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오피니언 칼럼
황교익과 조국
조영달 서울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 | 승인 2021.08.23 17:00

[여성소비자신문] 유교적 전통에서 벼슬에 ‘나아가고 물러남(出處)’은 단순한 진퇴의 문제가 아니라 선비의 전인격(全人格)을 표현하고 그가 지닌 삶의 양식을 표현하는 지켜야 할 정신이었다.

출처에 임하는 자세에서 선비들의 평소 수양과 공부의 깊이를 짐작케 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남명(南冥) 조식(曺植)은 고금의 인물을 평가할 때도 그 인물의 출처를 고려한 다음 그 사람이 행한 일과 업적을 따졌다.

남명의 출처에 대한 생각을 엿보게 하는 구절로 흔히 ‘출즉유위 처즉유수(出則有爲 處則有守)’를 언급한다. 즉 관직에 나아가면 하는 일이 있어야 하며 물러나면 지켜야 할 것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최근 맛 칼럼리스트 황교익씨의 ‘출처’가 세간의 화제로 떠올랐다. 지난 8월 13일 그가 경기도 산하기관인 경기관광공사의 사장으로 내정되었음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정치권은 곧 바로 그가 관광 분야의 전문가가 아님을 문제 삼고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에 나선 이재명 경기지사의 자기 사람 심기라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이재명 후보와 경쟁하고 있는 이낙연 후보 측과 신랄한 설전을 주고받았다.

그 과정에서 그는 ‘경기관광공사에서 할 일이 있고, 사장 후보자는 자신의 능력으로 확보한 권리이며 정치인들이 함부로 시민의 권리를 박탈하라고 말하지 못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자신의 인격과 생존이 달려 있는 문제이니 싸우지 않을 수 없다고도 말했다.

그러던 그는 지난 20일 결국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직을 사퇴했다. 황교익씨의 거취 문제가 이재명 후보 개인에게 뿐만 아니라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의 악재로 받아들여지면서 그는 결국 사장 후보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의 원로인 이해찬 전 대표와 방송인 김어준씨가 크게 영향을 끼쳤다고 전해졌다.

출처에 대한 황교익씨의 경우를 보고 있으면 몇 년 전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조국사태가 떠오른다. 당시 조국 민정수석은 2019년 8월 9일 자신이 보필했던 현 대통령에 의해 법무장관에 내정되어 국회 청문회를 치뤘다.

곧 바로 대통령의 자기 사람 내정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정치권은 자녀의 입시 의혹을 포함하여 그 자신과 가족의 비리로 인한 부적격성을 강도 높게 지적했다. 특히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과 조국 후보자는 직접적으로 대립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자신이 검찰개혁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있으며, 자신과 가족들의 시민적 권리가 보호되어야 함을 강하게 역설했다. 실제로 그는 법무장관에 임명된 후 그가 생각하는 검찰개혁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조국 퇴진’과 ‘조국 수호’ 사이에서 광화문과 서초동의 군중집회로까지 이어졌던 조국 사태는 정치권과 국민들의 엄청난 갈등을 초래했다. 그 결과 2019년 10월 14일 조국 법무장관은 결국 사퇴했다. 조국 사태의 심각했던 정치게임은 현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조국 사퇴’로 막을 내린 것이다.

맛 칼럼리스트 황교익씨와 조국 교수의 사례는 비록 양자가 나가려했던 공직의 무게는 다를지라도 출처의 관점에서 보면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양자는 모두 나아가 일할 수 없는 상황과 환경에서 나아가 결국 자진 사퇴의 형식으로 자신들의 일을 마무리하였다. 즉 나갔으나 일 없이 끝난 것(出則無爲)이다.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오히려 자신과 주변에 고통을 불러일으켰으며 나가지 아니한 만 못한 결과를 낳았다.

예나 지금이나 지식인의 출처에 대한 태도는 크게 바뀌지 않은 것 같다. 세상의 올바른 위치에 서서 사회적 도리를 다하면서, 때를 만나 뜻을 얻으면 국민과 더불어 그것을 실천하고, 그렇지 않으면 홀로 자신이 생각하는 올바른 바를 행하는 태도는 지금의 사람들에게도 매우 소중한 출처관이 아닌가 한다.

사실 남명 선생(南冥 曺植)은 생전에 한 번도 조정의 부름에 응하지 않았다. 나아가 일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재야에 머물면서 치열한 비판정신과 자신에게 엄한 스승으로 남음으로써 시대의 위기와 해법을 제안하고자 노력했던 행동하는 지식인이었다.

“황교익과 조국”을 떠올리면서 남명 선생을 생각하고 그러면서 나(저) 자신을 성찰해 본다. 

조영달 서울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  k-leecho@hanmail.net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