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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약이 되게 하는 약선밥상 34] 꽃처럼 핀 전통음식 구절판타임캡슐에 담아 후대에 전하고 싶은 우리 음식 3
박혜경 요리연구가/ 푸드스타일리스트 | 승인 2021.05.21 23:09

[여성소비자신문] 우리나라 음식의 섬세함을 아름답고 정갈하게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구절판. 다양한 식재료를 계절과 입맛에 맞게 골라 손끝에 깃든 정성으로 조리하여 아홉으로 나누워진 칸이 있는 그릇에 색상을 맞추어 담아내는 우리의 전통 음식이다.

봄꽃으로 가득한 5월 한 날. 지난해 부터 같이 어학을 공부하고 있는 친구로부터 연락이 와서 시골에 있는 전원주택에 꽃이 만발했다면서 함께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 친구들도 함께 초대에서 즐거운 시간을 갖자고 제의를 했다.음식은 한 가지씩 준비해서 오면 좋겠다고 한다.

나는 수업을 시작하면서 자기소개를 통해 전통 음식을 공부하고 있다고 전해 모두 알고 있기에 한국 전통 음식을 대표할 만한 아름답고 고운 음식을 준비하여 소개해주고 싶은 마음에 고민이 된다.

우리나라 전통음식의 섬세하면서도 고운 아름다움을 잘 표현해줄 수 있는 음식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구절판을 떠올린다.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하여 섬세한 칼질과 정성이 담겨져야만 오를 수 있는 구절판은 황, 적, 흑, 백 등 오방색이 구현되어 식탁 위에 꽃처럼 화려하면서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음식으로 한국전통음식을 알리는 알맞은 선택이 될 것 같다.

재료 하나 하나를 정성것 채를 썰어 조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음식이지만 그만큼 초대하는 사람에게 정성 어린 마음을 담을 수 있기에 좋은 결정이 될 것 같다.

맵거나 짠 음식을 먹기 어려워하는 외국인 친구들도 있기에 부드럽고 담백한 맛을 내주는 식재료인 야채, 달걀, 고기 등을 올려서 밀전병에 싸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여러 가지 재료를 골라 먹는 재미까지 더해줄 수 있기에 좋을 것 같아 선택해 본다.

구절판은 소고기, 미나리, 오이, 달걀지단, 석이버섯, 표고버섯, 도라지, 느타리버섯 등에서 계절과 기호에 맞추어 8까지를 선정하여 길이를 길고 가늘게 썰어서 기름에 볶아 빛깔을 맞춰 그릇에 담은 후 중앙에는 밀가루를 물로 묽게 개어 채에 내린 후 얇고 둥글게 부친 밀전병을 담아 만든 음식인 구절판은 9칸으로 나뉜 그릇의 이름으로 그대로 음식의 이름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9’자를 재수 좋은 숫자로 여겼다. 9는 모든 것을 의미하는 숫자로 모든 백성, 우주를 뜻했다. 구절판의 노란색, 붉은색, 녹색, 흰색, 검정색은 오방색을 나타내주는 전통음식의 대표적인 음식이기도 한다.

구절판을 만드는 방법은 먼저 소고기는 기름기 없는 우둔살이나 홍두깨살을 준비하여 결에 따라 가늘게 채 썰어 준비한다. 단 소고기는 기름기가 많은 부위를 사용하면 곱게 채 썰어지지 않으므로 주의해서 선택해야 된다.

마른표고버섯은 물에 불린 후 기둥을 떼어내고 얇게 포를 뜨듯 저민 다음 곱게 채 썰어 양념장으로 무쳐 놓는다.

당근은 4cm 정도로 가늘게 채 썰고 살짝 절여준 후 물기를 꼭 짠 후 볶아준다. 오이는 굵은 소금에 비벼 깨끗이 손질한 다음 4cm 정도 길이로 토막 내어 돌려 깎아 가늘게 채 썬 다음 소금에 살짝 절여서 물기를 꼭 짜준 후 볶는다.

석이버섯은 뜨거운 물에 불려서 손으로 비벼 안쪽의 이물질인 이끼를 깨끗이 씻어준 다음 겹쳐서 돌돌 말아서 가늘게 채 썰어 준비한다. 숙주는 끓은 물에 담갔다가 물기를 꼭 짜준다.

새송이는 가늘게 결대로 찢어서 볶아준다. 달걀은 노른자와 흰자를 나누어 소금을 넣고 잘 풀어서 얇게 지단을 부친 후 4cm 정도 곱게 채썰어 준비한다.

