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 2021.10.27 수 18:07
HOME 오피니언 칼럼
언론자유 억압용 징벌적 손해배상 입법은 철회해야 한다
연기영 동국대 법대 명예교수 | 승인 2021.08.28 22:34
[여성소비자신문]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물
 
압도적인 국회 의석수를 바탕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조국사태’ 이후 ‘검찰개혁’을 내세워 ‘검찰개악’ 입법을 통과시켰다. 그 후 ‘언론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무모하고 허황된 언론개악 법안을 만들어 국회 본회의 통과 직전에 여·야가 극한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와 여당은 <개혁입법>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야당과 시민단체·언론단체에서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반헌법적 악법, 문정권수호법>이라고 반론을 펴고 있다.
 
이 법안의 주된 내용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와 피해자 기사열람차단청구권 등이다. 이 법안에 대한 대다수의 헌법학자들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위헌성>에 관해 경고하고 있으며, 이미 학술적으로도 많은 연구가 발표되었다. 위헌성 주장의 이유를 들어 보면  ⓵현행 법으로 악의적이고 고의적인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얼마든지 형사처벌할 수 있다. ⓶법원에서 판례를 통해 적정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 ⓷5배의 징벌적손해 배상제도 도입은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과 적법절차위반으로 언론출판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헌법학자들의 주장과 함께 민사법적인 관점에서도 많은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우선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륙법 체계에서는 언론피해자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대단히 낯선 제도이며, 법률에 규정해 두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발상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의의와 연혁 및 각국의 입법현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희귀한 법제도의 도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왜 생겼나?
 

왜 이런 제도가 생겼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원래 손해배상 제도는 손해를 입었을 때, 그 손해에 따라 배상액이 결정되는 ‘전보배상주의’가 원칙이다. 그러나 무자비한 행위자를 징벌하여 재발 방지를 위해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을 엄격히 구별하지 않는 영미법에서 판례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란 ‘피해자의 권리나 법익침해가 일반 상식으로는 참기 어려운 범위를 넘어서 악의적이거나 심한 고의로 불법행위를 한 경우 가해자를 응징하고 향후 동일한 불법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실질적으로 피해자가 입은 손해이외에 특별히 더 많은 손해를 배상하게 하는 제도’이다. 즉, 징벌기능과 억제기능을 하는 형사책임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사회공동체에 가해진 <준 형사적 책임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 제도는 연혁적으로 영국, 미국, 호주, 케나다, 뉴질랜드 등 영미법계 국가에서 인정하고 있으며, 전보배상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독일, 프랑스, 일본 등과 같은 대륙법계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고, 예외적으로 특수한 경우에 특별법으로 인정한다. 특별법을 제정하는 과정은 법원의 판례에 맡겨 그 해결이 한계에 도달한 경우, 국제적인 입법수준을 고려하여 매우 엄격하고 충분한 연구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법률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물론 미국에서도 모든 주가 이 제도를 다 받아드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시칸주, 네브라스카주, 워싱턴주, 푸에로토리코주 등에서는 아직도 이 제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제적인 입법동향을 참고하여 오랜 연구와 토론을 거쳐서 제조물책임법,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인정보보호법, 환경보전법, 공정거래법, 하도급 공정화법, 공익신고자보호법, 특허법, 파견근로자보호법, 대규모유통거래 공정화법, 가맹사업거래 공정화법, 대·중소기업상생협력 촉진법 등에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도입되었다.

이런 법률에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면서 위헌적 시비나 사회 공동체적 불합의로 요즘처럼 시끄러운 갈등과 대립은 없었다. 특히, 국제적인 입법동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고, 사회공동체의 합의를 위해 실증적인 연구와 통계자료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언론중재법상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이번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너무 졸속적 입법안이고 언론개혁이라는 미명아래 언론탄압과 정권유지 및 정권교체 후 구정권보호법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심지어 <언론재갈법>, <문재인 보호법>이라는 주장도 각계각층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국제적인 언론단체가 대통령을 면담하고 이 법이 제정되면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언론의 자유가 위축된다는 우려를 표명했고, 언론계 7개 단체가 청와대를 항의 방문하였다.

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에서 과도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규정하고, 언론사의 고의·중과실을 추정하는 규정 등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법학교수회 등 법조계와 법학계는 ‘위헌의 소지가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집권 여당의 주요 대선 후보들과 언론 중재법 개정안의 입법을 주도하는 집권여당 측의 인물들 이외에는 언론 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합헌이라고 주장하거나 지지하는 경우를 찾아볼 수가 없다. 심지어 일부 여당 원로들과 친여 성향이라고 평가되는 정의당과 전국 언론 노동조합, 민주 언론 시민연합 조차도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입장이고,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도 언론의 자유에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수 있어 사회적 합의를 통한 법안 의결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발표하였다.

물론 이러한 여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법리적으로 좀 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나라의 최고법인 헌법에 위반되어서도 안 되지만 민사법적인 내용으로 기존의 다른 법  들과의 충돌이나 이중 입법의 문제는 없어야 한다.

최우선으로 검토해야 할 사항은 ‘현행법이나 법원의 판례발전으로 이번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목적으로 하고 있는 가짜뉴스와 언론에 의한 허위보도에 대한 적정한 손해배상을 피해자가 받을 수 없는지’에 관한 것이다. 아마 언론 피해로 인한 구제제도가 우리나라처럼  잘 갖춰져 있는 법제도도 세계적으로 드물다고 주장하는 법조인들이 많다. 형법상의 명예훼손죄 제도와 정정보도청구권, 반론권 등의 보장을 통해 허위·조작 보도에 수시로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 민사상으로도 인격권침해와 명예훼손 등으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고 책임의 원인 및 강도 등 종합적인 정황을 고려하여 배상액이 법원판례에 의해 정해져 오고 있다. 즉, 헌법 제21조 제4항에는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고, 민사상 손해배상 등의 방법을 통하여 피해자가 구제를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피해자를 실효적으로 구제한다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법리적으로 타당성이 없는 악법조항은 개정 법안에 명시된 고의 또는 중과실 등 귀책성의 입증책임 전환에 관한 것이다. 개정법안에는 “언론보도 등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언론사 등의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되어 있다.
 
이 조항은 민사상 고의 과실에 의한 피해입증의 법리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민사법에 의하면 원칙적으로 손해를 주장하는 측에서 상대방의 고의 또는 과실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민사법의 대원칙을 무시하고 사실상 무과실 책임을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와서 현행 법체계와 충돌하는 꼴이 된다. 오히려 준 형사 책임으로 보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 요건에 대한 입증은 형사책임의 입증 정도로 엄격해야 한다는 점을 무시한 탁상공론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와 주요 국가들은 언론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기 위해 취재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있더라도 ‘공익성’이 있다면 위법성을 깨트리는 사유가 되어 형사책임뿐만이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도 인정하지 않는다. ‘고의·중과실’을 추정하여 공익성과 무관하게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것은 법체계와 충돌될 뿐만 아니라 헌법상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 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의 판례를 분석해 보면 가짜뉴스나 허위보도 등 언론사의 위법행위로 인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위자료가 고액화되고 있음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보완책으로 법조실무상 대법원에서는 손해배상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손해배상산정기준표를 마련하는 방안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려는 언론악법의 제정보다 합리적인 입법정책임을 강조한다.

연기영 동국대 법대 명예교수  yeunky1@naver.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