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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너무 힘들어요 먹고 토하고 또 먹고…”
김혜숙 백석대학교 교수 | 승인 2021.08.23 16:57

[여성소비자신문] 25살 소영이는 지금은 뚱뚱하지도 않고 날씬한 편이다. 엄마와 함께 다이어트에도 성공해서 10Kg 체중을 줄이고 난 후 주변으로부터 “예뻐졌다”, “날씬하다” 등 관심과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드디어 남자친구도 사귀게 되었다. 그러나 이성과의 관계는 진전이 없이 얼마를 못가고 헤어지게 되었다. 특히 남자친구는 여성의 외모에 대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남자 친구는 “여성이 지방이 많은 것은 돼지를 연상시키고 별로 매력이 없다”라고 말하고 혐오적이라고까지 말할 정도였다.

소영이는 남자친구의 외모지상주의에 맞추느라 자신은 다이어트를 계속해야만 했고 가슴성형까기 하면서 마음에 들게 노력하였다. 이런 힘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남자친구는 결국 자신을 떠나버렸다.

이후 소영이는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았다. ‘자신이 뭔가 잘못해서’, ‘성격이 나쁘거나, 외모가 마음에 안들어서’ 남자 친구가 더났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고 더 살을 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별별 생각에 사로 잡혀 우울했다.

급기야 ‘자신은 오랫 동안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을 하며 자신을 스스로 깍아내렸다,

그는 “누구도 나를 사랑해줄 사람은 없나 봐!”. “난 별로 가치가 없는 사람인가 봐!” 같은 생각을 하며 자괴감에 빠져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목이 차도록 음식을 많이 먹고 다시 화장실로 달려가서 손가락을 입속에 집어 넣고 먹는 것을 다시 토하는 행동들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 1년이 지나면서 어떨 때는 마음의 안정을 찾기도 하고 다시 토하고 반복하기를 하면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너무 싫고 경멸스럽다고 했다. 언젠가는 변기 옆에서 쓰러져 죽지는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었다.

거식증이나 폭식장애 같은 섭식장애는 여성에게 압도적으로 많다. 섭식장애의 90% 이상이 여성이고 주로 12~18세 사이에 많이 발병한다. 40대와 50대 여성들에게서도 발병하며, 10대 여성과 젊은 성인 여성의 0.5~1%가 섭식장애를 가지고 있다.

Hilde Bruch(브루흐)는 거식증을 정신분석적으로 연구한 사람으로 음식과 체중에 대한 집착 그 자체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빈약한 자아개념과 더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거식증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무력하고 쓸모없는 존재라고 여기고 자기 존중감이 매우 낮은 편이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지나치게 부모의 말을 잘 듣고 부모를 기쁘게 하려고 노력하는 착한 딸로 마치 자신의 신체가 부모에게 속해있고 자신으로부터는 분리된 것처럼 스스로 신체 기능을 조절할 수 없다고 느끼기도 한다.

이들의 엄마는 아이의 필요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의 필요에 따라 아이를 양육하기 때문에 아이는 엄마로부터 자신을 안심시키고 확신시키는 반응을 받지 못해 건강한 자기애를 발달시키지 못한다.

이들은 엄마로부터 심리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신체에 대한 안정감도 얻지 못하게 된다. 자신의 신체가 마치 엄마로부터 조종당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엄마의 규제나 간섭과 같은 나쁜 것들이 자신의 몸속에 들어오는 것처럼 생각되어, 자기 몸속의 그러한 것들을 공격하기 위해서 금식하게 된다. 이는 진정한 자신을 지키기 위한 극단적인 방어 자세로 본다.

폭식증을 가진 사람의 가족 역시 서로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섭식장애를 가진 사람은 자신이 특별하고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타인으로부터 얻기 위해서는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매달린다. 즉 미숙하지만 진정한 자기를 주장하고 자기의 고통을 알리려고 외치는 하나의 방식으로 보고 있다.

소영이는 자라면서 엄마의 요구를 더 중요시 여기고 엄마를 돌보고 엄마가 불행하지 않도록 자신은 늘 신경 써야만 했다.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추구하기 보다는 엄마의 감정에 민감하게 보살피고 내가 남자친구를 사귀어서 엄마를 떠나면 엄마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갖게 되었고, 심리적으로 의존적인 대상인 엄마와의 끈이 끊어지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었다.

소영이는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자기만의 발달적 욕구와 동시에 엄마의 자기애적 욕구를 채우려는 양자의 강한 욕구 사이에서 혼란과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섭식장애에서 나타나는 폭식과 구토의 기능은 바로 엄마로부터 심리적으로 분리되지 않고 받아들이려는 것을 폭식으로, 엄마와 분리되고 싶은 강한 욕구는 구토로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섭식장애의 증상은 여러 가지 이유들도 있지만 병리적인 먹는 패턴을 통해 해체되고 잃어버린 자기 자신을 표현하려는 시도로 이해되어져야 한다.

김혜숙 백석대학교 교수  kimhyes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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