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택 임대차 보호 3법의 시행으로 임차인 다수가 제도 시행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음을 확인했다”면서 임대차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의 성과 알리기에 나섰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자화자찬”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홍 부총리는 지난 제2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서울 100대 아파트의 경우 임대차 갱신율이 3법 시행 전 절반(57.2%)을 넘는 수준에서 시행 후 10채 중 약 8채(77.7%)가 갱신되는 결과가 나왔다”며 “임차인 거주기간도 3법 시행 전 평균 3.5년에서 시행 후 약 5년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이 임대차 신고자료와 서울 100대 아파트를 별도 분석한 자료를 인용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서울 100대 아파트를 분석한 결과 전세 계약 갱신율이 임대차 3법 시행 전 1년 평균 57.2%에서 지난 5월 77.7%까지 상승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한 달 신고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갱신계약 1만3000건 중 8000건(63.4%)에서 계약갱신요구권이 사용됐다. 주로 전셋값 상승세가 높았던 서울(67.6%), 인천(64.6%), 경기(64.1%), 세종(65.8%), 울산(63.6%), 부산(69.5%) 등에서 사용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차시장이 지난 1989년 계약기간 2년 연장 이후 30년 만에 가장 큰 변화를 겪으면서 일부 혼선이 있었지만, 임대차신고제 현황을 확인한 결과 제도 도입의 목적인 임차인의 거주기간 연장, 낮은 임대료 인상률 등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지난해부터 줄곧 지적해온 전세 물량 부족 및 가격상승에 대해서는 “임대차 3법에 따른 갱신이 아닌 신규계약의 경우 ‘강남 4구의 일시적 이주수요’ 등으로 촉발된 ‘일부 가격 불안’도 있었다”며 “판례 등을 통해 임대차 계약을 둘러싼 구체적인 권리가 형성 확립돼가는 과정에서 계약과정의 일부 불확실성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이같은 분석을 발표하며 ‘임대차 3법 홍보’에 나선 가운데 시장 반응은 냉소적이다. ‘기존 계약 갱신율이 높다는 것이 전세 대란이 해결됐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KB리브온 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00.9를 기록했던 주택전세가격 종합지수는 올해 6월 116.4를 기록했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7월 102.5에서 지난해 12월 110.9로 올랐고 올해 6월 116.4까지 뛰어올랐다. 해당지수가 100을 넘으면 전세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의미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조사 결과가 7월만의 결과가 아니라는데 있다. 임대차법 시행 10개월 차였던 지난 5월 KB부동산리브온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2019년 말 이후 올해 3월까지 2년간 29.5% 오르며 평(3.3㎡)당 전세가격이 739만원에서 957만원으로 치솟았다. 올해 4월 전세수급지수는 166.9에 달했다.

임대차법 시행 후 6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던 올해 1월 KB부동산리브온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중위 전셋값은 법 시행 5개월 만에 4년 8개월 동안의 상승분을 따라잡았다.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은 법 시행 직전인 2020년 7월 4억6931만원이었으나 시행 5개월차인 12월에는 5억6702만원으로 9770만원올랐다. 지난 2015년 11월 3억7210만원부터 작년 7월 4억6931만원까지 9722만원 오른것과 맞먹었다.

임대차법 시행 이전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 상승 속도는 더뎌지는 추세였다. 전셋값 중위가격이 오른 기간을 5000만원 단위로 살펴보면 지난 2014년 9월 3억47만원→2015년 8월 3억5092만원→2016년 10월 4억229만원→2020년 3월 4억5061만원으로 11개월→1년 2개월→3년 5개월 이었다. 그러나 이후 7개월 만인 10월 5억804만원을 기록, 상승 간격이 급격히 짧아졌다.

이 가운데 시장에서는 앞으로도 전세난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계약갱신요구권 사용 만료 시점에 전셋값이 일제히 오를 가능성이 제기되고, 3기 신도시 사전청약 거주기간을 맞추기 위한 수요가 늘면서 관련 지역 전셋값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계약갱신율이 높은 가운데 물량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의 의미는 곧 기존 계약자를 제외하고 전세 계약을 신규 체결하고 싶은 이들이 집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간 임대차 법 시행 이후 전세가격이 올랐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고 불과 얼마전 ‘탈서울’을 결정한 이들이 급증해 수도권 아파트 매매·전셋값이 올랐다는 이슈가 있지 않았나”며 “전셋값 상승이 재건축에 따른 이주 수요가 발생한 일부 지역에 국한된 일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동전에는 양면이 있다. 집주인이 실거주 하겠다며 내보낸 임차인들은 전세난에 시달리고, 새로 전세 입주를 희망하는 이들은 임대인이 살고 있거나 기존 임차인이 계약을 갱신한 집만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계약에 대해 임차인과 임대인, 전세 계약 희망자들이 자유롭게 조율할 수 있어야 공급 물량이 풀리고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라고 우려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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