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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페미니스트 관점으로 본 코로나 시대 디지털 교육의 방향’ 국제심포지엄 개최
한지안 기자 | 승인 2021.05.18 22:57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지난 12일 ‘페미니스트 관점으로 본 코로나 시대 디지털 교육의 방향’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양평원은 이번 심포지엄에 대해 “국내외 디지털 교육 관련 전문가를 초청하여 코로나 시대 디지털 교육에 젠더적 시각을 접목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개최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참석인원 제한, 행사장 내 거리두기를 실시하고 온·오프라인 양방향으로 동시 진행됐다.

나윤경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코로나라는 팬데믹이 전 세계인의 일상을 똑같이 빼앗은 것 같지만 사실 더 깊이들여다보면 모든 사람의 일상이 같은 정도로 훼손된 것은 아니다. 계층에 따라, 지역에 따라, 종교에 따라, 문화에 따라 훼손된 일상의 정도에는 '격차'가 존재한다. 특히 같은 계층, 같은 지역, 같은 종교, 또 같은 문화권에 있더라도 여성인지 남성인지에 따라 코로나가 안긴 피해의 정도는 매우 다르다”며 “코로나가 만들어 낸 '피해의 격차' 중 젠더 격차는 매우 심각하다. (코로나19 여파로)유치원과 학교, 요양시설마저 문을 닫자 많은 여성들은 당연하다는 듯육아와 가사, 아픈 가족에 대한 보살핌을 전담하게 됐다. 재택근무나 실직이 늘어나면서 그간 조금이나마 남성 파트너와 나누어 수행했던 가사와 돌봄 노동을 여성들이 자연스럽게 전담한다는 보고가 많은 사회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나 원장은 “여성이 당하는 가정 안팎에서의 성폭력 및 폭력, 원치 않는 임신 비율도 급증하고 있다. 대학교수처럼 고소득의 안정적인 직업군에서조차 여자 교수들은 보살핌과 가사에 대한 부담 때문에 논문과 저서 출판 비율이 남자 교수에 비해 낮아지고 있으며, 이는 3~4년 뒤 승진의 젠더불균형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남성을 '정규 노동자', 여성을 ‘주변 노동자’ 혹은 ‘예비 인력’이라고 여기는 것이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의 노동관행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이성애 가족주의 모델은 코로나라는 현미경을 통해 그 속에 감춰둔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음에도 팬데믹이라는 위기를 극복하려는 각 사회와 정부의 노력에는 이러한 '젠더 문제'에 대한 자각이 없는 듯 보인다. 다시 말해 코로나가 가져온 경제를 비롯한 다양한 시스템의 붕괴를 재건하려 할 때 젠더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이번 국제 심포지엄을 통해서 디지털교육에 젠더 시각 통합이 필요하다고 말하고자 한다. 디지털 교육환경은 다양한 남성 중심적 문화와 교육관행으로부터 여학생들이 자유로울 수 있는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나 원장은 그러면서 “우리가 전 지구적 질병 앞에서 선택하게 된 디지털 교육환경에 젠더 시각을 통합한다면 여학생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임파워되고 남학생들은 더 좋은 시민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게 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첫 번째 발표자인 윤형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평등문화교육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이 “젠더-몸으로 이해하는 교육”을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이어 임소연 숙명여자대학교 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성평등한 디지털 환경 조성을 위한 기본적 토대’로 디지털 젠더 격차 해소를 제시하고 이를 위한 여성 대상 IT 교육 방안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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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주 연구위원은 “페미니즘에 조금 익숙하거나 관심있는 분들께서는 아시다시피 젠더를 이야기하자면 몸의 중요성을 빼놓을 수가 없다. 다만 제가 온라인 교육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입장에서 보면, 온라인 교육을 얘기할 때 젠더 얘기를 많이 하지 않고 특히 몸이 누락되는 경우가 많다. 저는 젠더와 몸을 이해하는 것이 어떻게 온라인 교육을 더 효율적으로 안전하게 만들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을 해 오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윤 연구위원은 이어 “우리는 사이버스페이스, 월드와이드웹 같은 것들이 더 이상 공간적 메타포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인터넷 기술에 익숙해졌다. 한편 이런 공간적 메타포에 우리가 길들여지게 되면, 이 기술을 통해 만들어지는 우리의 경험이 마치 우리의 몸과 경험에 별개로 존재하는 것처럼 느끼게 되는 경향이 많다. 