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홀로 아리랑

저 멀리 동해 바다 외로운 섬
오늘도 거센 바람 불어오겠지
조그만 얼굴로 바람 맞으니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 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금강산 맑은 물은 동해로 흐르고
설악산 맑은 물도 동해 가는데
우리네 마음들은 어디로 가는가
언제쯤 우리는 하나가 될까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 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백두산 두만강에서 배 타고 떠나라
한라산 제주에서 배 타고 간다
가다가 홀로 섬에 닻을 내리고
떠오르는 아침 해를 맞이해보자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 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홀로 아리랑’은 독도지키기를 위해 만들어진 노래로 음악인 한돌(본명 이흥건, 1953년생)이 작사․작곡, 취입했다. 작사가, 작곡가 겸 포크가수인 한돌이 북한에 고향을 둔 실향민 아버지를 떠올리며 만든 곡으로 알려져 있다. 남과 북이 배를 타고서라도 만날 수 있는 곳이 동해에 있는 섬 독도라 생각하고 노랫말을 쓰고 곡을 붙인 것이다.

이 노래는 ‘제2의 애국가’라 할 만큼 나라사랑 마음과 한겨레의 혼이 서린 가요로 꼽힌다.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사람들에 대한 ‘경고메시지’이기도 하다. 독도사랑과 어려움을 은근과 끈기로 이겨내자는 뜻이 노래에 스며있다.

해마다 ‘독도의 날’(10월 25일)이면 이 노래가 자주 불린다. 그래서 이 노래는 들을수록 우리들 가슴에 와 닿는다. 제목에 우리 민족의 한과 숨결이 서려있는 ‘아리랑’이 들어있는데다 멜로디와 노랫말 또한 뭔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1절, 2절 후렴대목에 되풀이해서 나오는 ‘아리랑’ 구절과 가락이 민족혼을 말해준다. 전문가들은 ‘아리랑’이란 제목으로 이어져오는 민요가 60여 종, 3600여 곡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노래취입과 함께 독도에 나무심기도

이 노래는 1989년 10월 한돌이 낸 타래모음음반(제목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에 처음 실렸다. 1982년 가수 신형원이 부른 노래 ‘불씨’로 작곡가로 데뷔한 뒤 7년 만에 독집앨범을 선보인 것이다. 그러나 한돌의 노래는 잘 알려지지 않아 묻혀버렸다. 이듬해(1990년) 가수 서유석이 11집 음반에 리메이크해 실으면서 많이 알려져 히트했다.

‘홀로 아리랑’은 북한에도 잘 알려진 가요다. 2001년 4월 김정일 위원장 공식초청으로 평양에 간 가수 김연자가 불렀다. 이어 2005년 8월 23일 오후 평양 류경 정주영체육관에서 펼쳐진 ‘광복 60년 기념 SBS 특별기획 조용필 평양 단독콘서트’ 때도 불렸다. 북한 쪽 요청으로 맨 마지막 무대(엔딩곡)를 장식, 눈길을 모았다.

앵콜곡으로 북한관객들이 모두 일어나 박수를 치며 함께 불렀다. ‘홀로 아리랑’은 이날 공연직전 북쪽 고위인사가 악보를 조용필에게 건네며 특별히 부탁한 것으로 밝혀졌다. 2018년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으로 온 북한의 삼지연관현악단 가수들도 서울 국립극장공연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

특히 2012년 10월 6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선 광주광역시 남구 주민과 시민 등 1만5000명이 참여한 오카리나 대합주 때 이 노래가 울려 퍼져 화제였다. 세계 최대 오카리나합주여서 이색기록을 남겼다. 

노래소재가 된 독도는 정부소유(행정 관리:해양수산부) 국유지다. 천연기념물 제336호(1982년 11월 문화재청)로 지정됐다. 주소는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1~96(분번 포함 101필지). 동도와 서도를 합쳐 91개 섬으로 이뤄졌다. 면적은 187,554㎡(동도 73,297㎡, 서도 88,740㎡ 등). 부근 바다엔 전갱이, 고등어, 미역 등 해산물이 많다. 

한돌이 이 노래를 만들고 부를 때만 해도 독도는 나무가 없는 바위섬이었다. 지금은 나무가 곳곳에 숲을 이뤄 아름다운 섬으로 바뀌었다. 한돌은 1989년 4월 2일 소설가 최성각 씨, 사진작가 김정명씨 등과 울릉도청년들이 중심이 돼 만든 ‘푸른 독도 가꾸기 모임’에 가입했다. 그는 해마다 독도에서 나무를 심는 등 독도지키기운동에 앞장섰다. 독도를 20차례 가까이 찾은 한돌은 ‘독도에 비가 내리면’ 노래도 만들었다. 1983년에 만들어져 선보인 개그맨출신가수 정광태의 ‘독도는 우리 땅’ 노래와 함께 독도지키기에 한 몫 하고 있다.

