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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계약 상 ‘소비자에게 유리한 법 적용의 원칙’ 확대해야소비자계약의 특수성
연기영 동국대 법대 명예교수 | 승인 2021.07.29 14:15

[여성소비자신문] “개봉 후 교환 및 환불은 불가합니다.” 이런 문구에 따라, 온라인쇼핑을 이용하는 소비자라면 누구나 구매한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포장을 개봉해 어쩔 수 없이 반품을 포기한 경험이 한 두 번씩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쇼핑몰이 포장에 부착한 “개봉 후 반품·환불 불가”라는 문구는 실제로는 효력이 없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에게 제품 포장을 개봉하면 반품이 불가하다고 고지한 온라인 쇼핑 사업자들에게 시정명령과 과태료를 부과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제품 포장 개봉 시 청약 철회가 불가능하다고 고지한 것은 ‘전자상거래법’에 규정된 소비자의 정당한 청약 철회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보고 이런 처분을 내린 것이다.

전자상거래법 17조 1항은 전자상거래 계약 체결 후 7일 이내에는 청약철회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품이 훼손됐거나 복제 가능한 상품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는 반품이 불가하지만, 상품을 확인하기 위해 포장을 개봉한 경우는 반품이 가능하다. 사업자들이 “개봉 후 반품·환불 불가” 라고 적힌 스티커를 포장에 부착하여 소비자들의 청약철회권을 방해하는 것은 위법행위라고 본 것이다.

소비자가 거래관계에서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여러 가지 법이 동시에 적용된다. 이런 경우 법적용의 일반적인 원칙은 “특별법 우선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특별법 우선적용의 원칙을 제한 없이 적용할 경우 소비자권익보호라는 헌법상의 가치를 지키지 못할 경우가 발생한다. 따라서 특수거래 소비자보호 3법에서는 ‘소비자에게 유리한 법 적용의 원칙’을 채택하여 소비자계약에 적용되는 법을 결정하고 있다.

즉,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할부거래법’),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이하 ‘방문거래법’) 및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이하 ‘특수거래 소비자보호 3법’)에서는 다른 법과의 관계에 대해 ‘특별법 우선 적용의 원칙’이 아닌 ‘소비자에게 유리한 법 적용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유리한 법 적용의 원칙과 한계

소비자가 특수거래의 방식으로 소비자계약을 체결하였을 경우 기본적으로 2개 이상의 법이 관련된다. 즉, 특수거래 역시 소비자계약이며, 계약의 일종이기 때문에 계약의 일반법인 민법과 특수거래 분야에서의 소비자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할부거래법 등이 적용된다. 물론 사업자가 상인인 경우에는 상법도 적용되기 때문에 최소 3개의 법이 적용된다고 할 수 있지만, 모든 사업자가 상인은 아니기 때문에 최소로 적용되는 법은 민법과 할부거래법 등이라고 할 수 있다.

특수거래 소비자에게는 관련법이 우선 적용되자만, 다른 법의 적용이 소비자에게 유리할 경우에는 다른 법이 일반법이라고 하여도 그 법을 적용해야 한다(할부거래법 제4조 등). 그런데 최근에 일반법인 민법에도 약자보호를 위한 규정이 신설된 적이 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여행계약이다. 민법상 여행계약의 당사자는 여행자와 여행주최자이며, 여행자는 단지 소비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렇게 소비자보호 3법이 제정된 이후에 민법이 개정된 경우, 일반법이 특별법보다 더 높은 수준의 소비자보호를 규율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는 일반법이 특수거래 소비자보호 3법보다 더 높은 수준의 소비자보호를 추구할 수 있다. 이를 모순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특수거래 소비자보호 3법은 계약의 일반법인 민법 등에 대한 특칙을 규정하여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따라서 일반법인 민법 등보다 특수거래 소비자보호 3법의 내용이 소비자에게 더 불리하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할 수 있으며, 특수거래 소비자보호 3법의 입법적 오류라고 비판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전자상거래법에서 전자문서의 효력이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기본법상 전자문서의 효력보다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소비자원에서 조정한 두 가지 사건의 예를 들어본다.