실제로는 우리가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 것인데, 이미 구성된 공간 속에 우리가 하나의 데이터 소스가 되는 것처럼 주객전도 현상이 발생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온라인 교육 환경이 보편적인 ‘교실’로 조성된 것을 언급하며 “‘몸’에 초점을 맞춰서, 교사와 학생들이 교실을 교실로서 느끼는 이유는 사실 우리가 그 안에서 몸으로 부대껴서 만들어내는 상호작용과 그 상호작용이 반복되면서 거기에 있는 사물들이 우리 몸에 익숙해진 경험 등이 공통의 믿음을 주기 때문”이라며 “최근 회의를 하거나 교실에서 교육을 받을 때, 특히 기술이 발전된 선진국에서는 거의 매일 온라인 화상 회의와 온라인 교육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반복적인 상호작용을 해도 우리의 경험이 깃들어질 만한 사물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는 온라인 수업을 ‘교실’이라고 느끼기가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연구위원은 그러면서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경우에는 온라인 교육이나 회의가 매력적이라고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남은 문제는 회의나 교육시에 우리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 학술적인 내용이 아니라 ‘여보세요. 마이크 체크. 거기 계세요. 들리세요. 안 들려요’같은 것이라는데 있다. 즉 참가자들이 우리가 한 공간을 쓰고 있다고 느낄 만한 인기척을 느끼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줬지만 동시에 이 개념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우리 몸 존재가 실제로는 앞으로 온라인 교육 발전에 있어서 제 생각에 가장 중요한 화두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온라인 교육 기술은 왜 우리 몸에 맞지 않게 구성돼 있을까”, “고등학교에서 이공계 대학으로 진학할 때 남성-여성 간의 급격한 비율 차이가 드러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등 의문점을 제시했다. 윤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저는 디지털 교실이 우리가 젠더-몸을 분리해서 생각하게 만드는 근거가 되고 있다고 본다. 근본적으로 기술 구성에 있어서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상태로 기술이 계속 발전을 해왔기 때문에 이 기술이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연구위원은 “디지털 상호작용은 익명성이 기본적으로 보장이 돼고, 기존에 연대된 상호작용과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때문에 교실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갖기 어려운 것 처럼 젠더가 존재한다는 믿음을 갖기 어렵다는 게 많은 분들이 느끼시는 온라인 현장의 특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논란이 일었던 AI기반 대화 서비스 ‘이루다’를 예로 들며 “지금 시중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인공지능은 ‘약 인공지능’인데, 대중들이 이를 ‘강 인공지능’인 것처럼 느끼게 하는 과정에서 여성성의 몸 이미지와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들이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최근 한국에서 큰 논란이 됐던 20대 여성 대학생의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실제 1억건 이상의 여성들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활용한 이루다 사건이 이를 드러낸다. 실제로는 아주 단순한 기능을 갖고 있는 사건일 뿐인데 자연환처리 기술이 발전한 그 틈을 노려서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덧씌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윤 연구위원은 “몸의 경험이 기술과 충분히 융합되지 않기 때문에 기술 발전에 우리 몸 경험을 더 잘 활용하는 게 앞으로의 성평등 교육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이어 임소연 숙명여자대학교 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오늘 발표에서는 디지털 젠더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여성들에게 어떤 디지털 교육 어떤 IT 교육이 필요할지에 대한 저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그러면서 “우선 디지털 젠더 격차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디지털 젠더격차는 접근성, 기술, 리더십의 세 가지 측면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중 접근성은 디지털 젠더 격차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조건”이라며 “기기 사용 여부, 디지털 매체 사용 시간 등이 이에 해당한다. 디지털 접근성은 국가 발전 수준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인터넷이 일상화되고 있는 추세에 따라 크게 개선되고 있다. 많은 국가들에서 여성들의 인터넷 사용 시간이 남성들과 점점 비슷해지고 있다는 결과들이 보고된다. 물론 사용 방식이라든지 어떤 콘텐츠를 사용하는가와 같은면에서는 여전히 차이는 있다. 제가 더 관심을 두고 있는 쪽은 기술과 리더십 나머지 두가지 디지털 젠더 격차”라고 말했다.

