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소비자분쟁을 소송으로 해결할 시 소비자권익보호를 위해서는 한계가 있다. 소비자분쟁은 대개 소액사건이기 때문에 소액사건 심판제도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일반민사소송제도와 거의 유사하게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대체적 분쟁해결방법(ADR : Alternative Disputes Resolution)이 바람직하다.

대체적 분쟁해결방법에는 알선, 조정, 중재, 협상 등의 제도가 있다. 알선은 제3자가 당사자에게 그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조언하는 정도이므로 법적인 기속력이 없다.

현재 이 제도는 한국소비자원이나 소비자단체 등이 행하는 소비자피해구제 및 상담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조정위원회 등이 소비자분쟁에 대해 해결방안으로 조정안을 제시하고, 당사자가 이를 수락하면 판결과 같은 효력이 인정된다.

즉, 조정은 일방의 신청만으로 그 절차가 개시되지만, 성립을 위해서는 양당사자의 수락이 요구된다. 따라서 일방이라도 조정안을 거부한 경우 조정은 성립하지 않는다. 조정위원이 제시하는 조정안이 당사자를 기속하지 못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결국 조정불성립 시에는 다시 소송으로 3심을 거친다면 시간과 비용이 소비자를 위해 비효율적이고 불합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재제도는 양 당사자가 중재를 통한 합의를 소비자계약 당시 또는 분쟁발생 시에 하게 되면 중재절차가 개시되며, 중재부 등의 중재판정에 따라 그 분쟁은 해결된다. 즉, 절차의 개시에 있어서 중재는 양 당사자의 합의가 있어야 개시되기 때문에 일방 당사자의 신청만으로 개시되는 조정이나 소송과는 다르다. 중재판정은 당사자를 기속한다는 점에서 소송과 동일하지만, 단심이라는 점에서 3심까지 허용되는 소송과 차이가 있다.

그러므로 소비자기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소비자 선택권의 보장을 위해서도 중재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동법 제4조 제3호). 소비자의 선택권은 소비자분쟁 해결 방안에 대해서도 인정된다. 즉, 소비자는 그 피해에 대해 신속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구제를 받을 권리를 향유하며, 이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 등에게 피해 구제 절차를 마련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동법 제4조 제5호, 제16조 제1항).

물론 일반적인 중재제도는 중재법에 규정도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소비자분쟁의 특수성을 인정하여 중재법의 개정이나 특별법의 제정을 통하여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는 소비자 중재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소비자중재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소비자 중재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이 제도의 활성화를 위한 환경 조성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중재는 단심이기 때문에 단시간 내에 저렴한 비용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 특히, 공공기관에 의해 중재가 이루어질 경우, 그 비용은 소송비용과 비교하여 매우 저렴하다는 점에서 장점을 갖는다.

그러나 현행 중재법에 규정된 중재제도는 양 당사자의 합의에 의해서만 개시된다는 단점이 있다. 소비자가 중재절차에 의한 분쟁해결을 원하더라도 상대방인 사업자가 거부할 경우에 중재절차는 개시되지 않는다.

이러한 점이 중재 제도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것이다. 때문에 중재제도가 소비자분쟁 해결방안으로 적극 활용되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중재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소비자중재법(가칭)’과 같은 특별법을 제정하여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이 법을 제정하기 전에 중재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환경이 조성된다면 소비자중재가 활성화 될 것으로 본다. 소비자중재가 활성화를 위해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소비자 기본법에 규정되어 있는 소비자권익보호를 위한 조정제도와 함께 중재 제도의 장점을 널리 홍보하고 재판 외 대체적 분쟁제도에 관한 인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소비자중재가 분쟁해결 제도로 정착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건은 분쟁당사자의 신뢰확보이다. 다양한 분쟁해결 제도가 존재하지만, 당사자가중재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분쟁해결 제도보다 효율적이고 중재판정의 객관성·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즉, 중재기관은 소비자분쟁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중재판정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루어진다는 분쟁당사자의 신뢰가 확보되어야 한다. 그 신뢰는 법원에 의한 판결과 동등한 중재판정이 이루어진다고 당사자들이 확신을 가져야만 한다.

셋째, 소비자계약관계법을 보충하는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을 전면적으로 정비하는 것이다. 물론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은 법적 구속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당사자를 기속할 수 없다.

그렇지만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은 소비자분쟁을 해결함에 있어 매우 중요하며, 소비자상담 및 피해구제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의 내용이 개별 소비자관련법과 다른 내용이 많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으므로(이에 관하여는 고형석,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관한 연구,‘소비자법연구’제5권제2호,2019, 243-246면 참조) 이를 정비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넷째, 소비자중재기구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요구된다.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기본법에 근거하여 설립되었으며, 그 설립목적은 소비자권익 증진 시책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함이다(동법 제33조).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상담 및 피해구제 그리고 분쟁조정까지 처리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분쟁의 조정을 위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를 두고 있다(동법 제60조). 그러나 이러한 행정상의 분쟁해결기구는 당사자의 자율성이 제한되기 때문에 조정안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중재기관을 설치하는 경우 무엇보다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중재합의를 당사자로부터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조정과 달리 중재는 그 판정이 당사자를 기속하기 때문에 이를 담당하는중재기구의 전문성은 기본적인 요건이다. 따라서 소비자중재가 도입되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이를 담당할 경우에 그 전문성은 반드시 확보되어야 한다. 소비자분쟁은 현대 사회에서 일반화되고 있지만, 그 분쟁은 특수 분야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중재위원은 소비자관계법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소비자 중재위원은 법률전문가로서 소지자중재 연수를 정기적으로 이수하게 해야 한다.

소비자분쟁조정중재법(가칭)의 제정이 필요하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독립된 기구로 설치되어야 마땅하다. 이러한 유사한 형태가 바로 의료분쟁조정법상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다. 이와 같이 독립된 기구를 설립하고, 소비자분쟁을 해결한다면 분쟁당사자에게 독립된 기관에 의해 공정한 분쟁해결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기대와 신뢰를 부여하게 된다.

따라서 ‘소비자분쟁조정중재법(가칭)’의 제정을 제안한다. 물론 소비자 기본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소비자 기본법이 행정규제 중심의 소비자보호법이라는 점에서 보면, 대등한 당사자주의에 바탕을 둔 민사 분쟁을 합리적이고 독립적으로 해결하는 제도를 두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분쟁해결 기구의 독립성 및 전문성의 확보이다. 소비자분쟁에 대한 조정 또는 중재는 준사법적 기능이기 때문에 이를 담당하는 기관의 독립성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준 행정기관에 소속된 행정 형 분쟁해결기구로 존재하는 소비자분쟁조정제도에 편입되는 것은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한다. 결국, 소비자원에서 운용하고 있는 조정제도를 포함한 소비자 중재제도의 도입 및 중재기구의 설립은 준사법기관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소비자기본법의 개정방식보다는 실질적인 규범력을 가진 별도의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연기영 동국대 명예교수  yeunky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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