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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교조주의, 환경휴머니즘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1.08.23 17:10

[여성소비자신문] 코로나 방역 4단계 조치로 인한 답답함과 우울감을 떨쳐버리려 ‘모가디슈(Mogadishu)’를 상영하는 영화관을 찾았다.

소말리아 내전 당시 위기에 처한 남한과 북한 대사관 근무자들이 협력하여 수도인 모가디슈를 탈출한 30여년 전의 실화를 그린 영화였다. 요즈음 탈레반의 카불 입성으로 이곳을 탈출하려는 시민들로 아수라장이 된 아프카니스탄 사태가 겹쳐지며 살육이 무차별로 이루어지는 참혹한 동족상잔의 비극과 함께 가난에 찌들린 비위생적이고 열악한 주거환경 또한 너무 안타까웠다.

모가디슈 영화 관람으로 나의 코로나블루(blue)가 더욱 악화된 듯하여 영화관 근처에 위치한 생태환경공원 ‘당정뜰’로 산책을 나섰다. 벚나무, 메타세콰이어, 버드나무 숲길, 무성한 억새풀과 칡덩굴 사이를 뛰노는 고라니, 흐르는 개천과 만발한 연꽃잎 아래 보이는 붕어와 잉어, 물위를 성큼성큼 걷는 왜가리들이 내 뒤얽힌 머릿속을 개운하게 해주었다.

하남시 팔당대교 근처에 위치한 ‘당정뜰’에 나가 몸과 마음의 힐링을 누릴수 있음은 나에게 큰 행운이다.

‘당정뜰’은 하남시의 주택지를 따라 흐르는 덕풍천과 한강이 만나는 곳에 물길이 돌과 흙을 실어와 만들어진 둔치에 조성된 수변공원이다. 하남이 시로 승격되던 1989년경 이곳은 다른 한강고수부지와 마찬가지로 여름철이면 물에 잠기고 물이 빠진 후에는 각종 생활 쓰레기가 뒤엉킨 둔치에 불과했다.

그 후 2000년대에 들어서 하남시가 이곳 25만여평을 생태공원으로 조성하려 하자 환경단체들은 일제히 자연생태계의 파괴라며 생태공원 조성 반대운동을 시작하였다. 따라서 시정부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인위적인 활동을 혐오하는 이들의 뜻을 어느 정도 수용하여 자연환경에 변화를 주지 않고 최소한의 시설만 설치하여 ‘팔당팔화수변공원’이라는 이름의 자연생태공원을 조성했다.

그러나 하남시의 인구 증가와 경제규모의 성장이 이루어짐에 따라 2017년부터 한강 팔당지구 하천정비사업을 통해 연못, 산책로, 자전거도로 등이 정비 되고 휴식공간도 생겨 2020년에 시민공모를 통해 ‘당정뜰’이라는 예쁜 이름도 갖게 되었다. 이제는 30만 인구의 휴식처로 사랑을 받고 있다.

그 당시 하천정비사업을 극렬하게 반대 했던 환경운동은 1990년대부터 활발하게 전개되어온 생태주의적 환경보호운동의 일환이었다. 국가 경제의 발전으로 인천국제공항 건설, 전북의 새만금 개발사업 등의 국책사업이 발표되자 자연환경 및 생태계의 파괴를 우려한 환경주의자들의 활동이 활발해진 것이다.

한국고속철도(KTX) 건설을 위한 양산의 천성산 터널공사로 도롱뇽 서식지가 파괴될 것이라며 환경단체들은 단식농성과 ‘도롱뇽 소송’  등의 극렬한 반대운동을 벌였기에 2년 8개월간 터널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어서 우리나라 수자원의 효과적인 이용과 관리를 위해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4대강유역종합개발사업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논란의 대상이다. 생태환경운동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4대강에 설치된 보들 때문에 녹조발생과 생태계 파괴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일부의 보를 개방하고 있는데 반해 이들이 농업용수와 홍수피해 방지 대책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유역 주민들과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이 정부는 더 나아가서 탈원전 정책을 수립하고 건설중이던 원자력 발전소마저 중단하였다. 대신 신재생에너지원이라며 태양광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미국, 중국, 호주처럼 넓은 황무지에 일조시간이 충분한 땅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는 산간지역이나 경작지는 물론 댐이나 저수지에 태양광이 세워지고 있다. 지금껏 공들여 심고 가꾸어온 나무들이 잘려나가고 태양광패널들이 물새들의 배설물에 오염되어 전력생산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

그리고 태양광패널이 폐기된 후에는 재활용이 어렵기에 또 다른 환경오염원으로 등장할 것이다. 신재생에너지원 중의 또 하나인 풍력발전은 철새들의 생태계 교란, 소음과 진동을 야기하는 혐오시설로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치고 있다.

제한된 국토상황이지만 국제적인 규제를 따르느라 우리정부는 지난해 말 ‘2050탄소중립’이라는 국가적인 장기비전을 수립했다. 즉 현재 에너지 공급체계 가운데 80%가 화석연료인데 2050년까지 60%가 태양광과 풍력발전으로 대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풍력 발전의 제한성 때문에 태양광으로만 공급하려면 우리국토 전부를 태양광 패널로 뒤덮어야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자연으로 돌아가자’라는 철학에 기반하여 현대의 대량 생산 소비로 인한 자연환경 파괴를 막고 자연환경의 보호, 유지, 복원을 강조하는 환경주의(environmentalism)는 전 세계인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인구의 증가와 도시화 및 경제발전을 위한 국토의 이용과 개발은 환경주의와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시대상황에 따라 환경주의자들의 견해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생태학에서 비롯한 전통적인 환경주의는 인간의 자연지배를 비판하고 자연파괴를 죄악으로 여기는 사상으로 인간의 인위적인 생산과 소비활동을 혐오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자연환경보존과 이웃 간 사랑을 위해서는 냉장고를 없애자고 주장하는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풍요로운 삶, 위생청결 등 문명가치마저 포기하고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을 거부하는 탈문명적 태도이다.

이들은 인간의 생태환경 파괴는 기후변화를 초래하고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유한한 지구자원을 빠르게 고갈시켜 21세기는 지구의 종말을 가져 올 것이라는 예언도 담고 있다. 이러한 종말론적 환경주의를 ‘환경교조주의’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편 인간은 이성적이고 사회적인 존재이기에 사회구성원과 자연 상호간의 관계를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고려하여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는 합리적 환경주의 사상이 있다.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서 과학과 문명의 도구를 더욱 발전시켜 인류의 번영과 환경보호가 함께 달성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환경구루(guru)라고 불리우는 미국 환경운동가 셀런버거(M. Shellenberger)는 환경종말론자들을 ‘환경양치기(Environmental alarmist)’라고 부르며 이들의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이 지구를 망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셀런버거의 주장처럼 합리적이고 인간적인 환경문제 접근태도를 일컬어 환경휴머니즘(environmental humanities)으로 부른다. 자연환경보호의 이름 아래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를 불러오는 풍력이나 태양광 보다는 원자력이 더욱 환경친화적이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지나치게 감성주의적이고 탈문명적이며 비인간적인 환경교조주의 보다는 사람을 먼저 생각해서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는 환경휴머니즘 운동이 더욱 활발하기를 바란다. 자연보존이라며 온갖 폐기물로 뒤덮인 한강둔치보다는 왜가리, 고라니와 함께 거니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당정뜰에서 몸과 마음의 치유가 있고 삶의 풍요가 있음에 감사한다.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kkucwka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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