타난 음악양식 중 하나로 강렬하고자극적인 음향이 특징이다.)

최헌의 음반은 안타프로덕션의 첫 작품이다. 안타프로덕션은 ‘영 사운드’의 리더였다가 작곡가로 돌아선 안치행이 대표를 맡고 이태현, 김기표 등 노래그룹 ‘더 멘(The Men)’과 ‘검은 나비’에서 활동하던 음악인들이 차린 회사였다. 최헌은 1970년대 최고의 인기 록밴드 ‘히 식스’에서 ‘검은 나비’로 그룹사운드소속을 바꿔가며 음악활동을 했다. 그는 그룹에서 보컬리스트이자 기타연주자로 뛰었다.

야구경기의 안타를 떠올리게 하는 등 회사이름이 좋았든지 안타프로덕션이 만든 노래들은 크게 사랑받았다. 최헌은 ‘오동잎’과 비슷한 트로트고고스타일의 ‘앵두’, ‘순아’, ‘가을비 우산 속’, ‘구름 나그네’와 ‘카사블랑카’를 줄줄이 히트시켰다.

그렇게 해서 최헌은 1978년에 아주 잘 나가는 가수가 됐다. 그해 말 공중파방송 3사의 가수상을 휩쓸었다. △MBC 10대 가수 가요제 가수왕 △TBC(동양방송) 방송가요대상 최고가수상 △KBS 10대 가수상을 받았다. 그는 MBC 가수왕 발표장에서 두 손으로 무릎을 탁! 치고 손뼉을 치며 일어나는 모습이 TV방송카메라에 잡혀 눈길을 모았다. 소감은 두 마디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때 제스처와 울지 않은 가수왕이 됐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다. 하지만 그는 무대 뒤로 가선 눈물을 흘렸다. 인기에 날개를 단 최헌은 이듬해(1979년) 여름 지방공연에 나서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다.

40일간의 전국순회리사이틀 제목은 ‘소박한 사나이, 깻잎’이었다. 얼굴에 점이 많다는 것과 히트곡 ‘오동잎’을 묶은 것이다. 최헌이 걸쭉한 음성으로 꾸준히 사랑받아온 비결은 그런 소탈함에서였다. 그는 2000년대 들어서도 활발히 뛰었다. ‘비타민’(KBS), ‘꼭 한번 만나고 싶다’(MBC), ‘도전 1000곡’(SBS) 등 방송에 자주 나왔다. ‘비타민’과 ‘꼭 한번 만나고 싶다’는 1년씩 출연했다. 한 조사에서 7080세대가수 중 행사분야로는 서수남, 박강성에 이어 3위에 올랐다. 그는 장철웅의 노래 ‘내일은 해가 뜬다’를 리메이크한 ‘울다 웃는 인생’이란 음반도 냈다.

북한태생, 학창시절부터 그룹음악 활동

최헌은 1949년 함경북도 성진에서 태어나 서울 대광고, 명지대를 졸업했다. 그는 명지대 경영학과 재학 중이던 1960년대 말 미8군에서 밴드활동을 하며 음악생활에 들어갔다. 주로 팝송을 부르며 이름을 알렸다. 그 가운데서도 흑인노래를 많이 불렀다.

그는 일찍 전국구 오빠부대를 거느렸다. 1970대 종일 라디오를 틀어놓고 일했던 섬유공장 여성근로자 등 팬들이 많았다. 극장 쇼를 하면 많은 여성들이 꽃다발을 들고 찾아왔을 만큼 사랑받았다.

1975년 대마초 파동 후 노래그룹들이 깨어지면서 그는 트로트가수로 돌아섰다. 1981년엔 중매로 결혼도 했다. 선을 본 지 3개월만이었다. 그는 결혼을 하면서 노래를 그만두고 싶어 했다. 가요계 정상에 올랐으니 내려가는 길뿐이란 생각에서였다.

오디오가게 등을 운영하며 몇 년간 쉬었다. 1984년엔 다시 ‘불나비’란 밴드를 만들어 리더로 활동하며 번안곡 ‘카사블랑카’와 ‘도시의 밤’을 취입했다.

그러나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최헌의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 2011년 암 선고를 받은 것이다. 그해 노래그룹 ‘히식스’가 재결성됐으나 함께하지 못했다. 그 후 투병을 하다 2012년 9월 10일 오전 64살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유족으로 부인(배영혜)과 딸(서윤), 아들(호준)이 있다. 그는 노제(路祭) 없이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 성남시 분당 메모리얼파크에 모셔졌다.

천안함 추모곡도 만들어

‘오동잎’을 만든 안치행은 1972년 6인조 록밴드 ‘영사운드’의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로 가요계에 발을 디뎠다. ‘달무리’, ‘등불’ 등 영사운드의 주옥같은 히트곡과 함께 1970년대 젊음을 상징하는 그룹사운드로 폭넓은 인기를 얻었다. 나훈아의 ‘영동부르스’, 최헌의 ‘오동잎’과 ‘앵두’, 윤수일의 ‘사랑만은 않겠어요’와 ‘갈대’, 김트리오의 ‘연안부두’, 박남정 ‘아 바람이여’ 등 록, 발라드, 트로트까지 여러 장르의 명곡과 국민애창곡을 만들었다.

특히 천안함 침몰로 세상을 떠난 수병들과 한주호 준위 등을 추모하는 노래를 발표했다. 그는 2010년 4월 20일 본인이 작사·작곡하고 가수 김선이 부른 추모곡 ‘빛이 되어’와 ‘그리움은 저 하늘에’ 2곡을 공개하며 망자들을 위로했다. 

김선은 1960년대 미8군 무대에서 ‘바보스’, ‘4다이나믹스’, ‘신중현과 돈키스’ 등의 멤버로 활동하다 미국으로 이민간 뒤 우리나라를 찾아 안치행과 힘을 합쳤다. 불자인 안치행은 불교대중화를 위해 반야심경, 금강경찬, 신묘장구대다라니 등이 힙합리듬의 목탁반주에 맞춰 실린 음반(‘심경’)도 냈다.

왕성상 언론인/가수  wss404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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