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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 읽기] 이영균 '유월엔 보리바람 슬프다'구명숙의 행복한 시 읽기
구명숙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1.06.14 10:38

[여성소비자신문]유월엔 보리바람 슬프다

                      
이영균

노곤한 유월의 긴 햇살
봄꽃을 분주히 다 보내고
밭보리 익어가는 소리 평온하다.

바람 누런 보리밭 가는 길

논두렁 뚝 찍어 끝나는 곳엔
찔레꽃 소담한 소솔길이 있다.

뻐꾸기 푸르도록 울음 길고
아카시아 향기 자옥한
길게 쏟아진 햇빛의 비명 깊은 숲

찔레가시 찔린 손으로 꽃 쥐어주던
그날 이후 햇살이 긴 유월엔
누렇게 불어오는 보리바람이 슬프다.

우리에겐 보리 익기를 기다리며 굶주린 배를 달래던 시절이 있었다. 유월 바람이 누런 보리밭에서 살랑인다. 고맙다고 보리가 좋다고 더덩실 춤을 추는 것이리라. 햇살도 보리가시에 찔려가며 실하게 잘 익으라고 어루만진다. 이영균 시인의 시 '유월엔 보리바람 슬프다'를 읽으면 기다림의 숨소리가 평온한 억센 보리밭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감자꽃이 반갑고 모내기를 하는 유월! 아카시아, 찔레꽃, 밤꽃도 어우러져 핀다. 그 향기에 취한 풀빛 시퍼런 강물이 뚝딱 한 해의 절반을 싣고 떠나간다. 너나없이 부지런한 삶의 흐름 속에서도 유월의 호국영령들 앞에 서면 “유월엔 보리바람 슬프다.” 더욱 슬프지만 6월의 향기는 언제나 청보리처럼 싱그럽다.

 


구명숙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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