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고은 기자] 2020 도쿄올림픽이 8일 17일간의 열전을 끝으로 성황리에 종료했다. 우리선수단은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를 획득하면서 종합 16위에 올랐다. 특히 이번 올림픽은 성평등올림픽을 지향, 가장 많은 여성선수와 성소수자가 출전한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17일간 우리에게 큰 기쁨을 준 여성선수들의 활약상을 살폈다.

‘성평등 올림픽’ 지향…여성 및 성소수자 최다 출전 눈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방침에 따라 성평등 올림픽을 지향한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는 야구와 소프트볼을 제외한 대부분의 종목에서 동일한 숫자의 남녀 선수가 출전했다. IOC에 따르면 이번 도쿄올림픽에 참가한 여성 선수의 비율은 전체 선수단의 약 49%로 나타났다.

지난 2016년 리우올림픽의 여성 선수 비율 45%에서 4%p 상승한 수치다. 여성선수 출전이 처음으로 허용됐던 1900년 파리올림픽에 나올 수 있었던 여성선수는 단 22명이었다.

또한 스포츠 네트워크 블로그 ‘아웃포스트’에 따르면 공개적으로 성소수자(LGBTQ)임을 밝힌 도쿄 올림픽 출전선수는 최소 27개국에서 출전한 172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3명이었던 2012년 런던 올림픽, 56명이었던 2016년 리우 올림픽보다 훌쩍 증가한 수치다.

트랜스젠더 선수들의 첫 출전도 화제가 됐다. 뉴질랜드 역도 선수 로렐 허바드(43), 캐나다 여자축구 대표팀 퀸(26) 등이다. 영국 다이빙 신화 톰 데일리는 다이빙 남자 싱크로나이즈드 10m 금메달 획득 후 시상식에서 “내가 게이이고, 또한 올림픽 챔피언이라고 말할 수 있어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배구 여제 아닌 ‘황제’…투지와 리더십 빛난 김연경

여자배구를 준결승까지 이끈 한국 여자배구의 기적, 김연경 선수는 국가대표로서 마지막 올림픽에 출전해 갖가지 기록을 남겼다. 올림픽 여자배구 사상 처음으로 4경기 30점 이상을 득점했으며 8경기에 모두 출전해 136득점을 올렸다.

리더십도 큰 화제였다. 7일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겸 IOC 위원이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최근 2020 도쿄올림픽 기간 IOC 본부 호텔인 도쿄 오쿠라 호텔에서 면담 시 김연경 선수가 언급됐다는 전언이다.

이 회장은 "바흐 위원장이 김연경 선수에게 크게 관심을 보이는 등 여러 IOC 위원들이 우리나라 선수들의 선전 내용을 잘 알고 있고 나와 체육회 관계자들을 만나 성과를 축하했다"고 설명했다.

국제배구연맹(FIVB)도 한국의 8강행을 확정한 일본과의 극적인 역전승, 터키와의 8강 경기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한 김연경에게 "10억명 중에 1명 나올까 말까 한 선수"라는 극찬을 보내기도 했다.

"해보자, 후회없이"...해설위원 울린 김연경의 말 

가장 화제가 된 장면은 '해보자, 후회없이'다. 국제배구연맹(FIVB)의 세계랭킹에서 6위인 도미니카와의 조별리그 A조 3차전 4세트에서 김연경은 9-15로 벌어진 점수차에도 당황하지 않고 작전타임 시 동료들을 향해 손뼉을 치며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 후회하지 말고"라고 외쳤다.

이 장면이 전파를 타면서 김연경과 같은 중·고등학교 출신이면서 흥국생명에서 함께 선수생활을 했던 황연주 MBC 해설위원은 눈시울을 붉혔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지에 해당 장면이 올라간 유튜브 영상에는 댓글 천여개가 달리는 등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라바리니 감독은 “위대한 선수가 있고, 위대한 리더가 있는데 김연경은 둘 다다. 모든 선수들이 김연경을 믿고, 김연경은 선수들이 기대하지 못했던 자리까지 팀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원팀'을 이끈 김연경은 "결국 팀워크 때문에 가능했다"면서 "선수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했기에 가능했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리기도 했다.