그는 “우선 디지털 기술을 얼마나 활용하고 개발할 수 있는지 그 기술적 능력에 있어서의 젠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서 ‘여성에 비해서 남성이 컴퓨터를 잘 알고 잘 다룬다’는 편견이 있고, 실제로 이공계 종사자 중 남성이 더 많다. 그리고 또 하나는 디지털 리더십에 있어서 젠더 격차인데, 디지털 기술 연구 개발 및 사업화에 있어서 누가 리더이고 누가 사업가인가에서도 젠더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IT분야 성공한 사업가나 공학자는 주로 남성이고 기술과 리더십에서의 젠더격차는 IT분야 여성인력의 소수성과 직결된다”면서 “접근성에 있어서의 젠더격차는 점차 해소되는 방향으로 가는 반면 디지털 기술을 다루는 능력과 해당 분야 리더십에서 남녀격차가 좁아지고 있다는 연구결과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 교수는 이에 대해 “디지털 상의 젠더 격차도 이공계 분야의 여성 문제와 동일하게 보고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실제로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부터 IT 분야 여성 정책을 수립해서 체계적으로 2분기 여성들을 지원해 왔다. 그러나 이공계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 중에서 여학생 비율을 보면 자연 계열과 공학 계열에서 차이가 크다. 평균적으로 보면 자연 계열이 52.1%, 공학 계열이 24.4%다. 특히 공학계열 중에서도 소프트웨어 공학과나 정보통신공학과 같은 경우는 30%가 안된다. 사실 이것도 전국 대학생 중에 여학생 비율이기 때문에 이 정도 나온 것이고 졸업 후에 얼마나 전공을 살려서 일하는지와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또 “저는 이를 디지털젠더 격차의 첫 번째 역설이라고 표현한다”며 “디지털 젠더 격차를 이공계 여성의 문제로 뭉뚱그려 볼게 아니고 전자기술을 다루는 공학계열의 문제로 별도로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역설 두 번째는 ‘사회 전반의 격차가 해소되면 디지털 젠더 격차도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IT계열 종사자 가운데 여성비율이 낮은 이유를 여성들의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한 부담이라고 본다면 여성들을 이러한 부담에서 해방시켜주는 젠더 평등한 사회에서 이 분야가 성비 균형을 이뤄야겠지만 그렇지 않다”며 “IT기술 플랫폼인 해커링크라고 하는 사이트에서 2017년에 발표한 국가별 개발자 총 여성 비율을 보면, 상위권에 속하는 국가는 보시면 인도, 아랍에미리트, 루마니아, 중국 등이다. 한국은 15위고, 이 통계가 아주 공식적이고 공식적이고 높은 통계는 아니지만 참고할 만한 가치는 있다고 본다. 우리가 소위 젠더불평등 지수라고 하는 GII지수 최상위권에 있는 노르웨이, 스위스, 호주, 아일랜드, 독일 같은 국가들은 20위권 안에 들어가 있지도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연구가 더 필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어떤 사회에서 전반적인 격차가 없다고 해서 무조건 디지털 젠더 격차도 없을 것이라는 믿음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디지털 젠더 격차에서 우리가 특별히 더 고려해야 될 것은 ‘여성성과 기술적 능력이 양립 불가능하다’라는 믿음(편견)”이라며 “많은 여성 엔지니어들은 엔지니어로서의 능력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에 따르면 여성들은 '두 가지 전략으로 자신들이 겪는 차별을 해결하려고 한다’. 첫 번째가 ‘예외화 전략’이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기술적 능력이 떨어진다는 편견을 인정하면서 본인은 뛰어난 능력으로 다른 여학생들보다는 뛰어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임 교수는 “이 전략으로 성공한 여성들이 실제로 많지만 한계가 있다. 남성의 성적이 조금 좋지 않아도 자신의 기술적 능력 자체를 의심하거나 아예 다른 진로를 고려하지는 않지만, 여성은 자신이 예외적으로 뛰어난 여성임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완벽주의자가 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전략은 여성화 전략이다. 남성보다 뛰어난 걸 증명하기보다는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어필하는 것을 의미한다. 임 교수는 “주로 여성 특유의 능력, 즉 소통 능력, 감성, 관계성 등을 언급한다. 여기에도 한계는 있다. 주로 이런 소통능력이 능력이 전통적인 여성성에 기댄 것일 뿐 진정한 기술적 능력은 아니라는 것이 문제”라며 “그렇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여성들의 여성성과 기술적 능력을 동시에 갖기 위해서 애쓰는 반면 남성은 그렇지 않다. 남성들은 남성 특유의 능력으로 보조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어필하지 않아도 된다. 한마디로 ‘내가 남성인데 남성인 내가 컴퓨터를 잘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애초에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IT 문화가 남성적이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그러면서 ‘디지털 어팩트(Affect, 애착)’에 대해 “문제는 여성들이 디지털 어팩트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표현하고 또 집단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담론과 상징이 부재하다는 것”이라며 “제가 주장하는 바는 디지털 교육 혹은 IT교육이 여성들로 하여금 이 디지털 어팩트 자료를 만들고 또 공유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 기술 교육과 관련해서 여성 중심의 담론, 상징 혹은 여성 중심의 서사가 있어야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왜 이공계 및 IT 분야에 여성 비율이 적을까’를 두고 ‘무엇이 이들을 배제하고 떠나게 했는가’에 주목했다면 이제는 이미 IT분야에 진입을 했거나 진입을 원하는 여성들이 왜 이 분야에 끌리는지, 어떤 곳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왜 선택하려고 하는지에 주목을 해야 된다는 것”이라며 “남성들이 ‘남성인 내가 컴퓨터를 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지 않듯이 여성들도 ‘나는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이공계열 진로와 전공에 맞을지를 고민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공동체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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