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패륜(悖倫) 바이러스가 코로나 바이러스 보다 더 무서워.” 지난 해 어떤 모임에서 참석자 한 분이 던진 탄식이다. 패륜아(悖倫兒)들이 부모나 가까운 친지를 향한 온갖 더러운 패륜 막말이나 행위들을 영웅담처럼 올려놓고 낄낄거리는 인터넷, SNS, 공중매체를 가득 채운 패륜범죄들이 화제의 중심이었다.

온 나라가 백신조차 없는 패륜이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채 패륜사회로 치닫고 있어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다. 갈수록 도가 더하는 도덕과 윤리의식의 파괴에 사람들은 무감각해지고 있고, 내가 당하지 않으면 오히려 즐기는 사회적 병리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첫 코로나 확진자 발생 후 약 1년8개월이 경과하는 동안 사망자수가 2400명 정도로서 하루 평균 4명이 채 못 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치명률이 점차 감소하여 최근에는 코로나 사망자가 없는 날도 많다.

이에 비해 대한법의학회지에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자식의 부모살해 등 존속살해가 연 평균 60여건이고, 부모에 의한 자식살해도 40여건에 달하고 있다. 이 밖에도 형제, 자매, 부부간의 갈등으로 인한 살상범죄 또한 빈번하다.

이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패륜과 사회적 냉대로 인한 노인들의 자살이다. 우리나라 자살예방백서에 의하면 2019년에 13,799명이 자살했고 이중 65세 이상의 노인들의 자살자수가 전체의 40% 가량 된다.

그런데 이들 노인자살자 가운데 60% 가량이 가난, 자식들과의 갈등, 외로움 때문이라고 한다. 부모를 버리거나 폭행하는 패륜으로 인하여 하루에 약 9명 이상이 스스로의 삶을 포기하고 있다. 여기에 존속, 비속, 부부 살해를 더하면 하루 10명 가량의 사망자가 패륜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65세 이상 노년층의 고독사가 지난 3년간 56% 늘어나 우리나라 노인 인구의 증가와 함께 고독사는 더욱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패륜범죄는 양상이 점차 다양해지고 죄질이 악화되고 있으며 패륜아들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자신들을 돌보아주고 있는 80대 할머니를 칼로 찔러 살해한 고등학생 형제가 경찰에 붙잡혔다. 잔소리가 심하고 심부름을 시켜서 그랬단다. 술에 취한 채 20개월 된 딸을 강간 살해하였고 장모에게 “어머님과 성관계를 하고 싶다”라는 음란 메시지까지 보낸 극악무도한 패륜아도 있다. 아내가 정부와 짜고 거액의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다량의 니코틴액을 투여해서 남편을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올해 8월에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유족 변호를 맡고 있는 정모 변호사가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으로 존경받고 있는 김형석 교수에 대한 막말을 누리소통망(SNS)에 올려 대한노인회는 물론 수많은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정 변호사는 현정부의 정책적 오류를 지적한 김 교수에게 ‘어째서 100년 동안 멀쩡한 정신으로 안하던 짓을 탁해진 후에 시작’하는 ‘노화현상’이라고 비하했다. 그의 언사가 나간 후 그의 팔로워(follower)가 300명이 늘었다고 자랑을 늘어놓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형석 교수의 딸은 정 변호사에게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아픔으로 감히 부탁드린다. 비판이나 시비는 당연하지만 인신공격은 말아 달라. 상대방의 마음도 좀 헤아려 달라고’ 편지를 썼으나 정변호사는 오히려 자신에 대한 중상모략이라며 비난했다.

인성은 교육수준이나 지성과 무관한 것 같다. 패륜은 경제적 빈곤이나 가정내 불화 때문만도 아니다. 2018년 있었던 30대 남성의 변호사 아버지 살인미수 사건은 방탕한 생활에 빠진 아들이 부친 명의로 111억을 빌려 탕진한 뒤 아버지 유산을 노린 범죄이었다. 그후 변호사인 부친은 “아들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부모를 대상으로 한 패륜범죄만도 해마다 1천 건 이상이 된다고 한다. 매일 아버지나 어머니들 가운데 3명이 자식들에게 맞거나 협박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법이 아닌 일반적인 의미의 패륜이란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에 어긋나는 일체의 행위들을 뜻한다. 유교문화권에 속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직계존속(위쪽 친족)과 비속(아래쪽 친족)과 같은 혈연관계는 물론 부부 및 조직사회의 구성원들 간에 지켜야할 도리와 윤리를 매우 중요시한다.

따라서 혈연 및 조직사회의 질서를 교란하고 갈등을 일으키는 패륜은 법적인 제제와 관계없이 우리의 삶과 인간관계를 병들게 하는 암적인 병리현상이다. 특히 직계존속을 공경하고 잘 돌보는 우리나라의 효(孝)사상은 세계적인 역사학자인 토인비(A. J. Toynbee)의 격찬을 받았다.
이러한 아름다운 의식체계가 붕괴되고 오히려 조롱거리로 전락되면서 급속히 ‘동방예의지국’이 ‘패륜지국’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수없이 많지만 크게 가정, 사회, 개인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우리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부모들의 이혼율 증가로 인한 가정파탄과 부모들의 성공지향 황금만능주의 가치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부모의 결손에 따른 자녀들의 사랑의 결핍은 부모와 연장자에 대한 증오를 키우게 된다.

부모가 자녀를 부자나 권력자 즉  성공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릇된 가정교육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가정에서 부모의 사랑과 부모에 대한 감사가 회복되지 않는데  어디서 인성교육이 이루어지겠는가.

두 번째는 우리사회에 날로 팽배해가는 이기적 개인주의와 함께 황금만능주의, 도덕성 결여, 외모지상주의와 쾌락추구 및 지도자들의 인성결여와 불공정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권력자들의 위선적인 처세 즉 ‘내로남불’ 의식체계는 도덕과 윤리를 약자들의 변명쯤으로 취급하는 사회병리현상을 낳고 있다.

얼마 전 판사 출신의 여당 국회의원은 법안처리가 자기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국회의장의 탓이라며 SNS에서 ‘GSGG’라고 비속어를 연상시키는 표현을 했다가 사과를 하는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문화선진국이라면 당연히 이러한 패륜아는 국회의원직을 사퇴해야 마땅하다. 정치패륜은 야당도 마찬가지이다. 촉망받는 30대의 정치인이라며 선출된 당대표가 자신의 당내 대통령후보자와 개인적인 전화내용을 언론에 공개해 물의를 일으켰으나 이후 쌍방이 화해하했다. 이 과정에 당사자들은 사죄는 커녕 자기 변명에 바빴다.

학교교육의 문제 또한 크다. 생명의 사랑과 존중 그리고 예절에는 관심이 적고 오직 지식 전달에만 급급하는 교사들과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드높은 교육환경에서 패륜은 독버섯처럼 자란다.

개인의 가치관과 비젼 또한 인성발달과 윤리의식 형성에 더없이 중요하다. 한 인간은 우연히 나타난 생명체가 아니라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 가운데 부르심을 받아 하나님의 영광을 만세상에 드높이기 위한 사명을 부여 받았음을 깨달을 때 생명에 대한 경외와 사랑이 싹트고 내 삶과 가정, 사회에 대한 감사가 우러나오게 된다. 우리나라를 감염시키는 패륜바이러스는 개인, 가정, 사회에 사랑과 감사가 넘쳐날 때 예방이 가능하다.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kkucwka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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