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우리나라 기업들이 겪는 근로손실일수가 일본의 193배에 이를 정도로 많아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8일 '인구 5000만명·고용률 70% 이상 국가'인 미국·일본·독일·영국의 고용환경 특징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미·일·독·영 4개국에 대한 세계경제포럼(WEF)의 노사협력 순위는 조사대상 141개국 중 5∼33위로 최상위권인 반면 우리나라는 130위로 최하위권을 차지했다.

또 지난 10년간(2009∼2019년) 임금근로자 1000명당 파업으로 인한 근로손실일수도  ▲영국 18.0일 ▲미국 7.2일 ▲독일 6.7일 ▲일본 0.2일인 반면  한국은 ▲38.7일에 달했다. 한국의 근로손실일수가 일본의 193.5배, 독일의 5.8배, 미국의 5.4배, 영국의 2.2배에 달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한경연은 "우리나라는 협력적·균형적 노사관계를 구축한 이들 국가와 달리 대립적·후진적 노사관계로 인해 기업들이 상당한 손실을 떠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사관계가 대립적인 원인 중 하나는 ▲노조에 기울어진 법제도라는 게 한경연의 지적이다. 한국은 미·일·독·영 4개 국가와 달리 ▲사용자의 대항권인 '쟁의행위시 대체근로'는 금지한 반면 ▲노조의 부분·병존적 직장점거는 허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2010∼2020년 제조업 기준 시간당 임금 연평균 상승률은 한국이 3.4%로 4개국 평균(1.6%)의 2배 수준에 달했다. 최저임금 수준과 증가율도 4개국에 비해 높았다. 2019년 기준 한국의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62.6%로 4개국(31.6∼55.1%)에 비해 최대 31.0%포인트 더 높았다. 2015∼2020년 한국의 시간당 최저임금 연평균 상승률도 9.0%로 ▲영국(5.6%) ▲일본(2.8%) ▲독일(2.0%) ▲미국(0.0%) 등보다 높았다.

반면 WEF 노동시장 유연성 순위는 한국이 141개국 중 97위로 최하위권을 차지했고 4개국은 3∼18위로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정규직 해고 측면에서도 규제가 엄격하고 비용이 높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정규직 해고규제 유연성 순위는 OECD 37개국 중 20위로 4개국(1∼16위)보다 낮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대립적 노사관계, 경직적인 노동시장은 기업에 과도한 비용부담을 지우고 인력운용의 자율성을 제한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며 "국내 고용률 개선을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노사균형 확립을 위한 사용자 대항권 보완, 고용·해고규제 완화 등 관련 법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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