전병은 밀가루에 소금을 넣고 물을 조금씩 넣어 묽게 풀어서 체에 거른 후 사용한다. 밀가루와 물을 1대 1로 하여 여기에 식용유를 한두 방울 떨어뜨려주면 좋다.

은근한 불에 한 큰술씩 떠서 얇게 구절판 가운데 칸에 알맞은 크기로 얇게 부친다. 밀전병을 뒤집어서 살짝 익힌 후 채반에 꺼내어 식혀서 잣가루를 전병 사이에 조금씩 뿌려 주면서 겹쳐놓는다. 잣가루를 사이에 뿌려주면 여러 장 겹쳐놓아도 붙지 않는다.

구절판 틀의 가운데 칸에 밀전병을 담고 둘레의 칸에 위에서 준비한 여덟 가지 재료를 같은 색끼리 마주 보도록 담은 후 따로 작은 그릇에 양념한 겨자 장이나 초간장을 곁들여 낸다. 밀전병 위에 여러 가지 재료를 놓고 초장이나 겨자장을 넣고 싸서 먹거나 싼 후 양년에 찍어 먹어도 된다.

구절판을 외국에서의 뷔페와 같은 형태라는 말도 있지만 한꺼번에 음식을 쓸어 담듯 떠서 먹는 뷔페와는 다르게 9가지 음식을 정성껏 담아 내놓는 구절판은 보기도 아름답고 훨씬 먹음직스러운 음식이다.

‘대지’의 작가 펄벅 여사는 오방색으로 어우러진 구절판을 보고 “나는 이처럼 아름다운 작품을 파괴하고 싶지 않다”라고 토로하면서 “구절판 상자위에 놓인 꽃 한송이로 뚜껑을 열자 빨간 틀 속에 아홉 가지의 극채색이 떠오른 것을 보고 넋을 잃었다”라고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극찬했다.

그러나 이처럼 먹기에도 아까울 정도로 망설여지는 고운 음식인 구절판은 옛 음식서적에서는 그 기록을 찾을 수 없다. ‘동국 세시기’에 유두절의 시식으로 올라 있는 밀쌈이 구절판을 기원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 옛날 양반들이 산과들로 화전놀이를 할 때 휴대하던 나들이 음식이 그 연원이라고 전해지지만 확인되지 않는다.

1973년에 경주 천마총에서 구절판과 비슷한 찬합이 출토되어 옛날 궁중에서 먹던 음식으로 추정될 뿐이다. 그 후 1938년 조지호 ‘조선요리법’에 처음으로 구절판이 기록으로 나타나 있다.

예술품으로 극찬했던 아름답게 음식을 구현해주는 음식의 오방색은 조화로움의 상징이다. 오방색은 공간과 방향을 가리킬 뿐만 아니라 춘하추동과 그 계절을 변화를 일으키는 중심 시간을 상징하기도 한다.

노란색은 짠맛, 푸른색은 신맛, 흰색은 단맛, 붉은색은 쓴맛, 검은색은 매운맛 등으로 다섯 가지 미각을 상징적으로 나타내주며 오색, 오미가 한 공간에서 조화를 이루는 우리의 상차림은 전통 문화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음식을 만들고 상에 올릴 때도 오방색을 구현하기에 정성을 다했으며 자연의 원리에 순응하려는 감성과 의지까지 담아 구현했다. 오방색이 잘 표현된 구절판에는 또 다른 의미도 담고 있다.

구절판은 9칸의 찬합에 담아먹는 음식으로 동양 사상에서는 9라는 숫자를 '충만함'을 의미했다 구절판이 9칸으로 나누어 재료를 싸서 먹는 것은 서로 다른 뜻을 가진 사람들의 합을 뜻하였고 예로부터 위정자들의 회식에서 구절판이 빠지지 않는 이유가 되었다.

이처럼 우리의 음식의 섬세함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해주는 구절판은 황, 적, 흑, 백등 여러 가지 색깔의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는 즐거움이 있을 뿐만 아니라 육류 식물성식품이 잘 어울러져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섬유소, 비타민 등을 한꺼번에 고루 고루 먹을 수 있는 영양 균형이 잘 잡힌 음식이기도 한다.

한류의 열풍 속에 치킨, 불고기 등 고칼로리 음식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영양학적으로 균형이 잡혀있고 정갈하면서도 아름다운 구절판을 적극적으로 소개하여 세계화될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며 후대에까지 전해줄 수 있는 고운 음식으로 남길 소원해 본다.

박혜경 요리연구가/ 푸드스타일리스트  Openhp9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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