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남도훈기자] 높다 높다 하는 금융종사자 연봉. 그 정점에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올랐다. 금감원이 분석한 은행 및 금융지주사 CEO의 개별연봉 현황에 따르면 조 회장이 받은 연봉은 6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 연봉 3595만원의 172배에 달한다. 하지만 이 사실조차 내년부터는 알 수 없게 된다. 그가 회장직에서 내려간다는 뜻이 아니다. 그가 등기임원에서 미등기임원이 됐기 때문이다.

조 회장의 연봉은 여타의 금융업계 CEO와도 격을 달리 한다.

최소 추정액을 기준으로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의 보수는 23억원,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 21억원,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18억원, 하영구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 17억원, 김남구 한국투자금융 회장 11억원,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11억원, 리처드 힐 SC지주 회장  10억원 순이다. 강만수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5억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이 추정치는 CEO로서의 보수만을 반영한 것으로 기타 겸직현황이나, 장기 성과급 등은 반영되지 않았다. 다만 지주사 회장 및 부회장으로 있으면서 은행장 등을 겸직할 경우에는 금감원이 확인한 보수 분담 비율을 적용해 추정했다. 이는 금감원이 파악한 조 회장의 연봉 또한 마찬가지다.

조 회장이 이들 CEO의 연봉보다 높은 것은 조 회장이 메리츠 재벌의 총수이자 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메리츠화재해상보험에서 32억2000만원, 메리츠금융지주에서 11억2900만원, 메리츠증권에서 최고 11억2229만원을 급여로 받았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조 회장에게 단기성과급도 지급했다. 조 회장이 대주주로서 받은 배당금만 해도 42억원에 달한다. 급여, 성과급, 배당액까지 합치면 105억원이다.

조 회장은 메리츠금융지주의 지분 74.42%를 보유하고 있다.

꽁꽁 숨은 회장님 연봉

연봉만큼 회사 실적은 올랐을까. 지난해 메리츠증권의 매출액은 1조856억원, 영업이익은 811억, 순이익은 623억원이다. 매출은 전년대비 42.5%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5.9% 늘었다. 전반적으로 영업이익률이 크게 개선된 모습이다.

그런데 조 회장은 7월 7일 잘나가던 금융지주 회장 등기임원직을 그만두고 미등기임원이 됐다. 금감원이 수익에 비해 막대한 급여를 받는 금융권 CEO에 대해 바싹 칼을 갈고 있었던 시점이다. 금감원의 이들 CEO 연봉의 전수조사 발표를 앞두고 있던 시점에서 조 회장은 미등기 상근 회장으로 전환했다.

등기임원은 상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가진다. 반면 미등기임원은 회사의 대표가 아니기 때문에 이사회 등 회사의 결정에 있어서 외부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따라서 원칙상으로는 회사에서의 권한도 등기임원과 미등기임원과 차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최대주주가 경영자도 겸임하는 국내 재벌 현황을 적용해보면 단순히 명목에 불과하다.

이건희 삼성 회장과 이재용 삼성 부회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허창수 회장의 자녀들인 허윤홍 GS건설 상무, 허세홍 GS칼텍스 부사장, 허준홍 GS칼텍스 상무도 모두 미등기임원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롯데쇼핑 대표이사직을 그만두면서 미등기임원이 될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 등도 미등기임원이다.

이들 재벌총수들은 미등기임원들이 돼도 최대주주란 점은 변함이 없기 때문에 기업 전반에 있어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다.

지난 4월 자본시장법의 통과로 국내 상장법인 등기임원 중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는 사람은 그 개별적인 금액을 공시해야 한다. 반면 ‘미등기 재벌총수’들의 개별적인 보수는 가늠조차 할 수 없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등기여부에 상관없이 고액 연봉자를 공개한다. 미국은 상위 5위권내 연봉자의 보수를 개별공개하거나 일본은 1억엔 이상의 연봉자를 모두 공개한다. 영국은 이사가 되면 무조건 공개한다.

조 회장의 미등기임원 변경에 대해 책임회피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닌 셈이다. 특히 금융권 고액 CEO에 대해 금감원의 압박이 점점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갑작스레 벌어졌다는 것은 그러한 의혹을 키우고 있다.

이에 대해 메리츠 측의 답변은 간단하다. 전문경영인체제로 전환을 추진하던 도중 우연히 금감원 조사와 맞아 떨어졌다는 것이다. 메리츠 측은 보험 및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현 상황에서 경영에 대한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임 결정을 내렸다고 하지만, 조 회장이 주주로서 가질 수 있는 권한만 행사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법학, 경영학계에서는 경영의 투명성을 위해서라도 고액 임원들은 무조건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월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은 대주주 경영인의 경우 등기, 미등기 상관없이 보수를 공개해야 한다는 법률개정안을 냈다.

남도훈 기자  hundo@hotmail.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