안산, 도쿄올림픽 빛낸 11인에 뽑혀

올림픽 사상 첫 양궁 3관왕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안산 선수는 2024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가 꼽은 2020 도쿄올림픽을 빛낸 최고의 올림피언 11명 중 한명으로 뽑혔다.

8일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일러스트를 올려 도쿄올림픽의 폐막 축하와 함께 도쿄를 향한 감사의 메시지를 남겼다. 일러스트 하단에는 ‘고마워요 도쿄 2020’이란 문구가 프랑스어와 일본어로 써있다.

안산은 이번 도쿄에서 처음 채택된 혼성 단체전부터 여자 단체전과 개인전 등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내면서 가장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특히 ‘트위터’에 따르면 올림픽 개막일인 7월 23일부터 8월 5일까지 13일간 국내에서만 총 5000만 건 가량의 트윗이 쏟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전 세계 트위터에서도 가장 많이 언급된 우리 선수이기도 했다. 13일동안 ‘#안산’, ‘#AnSan’ 등 안산 선수 관련 해시태그의 트윗만 1000만건 이상이 올라왔다.

특히 ‘올림픽 양궁 역사상 첫 동일 대회 3관왕’ 소식은 국내 트위터 이용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은 관심과 대화가 쏟아진 순간으로 분석됐다. 김연경(상하이)도 안산에 이어 두번째로 많이 언급됐다.

여서정, 한국 여자 기계체조 최초의 메달리스트

도마황제 여홍철 전 선수의 자녀인 수원시청 소속 여서정(19) 선수는 한국 여자 기계 체조 최초로 메달리스트가 됐다. 여서정은 1일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서 14.733점(1차 시기 15.333, 2차시기 14.133)을 받으며 8명 중 3위를 차지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기계체초 사상 도마 결선에 출전하고 동메달까지 거머쥔 건 여서정이 처음이다. 특히 여서정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여서정' 기술을 통해서 1, 2차시기 평균 14.733점을 받았다.

여서정이 작성한 또 다른 최초의 기록은 한국 최초의 올림픽 부녀 메달리스트다. 여서정은 '도마황제'로 불린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은메달리스트 여홍철 경희대 교수의 딸이다. 여홍철 교수는 KBS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여서정 선수가 메달을 따는 모습을 지켜봐 더 큰 감동을 자아냈다.

58세 니사아리안에 승리...한국탁구의 미래 신유빈

여자탁구 최연소 올림픽 출전 기록을 남긴 신유빈은 이번 대회를 통해 대표팀의 일원으로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 개인단식과 단체전에 모두 출전해 국제 경쟁력을 입증했고, 세계랭킹 15위 두호이켐(홍콩)을 상대하기도 했다.

비록 아쉽게 패해 16강 진출에 실패했으나 첫 올림픽 출전에도 탁월한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신유빈은 9세 때인 2014년 MBC TV 예능물 '무한도전'에 출연해 탁구 신동으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신유빈은 장래의 꿈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모습이 다시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신유빈은 58세 백전노장인 중국계 룩셈부르크의 니사아리안을 꺾는 활약을 보였다. 지난달 25일 도쿄올림픽 여자 단식 2회전에서 니시아리안을 세트스코어 4-3(2-11 19-17 5-11 11-7 11-8 8-11 11-5)으로 승리하면서 기쁨을 선사했다.

신유빈은 앞으로 신생팀인 일본 규슈 아스티다 소속으로 9월부터 12월까지 프로리그를 소화한다. 코로나19 상황 악화에 따른 큰 변수가 없다면 일본에서 프로리그 데뷔전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고은 기자  h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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