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고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가석방된다. 9일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는 815 가석방 대상자 심사 회의를 개최, 이 부회장이 포함된 810명에 대해 ‘가석방 적격’ 의결을 했다고 밝혔다.

이날 브리핑에서 법무부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 대상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파운드리 및 배터리 분야 정체된 투자 뚫릴까
가석방만으로는 주가 상승 역부족…그룹 차원의 빅뉴스 필요

이에 8만원 언저리에 머물던 주가의 상승여력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8만1500원) 대비 보합세로 마감했다. 8만원 아래로 떨어진 지 13거래일 만에 8만원대를 회복했으나, 이 부회장의 가석방 소식이 주가 상승에 큰 힘을 받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여전히 총수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가석방으로는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가경법)에 따른 5년의 취업 제한이 적용돼 이 부회장의 경영 현장 복귀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 재수감 가능성 등이 가시지 않아 투자심리에 있어 아직은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이를 풀기 위해서는 빅뉴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의미 있는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미국 팹리스 고객사의 추가 확보나 M&A 추진과 같은 빅뉴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수감되면서 삼성은 당초 계획했던 대규모 투자 계획이 정체된 바 있다. 170억 달러(약 19조원) 규모의 미국 파운드리 제2공장 건설 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던 것. 파운드리 분야는 삼성이 사활을 걸고 글로벌 1위로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혀왔기 때문에 만약 투자가 재개된다면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파운드리는 대만의 TSMC가 이끌고 있다. 세계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고 있는데, 지난 4월에는 앞으로 3년간 1000억 달러(114조원)를 투자해 미국에 공장 6곳을 건설하겠다면서 세계1위 자리를 공고히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 인텔 사도 파운드리 세계 3위권인 글로벌파운드리(GF)를 300억 달러(34조원)에 인수할 계획으로 삼성전자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뒤처지기 않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 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배터리 분야에서도 투자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2분기 실적발표 당시 미국에 신규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해 결정하고 나면 그동안 멈췄던 투자 일정들이 다시 재개되면서 외인들의 매수심리가 회복되고 자연히 주가도 상승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글로벌 기업과 경쟁 뒤쳐져선 안 돼”

재계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전경련은 “세계는 반도체 패권전쟁 중이며,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질서 구축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멈춰있는 투자시계를 속히 돌리지 않는다면 인텔, TSMC 등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져 우리 경제의 먹거리를 한 순간에 잃어버릴 수 있다. 이러한 엄중한 상황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법무부 결정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나아가 새로운 경제질서의 중심에 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경총 역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주요국들의 패권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를 견인하는 최대기업의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경영복귀가 절실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 왔다”면서 “가석방은 취업제한, 해외출장 제약 등 여러 부분에서 경영활동에 어려움이 있어 추후에라도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행정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경총은 삼성전자에도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으로 총수 공백이라는 경영 리스크가 일정 부분 해소된 만큼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투자와 기술개발로 세계 1위 반도체 강국으로서 지위를 확고히 다지고 국가경제 발전에 더욱 기여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도 성명을 내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법무부 가석방 심사위원회 통과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따른 우리 경제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2020년 하반기부터 급속한 회복력을 보이고 있는 우리 경제의 중심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반도체 및 가전 등의 성과가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변이에 따른 재확산 및 장기화 조짐에 따라 더 이상 낙관할 수 없는 경제 상황에서 이번 가석방 결정은 삼성전자 경영의 불확실성 해소로 인한 적극적인 투자와 경영활동으로 우리경제 회복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필요시 법무장관의 취업제한 예외승인 및 더 나아가 조속한 사면을 통해 글로벌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고은 기자  h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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