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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비자원, 소비자 보호에 손 놓고 있다
연기영 동국대 법대 명예교수 | 승인 2021.10.28 10:55

[여성소비자신문]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 피해 구제 늑장처리 실태

보도에 의하면, 국회 정무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경기 남양주을)은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비자원’)의 분쟁조정 처리 기간이 법상 처리기한을 훌쩍 넘기고 있다”고 지적하고, “분쟁조정 업무에 하세월 하지 말고 신속하게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김 의원이 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분쟁조정 처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8년~2020년) 소비자원의 분쟁조정 처리 기간은 평균 87일로 법정 처리 기간 30일의 3배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처리 기간 최장 50건’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장 기간은 297일이었으며, 평균 처리 기간은 245일이었다. 「소비자기본법」 제66조에는 30일 안에 분쟁조정을 마쳐야 하며,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인 연장 기간이나 횟수를 규정하고 있지 않은 점을 근거로 소비자원이 내부지침(분쟁조정사무 수행지침)에 처리 기간을 210일(법정기간의 7배)로 둔 것은 늑장처리 정당화를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많다.

또한, 한국소비자원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소비자피해구제는 뒷전에 방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즉, 올해(2021.9.29.기준) 예식서비스 관련 소비자상담 건수는 11,156건이며 그 중 피해구제는 395건으로 그쳤다.

이는 예비 부부 100명 중 3명만 피해구제를 받은 것이어서 한국소비자원이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소비자들이 가장 필요한 구제수단인 피해배상보다는 주로 상담에 그치는 겻을 알 수 있다.

 피해 예식서비스 관련 소비자상담은 ‘계약해제·위약금’관련 사건(1,496건, 49.4%)이 가장 많았다. 이중에 ‘계약불이행’(437건, 14.4%), ‘단순문의·상담’(285건, 9.4%), ‘약관’(212건, 6.7%) 등 순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방역지침의 강화로 인해 결혼식 취소나 연기를 고려하는 예비부부들이 주로 위약금과 계약문제로 예식장과 갈등으로 두 번 눈물짓고 있는 것이다.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한국소비자원의 ‘피해구제’제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중 절차를 밟아야한다. 즉, 소비자는 먼저 1372상담센터를 통해 전문상담원과 ‘소비자상담’절차를 진행하고, 상담 후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에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 신청을 접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상화폐의 피해구제는 거의 불가능하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은 포켓몬고(Pokemon GO)와 같은 증강현실(AR)게임의 거래 조건을 조사했다. 그 결과 가상 현금 환불 거부, 일방적 서비스 이용차단, 콘텐츠 결함 보상 거부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거래 조건이 많다고 밝혔다.

포켓몬고는 미국의 나이언틱이 개발한 증강현실 게임으로 한 때 1일 이용자 수가 최대 약 700만 명에 이르렀으나 최근 들어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이 게임 아이템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가상 현금을 먼저 구입해야 한다.

포켓코인은 게임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상 현금으로 사업자는 1100원 부터 110,000원까지 총 6개로 이루어진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다. 포켓몬고의 가상 현금은 구입 후 7일 이내에만, 그리고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만 환급이 가능하다. 이는 국내 대부분의 온라인 PC게임에서 잔여 가상 현금을 10% 공제 후 환급해주는 것과 비교할 때 매우 불리하여 개선이 필요하지만 속수무책이다.

국내 사업자의 경우 콘텐츠산업진흥법 제28조에 따라 계약의 해제·해지의 권리, 콘텐츠 결함 등으로 발생하는 이용자의 피해에 대한 보상 등의 내용이 포함된 약관을 마련하여 이용자에게 알려야 한다. 그러나 외국 사업자인 포켓몬고는 약관에 서비스 이용 중에 발생하는 모든 안전사고 및 재산상 손해 등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는 광범위한 면책을 규정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사업자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 사업자가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소비자원은 ‘잔여 가상현금 환급 및 콘텐츠 결함 보상 거부 등 이용자에게 불리한 거래조건을 개선하도록 사업자에게 권고만 할 수 있을 뿐이고, 미국 협력기관인 거래개선 협의회와 긴밀히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는 의견만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정보통신 업종의 급속한 발전으로 각종 자격증 취득을 위한 민간 기구 및 학원에서 대면강의 뿐만 아니라 온라인 강의를 위주로 하는 학원이 급증함에 따라 수강료 환불 거부나 과다

