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자동차 업계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법'(기후위기대응법)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국회에서 개정이 강행될 경우 "자동차산업 생태계에 대한 심각한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는 우려 때문이다.

23일 자동차산업연합회(KAIA)에 따르면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동차산업협동조합,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쌍용협동회, 한국지엠 협신회 등 단체는 19일과 22일 긴급 온라인 회의를 개최하고 관련법 제정에 따른 대응 방침을 논의했다.

앞서 국회 환노위 소속여당의원들은 18일 오후 안건조정위원회를 열고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기존 2018년 배출 대비 26.3%에서 35% 이상으로 강화하는 기후위기대응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다만 이날 조정위원회에는 국민의힘측 의원들은 불참했다. 이 때문에 경총, 중소기업연합회 등 경제 단체들은 "당사자 없는 논의로 안건을 통과시켰다"며 "기업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호소하고 있는 상태다.

이 가운데 자동차산업연합회는 "2030년 기존 탄소 24% 감축을 위한 전기동력차 전환(2030년 누적 364만대)도 어려운 상황에서 이를 385만대로 확대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하는 와중에 국회가 느닷없이 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어 매우 놀랐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회는 "수송부문의 경우 2030년 전기동력차 누적보급목표를 정부의 제1안인 385만대로 늘려도 2030년에만 전기동력차가 60만대가 보급돼야 하지만 국산 물량은 40여대만 가능해 나머지 20여만대 수입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이 약 180만대이고, 이중 수입차 점유율이 18.1%이 지속된다고 가정할 때 국산차는 현재의 150만대에서 2030년에는 전기차 40만대 포함 140만대로 줄어들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 경우 부품업체는 생존여부가 불투명한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내연기관차 시장 축소에 전기차 부품 수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으면서 현재보다 최소 15% 이상의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연합회는 또 "전기차 생산 필요인력이 내연기관차의 38%면 충분하다는 일부 연구결과를 감안할 경우 근로자 대량실직도 불가피하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쌍용차 등은 노사관계 등 경영여건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국내 전기차 생산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어서 특히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어 연합회는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른 하절기 전력난 발생 우려도 표했다. 연합회는 "전기차 누적보급이 17만대에 불과한 상황에서도 운전자들은 충전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데, 향후 9년 이내 전기차가 누적 385만대 이상으로 확대하려면 EU나 미국처럼 대대적 충전 인프라 확충을 위한 막대한 재정계획이 마련돼야 한다"며 "2030년 수송부문의 CO2 배출량을 35.5% 감축(2017년 대비)하려면 약 395만대의 전기차가 보급돼야 하며, 현 수준의 전기차 대비 충전기 비율(50%)을 유지할 경우 2030년까지 충전소 구축에 최소 약 3조3000억원, 충전 불편을 해소(충전기 비율 100%)하려면 약 7조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회는 "탄소배출의 본질은 내연기관이 아니라 청정연료부재에 있다"며 "e-Fuel 등 탄소중립연료 개발과 하이브리드차 보급 확대가 필요하다"며 "어떤 기술이 전주기 관점에서 가장 효율적인 탄소중립 기술이 될 것인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내연기관, 전기모터, 수소연료전지 등 자동차 동력원 기술과 관련해서는 중립성과 개방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정만기 연합회장은 "문제는 속도"라며 "급속한 탄소감축방안이 미칠 수 있는 산업 위축이나 대량 실직 등 부작용에 대해서도 면밀 검토하고 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회는 이러한 입장을 국회와 정부에 건의하는 한편, 금속노조와 향후 공동 대응해가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상황진전에 따라 대응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여갈 방침이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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