1980~1990년대 언더그라운드가요계 풍미

음악인 한돌이 걸어온 삶은 평범치 않다. 그는 ‘유리벽’, ‘불씨’, ‘못 생긴 얼굴’, ‘터’, ‘개똥벌레’, ‘홀로 아리랑’, ‘여울목’  등의 노래로 1980~1990년대 언더그라운드음악계를 풍미했다. 그는 6․25전쟁이 끝나갈 무렵인 1953년 1월 30일 약품도매업을 하던 집안(아버지 이원수, 어머니 박정숙)의 6남 2녀 중 다섯째로 경남 거제에서 태어났다.

부모는 함경남도 영흥출신이다. 1·4후퇴 때 10살과 4살이던 두 아들과 7살 딸을 영흥 큰아버지 집에 남겨두고 흥남부두에서 배를 타고 거제도에 닿았다. 1953년 7월 27일 휴전이 되자 그해 10월 고향과 가까운 데로 간다며 강원도 춘천(봄내)으로 이사, 봉의산자락에서 살았다. 한돌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부모의 교육열로 서울 남대문초등학교로 전학해 공부하다 다시 옮겨간 덕수초등학교에서 졸업했다.

경복중학교에 입학한 그는 고향누나가 DJ로 일하는 이화여대 앞 빅토리아다방에서 음반을 닦으며 노래 쪽에 흥미를 가졌다. 이후 학교예술제에 나가 예선에서 떨어진 뒤부터 기타에 빠져 낙제를 했다. 어렵게 서울 경복고에 들어간 그는 ‘눈’, ‘빛을 읽은 별’ 등의 노래를 만들었다. 학교에서 노래 잘하기로 소문난 한돌은 고교 3학년 땐 기독교방송(CBS) 김진성 PD에 이끌려 가수 박인희가 진행하는 ‘세븐 틴’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고교졸업 후엔 대학진학을 접고 노래작업을 위해 성남, 광주, 부천 등지를 돌아다녔다. 이후 아버지가 중풍으로 쓰러지자 성남의 약방에서 8년간 일하면서도 음악의 끈을 놓지 않았다. 여러 장르의 음악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포크 쪽에 전념하려는 의지로 자신의 이름을 작은 돌 역할이라도 하자는 뜻을 지닌 순우리말 ‘한돌’로 바꿨다.

한돌은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랫말로 겨레사랑과 외롭고 가난한 이들의 이야기를 악보에 담아 고달픈 민초들의 마음을 달랬다. 그가 만든 노래들은 순우리말로 쓴 게 많다. 알기 쉬운 가사, 고즈넉하면서도 푸근한 멜로디로 사람들 마음을 이끈다. 우리의 정서를 어루만져준 그의 노래는 세월의 공백에서도 때 묻지 않았다는 평이다. 그가 부른 음반수록곡들은 대부분 만들어둔 지 10년 넘은 것들로 포크정서가 묻어난다. 국적을 잘 알 수 없는 단어와 외국말들이 끼어든 가사, 감성보다 소리에 집중하는 요즘의 대중음악들과는 결이 다르다. 그의 글이 국정교과서에까지 실린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1999년 동요 ‘나뭇잎 배’에 대한 느낌을 쓴 게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국어교과서에 나온다.

한 방송국의 가수오디션프로그램에 떨어진 적 있는 한돌은 1980년 5월 데뷔음반에서 ‘당신은 아시나요’, ‘새벽열차’, ‘갈래’, ‘터’, ‘들에 핀 꽃’ 등을 발표했지만 가창력 부족으로 방송금지처분을 받았다. 그때부터 노래취입보다 작사·작곡에 힘써 민중가요 쪽 사람들로부터 실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신형원의 ‘불씨’, ‘유리벽’(1982년 프로젝트앨범 ‘웃기는 노래와 웃기지 않는 노래’에 수록) △한영애의 데뷔곡 ‘여울목’, 히트곡 ‘조율’ △서유석의 ‘홀로 아리랑’ 등이 뜨면서 대중적으로 친근한 음악가가 됐다.

부모님 중매로 얼굴도 모른 채 결혼

한돌은 산, 강을 좋아한다. 1994~2002년 압록강, 백두산, 두만강지역을 5번이나 다녀왔다. 남·북한사람들이 다 함께 부를 수 있는 ‘아리랑’ 노래를 캐기 위해서였다. 1999년엔 목포에서 임진각까지 23일간 700km를 걸어 여행했다. 그해 12월 백두산에 올랐다가 떨어지는 사고도 당했다.
그의 결혼얘기도 재미있다. 부모님의 중매로 얼굴도 모른 채 결혼한 그의 아내는 남편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몰랐다. 그러던 중 1987년 가요대상 시상식 때 신형원이 부른 ‘개똥벌레’가 금상을 받자 한돌이 얼떨결에 방송에 나가 가수임이 들통 난 후일담이 흥미롭다.

왕성상 언론인/가수  wss404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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