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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은 무책임한 정전사태로 인한 책임을 져야 한다경실련, 9․15 정전사태 손해배상청구 대표공익소송 제기
김유리 기자 | 승인 2012.05.08 16:42

#2011년 9월 15일 16시 30분 경 열 살과 여덟 살 자매는 아파트 내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던 중, 갑작스런 정전으로 엘리베이터가 4층에서 멈추는 바람에 컴컴한 엘리베이터 안에 30분간 아이들만 갇히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4층에 있던 아파트 주민이 119에 신고를 했으나, 당일 119 출동건수가 많았는지 구급대원은 전기가 다시 들어올 때까지 출동하지 않았다.
당시의 충격으로 둘째아이는 한동안 당시의 일을 언급하면서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는가 하면 불안 증세에 말수조차 적어졌다. 지금도 아이들은 그때의 공포심이 남아 있어서인지 엘리베이터에 점검신호가 들어오면 불안한 마음에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15층 집까지 계단으로 걸어 올라오곤 한다.
그 후 한국전력공사에서 정전피해 접수를 받는다고 하여 내방했으나, 엘리베이터 사고의 경우, 보상 매뉴얼이 없다는 이유로 피고는 접수조차 하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다.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불안 증세를 보여 정신과 치료를 받아볼까 했으나, 아이들에게 정신과 치료 전력이 남으면 향후 장래에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고, 괜히 당시의 공포와 상처를 다시 상기시키는 것이 아이들에게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주변 사람들의 만류로 병원 치료는 하지 않았다.

#2011년 9월 15일 16시경 갑작스런 정전으로 고시원 건물 전체의 전기가 나갔고, 고시원에 설치된 CCTV 화면도 같이 전원이 나갔다. 1시간 후 다시 전기가 들어왔으나, CCTV는 전혀 작동이 되지 않아, 서비스센터에 수리를 의뢰했고, 출장 온 수리기사의 소견에 의하면 ‘정전이 되면서 갑자기 전원이 차단돼 메인보드에 손상이 가서 고장이 났다’고 했다. 단종제품이라 더 이상의 A/S는 불가하다고 해 결국 신제품으로 교체했고, 그 비용으로 81만5천원을 지출했다.

#2011년 9월 15일 오후 3시 26분경 1차 정전으로 양계장 내의 환풍기, 선풍기 등 모든 기계의 작동이 멈춰 사육하고 있던 닭들이 더위와 암모니아 가스 등에 노출되기 시작했고, 오후 4시경 전력이 공급돼 피해상황을 파악하던 중 다시 오후 5시 10분경 2차 정전이 발생했고, 2차 정전으로 놀란 닭들은 스트레스까지 받아 한 마리씩 쓰러지며 죽어갔다. 오후 6시 42분경 다시 3차 정전이 발생했다. 결국 예고도 없이 발생한 정전사태로 사육하던 1천604마리의 닭이 폐사했음은 물론 기존 닭도 스트레스를 받아 성장이 지연돼 불가피하게 조기출하하게 돼 이에 따른 재산상 손해를 입게 됐다.

   
 
경실련은 8일 대한민국 정부와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을 상대로, 9․15 정전사태에 대한 손해보상을 청구하는 대표공익소송(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민 황민호 변호사)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지난해 9월 15일 한전의 예고 없는 전력공급 중단으로 사상 초유의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냉장고의 음식은 썩고, 신호등은 꺼져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나아가 갑작스러운 정전은 생활의 불편을 넘어서 엄청난 재산적․정신적 피해를 발생시켰다. 식당이나 PC방, 회사, 공장은 영업을 포기하거나 가동을 멈춰야 했고, 엘리베이터 가동이 중단돼 소방서 등 관련기관에 구조요청이 쇄도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8시까지 이루어진 순환정전으로 인한 피해자는 753만5천여 가구로 전체 1천757만 가구의 43%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와 한전은 불가피한 상황, 면책운운하며 책임 회피에 급급한 채 손해배상도 외면했다. 이에 경실련은 적정한 보상과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며 집단소송제기를 위한 피해자를 모집하게 됐다.
이후 정부의 무능력과 안일한 대응이 정전사태의 원인임이 속속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분노는 커져갔고, 대규모 민사소송 등 국민적 분노가 강해지자 이를 잠재우기 위해 혜택이나 생색내듯 보상을 해 주겠다고 입장을 변경하였다. 정부합동점검반 조사결과, 정전사태의 원인이 수요예측과 공급능력 판단 실패, 기관 간 상황정보 미공유 및 협조부재, 위기대응 시스템의 작동 미흡, 대국민 홍보지연에 따른 피해확산 등 지식경제부, 한전, 전력거래소 등 관계기관 모두의 총체적인 부실에 기인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정부의 보상은 재산적 피해에 한정되고 이 또한 객관적 입증자료 제출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것도 단 2주(9월 20일~10월 4일)간으로 신청기간을 제한함으로써 보상여부를 모르는 다수의 피해자들은 아예 보상에서 배제됐다.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보상신청 건수는 8천962건, 금액은 610억 원에 불과했다.

이에 경실련은 접수된 집단소송인단 중 정부에 피해보상신청은 했으나 아직까지 보상을 받지 못한 피해자, 보상이 가능함에도 몰라 피해보상 신청을 못했거나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등 명백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보상을 받을 수 없는 피해자 등 6명을 선정해 대표공익소송을 제기하게 됐다.

손해배상 청구금액은 재산상 손해와 더불어 각 위자료 100만원이며, 갑작스런 정전으로 인해 컴컴한 엘리베이터 안에 갇혀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은 피해자에 대해서는 2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했다.

앞으로 경실련은 이 사건 대표소송 소제기를 시작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며, 향후에도 손해배상을 원하는 추가 피해자를 모집해 정부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 도울 예정이다.

김유리 기자  kyl@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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