한 해약 수수료 부과 등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수강생들은 일시불(현금 일시불, 신용카드 결제)로 수강료를 선불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그 후 정당한 사유로 수강료 환불을 요구하는 경우에도 환불 거부 사건이 약 80% 이상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불 사유로는 학원의 허위·과장 광고로 인한 피해 및 시설·강사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는 교습 시설 및 장비의 미비 등이다. 이러한 경우에 현행 ‘학원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등에 근거하여 정당한 소비자피해 구제를 한국소비자원에 신청해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사업자가 조정 결정을 받아드리지 않으면 다시 소송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물론 법 적용의 사각지대도 있어 실질적으로 피해 구제가 실현되기는 그리 쉽지 않다.
 
한국소비자원의 역할 확대 개선돼야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보호 시책을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설립한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정부 출연 기관이다. 이러한 준정부 기관으로서 소비자원은 법에 근거하여 그 역할이 제한돼 있기는 하지만 새로운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고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인적·물적 혁신이 필요하다.

최근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댓글, 메신저 등을 통한 거래가 활발해 지면서 소비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실정을 반영한 소비자 피해 구제는 강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권고에 머물러 있고 실효성 있는 구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밴드 등 SNS 이용이 활성화되면서 새로운 거래 플랫폼으로 급부상하고 있어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청약철회가 가능함으로 보다 강력한 구제가 이뤄져야 한다. 물론 국경 없이 온라인 풀랫폼을 통한 거래가 급증하고 있어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등 새로운 유형의 소비자 문제에 선제 대응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국제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소비자 불만과 피해는 국가 간 거래 관행과 법규 차이, 언어 장벽 등으로 해결이 쉽지 않다. 그래서 소비자원에서는 피해 예방을 위한 대책을 좀 더 체계적으로 수립하여 업무를 늘려나가야 한다.

물론, 소비자원이 관련 피해를 점검해 사업자의 부당 행위를 발견할 때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자율시정 권고로 강제성이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와의 긴밀한 협력 아래 좀 더 강력한 행정 지도를 취할 수 있도록 각종 소비자피해 조사 업무를 면밀히 수행하고, 이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정책 연구나 소비자상담에 치우쳤던 업무를 소비자 피해 예방과 구제를 위한 사업에 예산과 인적·물적 시설을 늘려나가야 한다.

소비자 기본법 개정 필요

소비자원은 소비자피해 구제에 관련된 소비자관련법령의 개정을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동안 2016년에 소비자 기본법의 개정으로 <리콜>의 이행 점검을 위한 권한이 소비자원에 부여되긴 했으나 실효성이 아주 적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리콜 ‘명령’을 할 수 있으나, 소비자원의 권한은 ‘권고’에 그치고 만다.

물론 2018년 소비자 기본법 개정으로 소비자원에게 ‘시료수거권’을 부여하는 개정이 이뤄졌다. 즉, “소비자의 권익 증진을 위해 필요한 경우 물품 등의 규격·품질·안전성·환경성에 관한 시험·검사 및 가격 등을 포함한 거래 조건이나 거래 방법에 대한 조사·분석이나 소비자의 불만 처리 및 피해 구제를 위한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다수의 피해가 우려되는 등 긴급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사업자로부터 필요한 최소한의 시료를 수거할 수 있다.”고 규정(소비자기본법 제35조)하여, 당해  사업자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하게 되었다

이제 소비자기본법을 개정하여 소비자분쟁조정 사건을 다룰 때에 사업자에게 자료 제출권을 강제하고, 200여일 이상 연장할 수 있는 소비자분쟁 처리기간을 60일 이내로 단축하여 처리할 수 있도록 강제규정을 두어야 한다. 따라서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분쟁조정안에 강제성을 부여하는 입법 정책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연기영 동국대 법대 명예교수  yeunky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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