A씨는 2018년 1월 24일에 피신청인의 방문판매로 자녀의 인터넷교육 서비스를 1년 계약하고, 대금 2,112,000원을 신용카드 할부로 결제했다. A씨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수강 시작 전 계약해지를 요구했으나, 피신청인은 6개월 의무수강 기간을 이유로 위약금을 청구했다. A씨는 관련법에 의거 위약금 공제 없이 전액 환급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국소비자원은 ‘1개월 이상 계약인 경우 방문판매법상 계속거래에 해당되어 동법 제31조에 의거하여 언제든지 중도 해지가 가능하고, 의무사용기간 동안 환급이 불가하다는 것은 약관규제법 제9조 제1호에 의거하여 무효로 판단되는 바, 피신청인이 주장하는 의무사용기간 동안 계약해지 및 환급 불가 조항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관련법에 의거하여 피신청인에게 계약해지 및 환급을 권고하여, 위약금 공제 없이 전액 2,112,000원을 환급했다.

또 다른 사건은 인터넷교육서비스 중도해지로 인한 환급을 요구한 사례이다. 즉, B씨는 2018년 2월 24일에 피신청인과 인터넷강의 수강 계약(계약기간 :2018년 2월 24일 ~ 2018년 5월 1일)을 체결하고 150,000원을 신용카드 할부로 결제했다. B씨는 개인사정으로 2018년 3월 15일에 계약해지 및 환급을 요구했으나, 피신청인은 결제일 기준 7일 이내 또는 진도율 0%일 경우에만 환급이 가능하다며 거부했다. B씨는 관련 법률에 따른 이용대금 환급을 요구했다.

한국소비자원은 “1개월 이상 계약인 경우 방문판매법상 계속거래에 해당되어 동법 제31조에 의거하여 언제든 중도 해지가 가능하며, 의무이용기간 또는 일정기간 이내 계약해지 불가라는 약정이 있더라도 약관규제법 제9조 제1항에 따라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계약은 평생교육법에 의거하여 학습비가 반환되어야 하고, 방문판매법에서 고시하고 있는 계속거래에 해당되어 환급을 거부하는 것은 약관규제법 제9조 제1호에 의거하여 무효로 판단되는 바, 신청인이 실제 수강한 기간에 해당하는 금액 공제 후 환급되어야 하나, 민원이 가중되는 점을 감안하여 전액 환급하는 것으로 양 당사자가 합의했다.

이러한 한국소비자원의 결정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공법적 규제나 해석에 비추어 법리적으로는 다소 무리한 점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이러한 비판을 면하기 위해서는 우선 법령의 정비가 필요하다.

‘소비자에게 유리한 법 적용의 원칙’ 확대하는 방안 필요

첫째, 소비자기본법에 규정하고 있는 소비자분쟁 해결 기준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에게 유리한 법 적용의 원칙은 한 차원 더 높은 수준의 소비자보호를 추구하기 위한 원칙이지만, 이에 따라 소비자계약에 적용되는 법을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소비자에게 유리한 법 적용의 원칙을 유지하면서 효과적으로 법 적용을 통해 소비자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 중에는 소비자분쟁 해결 기준을 개정하는 것이다. 이 기준은 소비자분쟁을 원활하게 해결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다(소비자기본법 제16조).

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소비자분쟁에 관련된 복수의 법 중에서는 어느 법의 적용이 소비자에게 가장 유리한 것인가를 규정한다면, 이러한 정보를 분쟁당사자뿐만 아니라 소비자분쟁해결을 담당하는 기관 또는 담당자에게 분쟁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제공하는 결과가 된다.

빈번하게 발생되는 소비자분쟁을 중심으로 그 적용 법을 규정하고, 이를 점차적으로 확대한다면 그 후에 일어나는 소비자분쟁을 쉽고 편리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부연하면, 소비자분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으며, 이미 발생한 분쟁을 당사자 간의 협의를 통해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둘째, 소비자에게 유리한 법 적용에 따른 공법적 규제 불가능에 대해 적절한 개선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즉, 소비자에게 유리한 법 적용의 원칙에 따라 해당 법의 사법적 규정이 적용되기 전에 공법적 규제를 통해 소비자의 권익보호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하면 헌법상 보장된 소비자주권을 쉽게 실현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이에, 할부거래법에 공법적인 규제를 규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연기영 동국대 법대 명예교수  yeunky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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