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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 읽기] 정현종 '견딜 수 없네'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21.08.30 11:16

[여성소비자신문] 견딜 수 없네

                                      정현종

갈수록, 일월이여

내 마음 더 여리어져

가는 8월을 견딜 수 없네

 

9월도 시월도 견딜 수 없네

흘러가는 것들을 견딜 수 없네

사람의 일들 변화와

아픔들을 견딜 수 없네

 

있다가 없는 것

보이다 안 보이는 것

견딜 수 없네

 

시간을 견딜 수 없네

시간의 모든 흔적들

그림자들 견딜 수 없네

 

모든 흔적은 상흔이니

흐르고 변하는 것들이여

아프고 아픈 것들이여

정현종의 시 ‘견딜 수 없네’를 읽으면, 사람은 무엇을 견뎌야 하는가. 무엇을 가장 견딜 수 없는가를 깊이 생각해 보게 된다. 시인은 인간사회의 변화와 아픔을, 있다가 없는 것, 보이다 안 보이는 것을 견딜 수 없다고 표출한다. 마침내는 “시간을 견딜 수 없다”고 토로한다. 여기에는 삶과 죽음을 포괄하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삶은 시간과의 싸움이런가. 생명은 시간 속에서 변화와 소멸을 견뎌야 한다. “흐르고 변하는 것들”은 시간이 일으키는 생멸의 반복현상이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시인은 “아프고 아픈 것들”로 가슴에 끌어안는다. 바로 견딤의 미학이다.

시간을 이기지 못해 너도 나도 흘러가는 것, 그 하염없는 시간의 흔적들은 흐르고 변하는 아픈 상흔이지만 동시에 삶의 기쁨과 슬픔이기에 견딜 수 있다는 역설로 들린다.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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