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오피니언
도루묵과 비타민
건국대 강창원 명예교수 | 승인 2013.11.25 15:22

   
 
알이 꽉 찬 알도루묵 조림은 늦가을의 별미이다. 볼록 튀어나온 배에 가득한 알 때문에 살보다 알이 더 많아 보이는 알도루묵 조림의 맛에 정신없이 밥그릇을 비우고 있는데 앞에서 식사하시는 노신사 한 분이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맛이 없어 도루묵이라고 불리는 생선을 맛있다고 하는 걸 보니 며칠 굶은 사람 같다고 한다.

임진왜란으로 피난길에 오른 선조대왕에게 은색갈 나는 묵이라는 생선요리가 얼마나 맛이 있었던지 묵이라는 이름 대신 은어라는 이름을 하사하셨다고 한다. 그 후 궁궐에 들어온 왕은 진수성찬에도 불구하고 별로 입에 맞는 요리가 없었던지 피난길에 맛본 은어라고 이름 주어진 묵을 찾게 되었다. 그러나 막상 상에 오른 묵의 맛은 피난시절 은어와는 너무도 달라서 은어의 이름을 ‘도루묵’으로 부르도록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도루묵이 은어로 그러다가 은어가 도루묵으로 변하는 것은 묵이라는 생선 탓이 아니라 순전히 선조대왕의 입맛 탓이다. 환경이나 생리적인 요인으로 입맛이 좋아지면 묵이 은어로 보이고 반대로 입맛을 잃게 되면 은어가 도루묵이 된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3명중 1명은 식사량이 부족하고 63% 가량이 저체중이거나 영양불량상태라고 한다. 특히 칼슘, 비타민 A 그리고 리보플라빈 결핍이 심한 대신 소금섭취량은 권장량의 2배 이상이란다. 내 앞에서 식사하는 노인도 도루묵은 물론 전에 맛있게 먹던 것들도 도대체가 입맛이 없어 식사를 제대로 못하다 보니 체중도 감소하고 기운이 나지 않고 사는 재미가 없다고 푸념을 하고 있었다.

건강진단을 했는데 특별한 이상 증세는 없다고 했다. 종합비타민 및 미네랄 복합제를 복용하느냐고 물었더니 의사가 처방도 해주지 않는 약을 왜 먹어야 하느냐고 반문하였다. 오히려 어느 방송매체에서 들었는데 비타민을 복용하는 사람보다 복용하지 않은 사람들의 수명이 더 길고 비타민 복용의 부작용도 많다고 들었단다.

초파리가 아닌 사람을 대상으로 수명에 관한 실험을 했을 리는 만무하고 아마도 역학조사 결과가 그렇게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자면 세계적으로 알려진 장수촌에 사는 사람들은 비타민이나 광물질제 복용 없이도 다양한 먹걸이를 즐기며 좋은 환경에서 스트레스가 크지 않은 만큼 장수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열악한 환경에서 치열한 경쟁을 해야만 하는 도시인들이 비타민이나 광물질 등 영양제를 더 섭취하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수명은 장수촌에 사는 사람들보다 길지 않을 수도 있을 테니까. 그렇다고 우리 모두가 현재 삶의 터전을 버리고 장수촌으로 떠날 수는 없지 않은가? 비타민이나 광물질 섭취 과다섭취는 분명히 독성을 유발할 수도 있다. 실험동물에서도 나타나는 증세이다.

그러나 단맛이 나는 과자도 아닌 맛없는 영양제를 독성이 나타날 정도로 많이 섭취 한다는게 이해가 되는 일인가? 비타민 광물질 영양제가 약이라서 복용하지 않는다는 노인에게 계속 식욕이 회복되지 않으면 시험 삼아 먹어보라고 내가 복용하는 종합비타민 광물질 복합제를 건네주었다. 그 후 그분은 점차 식욕이 좋아진다며 밥그릇을 맛있게 비우고 있었다.

젊은이들에게는 너무 좋은 식욕 때문에 고민이 많다. 비만방지는 물론 몸매관리에도 과식은 금물이다. 그러나 노인들이나 환자들에게는 식욕저하로 탄수화물이나 지방질 등 열량섭취는 물론 필수아미노산, 비타민, 미량광물질 등의 섭취의 부족으로 건강상태가 악화되기 십상이다.

더욱이 열량섭취에 비해 그 밖의 다른 영양소 섭취가 적어 영양 불균형에서 초래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특히 미량광물질인 아연과 비타민 B군의 부족은 식욕저하를 초래하는 주요 요인이다. 즉 은어가 도루묵으로 보이게 하는 데는 이러한 미량영양소의 영향이 매우 크다. 식욕이 없으니 단맛이 나는 당류섭취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섭취하는 당류를 체내에서 잘 이용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비타민 B군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당류가 높은 식품에는 비타민 함량이 낮으니 당류 섭취가 상대적으로 높게 되고 몸은 영양의 불균형으로 인한 생리적 스트레스를 더욱 심하게 받게 된다. 특히 나이가 들어 불가피하게 약의 복용량이 많아질수록 많이 필요로 하는 비타민과 미량광물질의 양은 증가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비타민이나 광물질 복합제를 약으로 간주하여 복용을 꺼리게 되므로 몸의 컨디션은 더욱 나빠 질 수밖에 없다.

불가피하게 복용하는 약이란 결국 우리 몸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생리적 생화학적 반응을 어느 방향으로 강제 유도하거나 억제하는 스트레스원이 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비만 또한 상당수의 경우 심리적 스트레스와 함께 당류를 위주로 한 과다한 열량섭취에 비해 단백질, 비타민, 광물질, 섬유질 등의 영양소가 상대적으로 결핍되는 즉 영양소 불균형이 중요한 원인이 된다. 즉, 식욕감퇴는 물론 지나친 식욕의 경우에도 우선 먼저 적절한 운동량과 함께 균형 잡힌 영양소 섭취에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계절의 별미인 알도루묵 조림이 어떻게 보이는가? 애시 당초 생선이 비린내가 나서 기피 식품 이라면 이것은 고쳐져야 할 잘못된 식습관이다. 그리고 입맛이 없어서 아니면 단것을 너무 좋아해서 계절의 별미를 앞에 두고도 음식타령이라면 영양섭취 불균형이 아닌가 생각해보자.

누구에게나 재물욕, 식욕, 권력욕, 성욕 등이 있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욕망 충족에 따르는 만족감은 점차 감소하지만 식욕 충족의 즐거움은 더 높아진다. 비타민을 포함한 균형된 영양소 섭취로 도루묵도 은어로 보이는 먹는 즐거움도 되찾고 영양결핍에서 오는 건강문제도 해결하자.

건국대 강창원 명예교수  kkucwkang@hanmail.net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