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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이제 안 아프죠”…“난 괜찮다”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강지원 기자 | 승인 2013.08.27 15:50
   
▲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간암 말기 아버지와 가족 이야기
신구·손숙 등 관록있는 배우 열연
“살 냄새 나는 작품” 칭송

[여성소비자신문=강지원기자]누구나 아버지에 대한 안타까운 기억이 있다. 가부장적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설움, 그리고 그런 남편에게 말 한마디 못한 어머니에 대한 미움. 그러나 나이가 들어 바라본 아버지는 허리가 굽고 목소리도 작아지셨다. 이러한 기억을 품고 있는 관객들에게 ‘사실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위로해주는 연극 한 편이 등장했다.

함경도가 고향인 아버지는 17세 어린 나이에 남으로 내려와 가족을 부양한다. 아내와 함께 살아가면서 아내를 구박도 하고 무시도 하는 등 모질게 대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부부 사이가 좋은 줄 알아 아내는 못내 섭섭하다. 아들 둘이 있는데 큰 아들은 공부도 잘하고 똑똑해 아버지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그러나 둘째 아들은 형의 빛에 가려 아버지와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그런 아버지가 78세를 맞은 해 간암 말기라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가족들은 이제 아버지와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간암 말기의 아버지를 지켜보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아버지의 죽음을 앞둔 가족들의 일상을 덤덤하게 묘사하고 그 안에서 부모 자식 간의 사건과 가족들의 기억의 지점들을 섬세한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이 연극은 극적이거나 자극적인 이야기는 아니지만 끊임없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힘이 있는 작품으로 죽음의 경계, 기억과 망각의 경계, 과거와 현재의 경계는 무엇인지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무대 장치는 한국 시골 정취를 살리면서 동시에 상징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물 흐르듯 변하다 순간순간 극의 분위기를 살려주는 조명, 연극 속 인물들의 감정선을 받쳐주는 음악은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물 흐르듯 담담한 작품”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한국 사실주의 연극의 대가 故 차범석 선생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인 차범석 희곡상 제6회 수상작이다. 총 78편의 응모작 중 최고 작품으로 선정된 이 작품은 ‘자칫 무거워질 이야기를 물 흐르듯 담담하게 끌고 나가는 작가의 솜씨가 돋보인다’는 심사평과 함께 ‘살 냄새 나는 작품’이라는 칭송을 받았다.

차범석 희곡상은 1회 수상작 <침향>과 3회 수상작 <푸르른 날에> 등 완성도 높고 감동 있는 작품들을 발굴해 평단과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왔다.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작가 김광탁의 아버지가 간암 말기의 고통으로 인한 간성혼수 상태에서 ‘굿을 해달라’고 말한 것에 대해 충격을 받은 자전적 이야기다. 김 작가는 “작품 중 아들이 아버지 배를 어루만지면서 ‘이제 배 안 아프죠?’라고 묻고 아버지가 ‘괜찮다’고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바로 그 한 순간을 위해 쓴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관록의 배우들이 선사하는 ‘깊이’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무대인생 50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 신구가 아버지 역으로, 어머니 홍매 역으로 손숙이 출연한다. 작은 손짓 하나, 눈빛 하나로도 무대에 깊이를 더하는 두 배우가 펼치는 살아있는 연기를 만날 수 있다.

신구가 맡은 아버지는 함경도 출신으로 17세에 월남해 악착같이 가족을 부양하다 78세에 간암말기 판정을 받고 정신마저 오락가락 하는 이북실향민이다. 평생을 가족을 위한 삶을 살다 예상치 못한 병을 얻어 기력마저 쇠하는 모습은 요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버지를 상징하기도 해 관객으로 하여금 심한 공감을 느끼게 한다.

손숙이 맡은 어머니 홍매는 밀양 출신으로 아픈 아버지를 헌신적으로 돌보는 역할을 한다. 젊은 시절 남편에게 온갖 무시와 홀대를 받아 한이 서렸음에도 정작 아픈 남편을 누구보다 안타깝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아내 역할을 맡았다.

아들 역으로는 믿음을 주는 배우 정승길, 푼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며느리역에 배우 서은경, 아버지 옆집에 사는 시골 멋쟁이 정씨 아저씨 역에는 개성파 배우 이호성이 맡는다.

정승길이 연기한 둘째 아들 동하는 일류대학에 들어간 형의 그늘에 가려 늘 찬밥 신세였다. 늘 잘 나가는 형에게 가려 아버지의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아버지의 병으로 인해 서로 가까워지는 계기를 만든다.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9월 10일부터 10월 6일까지 서울시 서초동 흰물결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강지원 기자  jiwon512@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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