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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희진 소프라노 “오페라는 소리와 연기로 관객 압도하는 종합예술의 정수”
한고은 기자 | 승인 2021.05.13 17:57

[여성소비자신문 한고은 기자] 음악은 사람을 신나게도 하고, 위로해주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연계는 울상을 짓고 있지만 방송을 통해 다양한 음악 방송이 연이어 전파를 타면서 사람들을 치유하고 있다. 그러나 반드시 무대에서만 만나야 그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오페라’의 경우 대중들과 소원해질 수 있어 마니아와 종사자 모두의 시름이 깊은 상황이다.

이러한 시름을 달래질 수 있는 대형 공연이 5월 29일과 30일 양일간 무대에 오른다. 바로 라벨라오페라단이 2015년 초연에 이어 6년 만에 다시 상연하는 ‘안나 볼레나’다. 우리에게 비운의 왕비로 알려진 ‘앤 불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앤 불린 역할을 맡게 된 오희진 소프라노는 “비극적이라거나, 참담하다는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심경으로 배역에 몰입 중에 있다”고 전한다.

오희진 소프라노는 우리나라의 보석 같은 성악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제7회 대한민국오페라대상에서 여자신인상을 수상했으며 ‘나비부인’ ‘라트라비아타’ 등 굵직한 오페라 작품들로 관객을 만나며 대한민국 오페라의 중요한 인물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직접 보고 듣는 음악이 귀해진 요즘, 어렵게 무대에 올려진 ‘안나 볼레나’를 준비하고 있는 오희진 소프라노를 만났다.

-오희진 소프라노는 어떤 계기로 성악을 시작했고 오페가 가수가 되었나.

오페라 가수가 되겠다는 꿈으로 시작한 건 아니었다. 대부분 누군가를 통해서 계기가 생겼거나, 누군가를 롤모델로 삼았다는 스토리가 많지만 나는 그저 어릴 때부터 노래하는 걸 좋아했다.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하는 것이 나에겐 놀이였다. 그 좋아하는 놀이를 하기 위해 예고를 가게 됐고 자연스레 이러한 길을 걷게 됐다.

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성악가들이 궁극적으로 꿈꾸는 것이 오페라 가수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온 것은 행운이다. 내가 가진 장점과 오페라를 통해서 발휘되는 것들이 많다는 생각을 한다. 오페라를 하면서 배우는 것도 많고, 진심을 다해 작품을 하다 보니 성장을 하면서 좋은 작품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놀이로 즐기면서 시작하게 된 일이 확장이 되면서 직업이 되면 오래 지속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맞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연습하는 과정이 좋다. 지루하고 인내하고 공부하는 준비과정이 훨씬 더 긴 것이 음악가의 삶인데 나는 그런 것조차도 너무나 즐겁다. 무대에서 누렸던 만족스러운 시간도 감사하고 크지만 그래서 오페라가 재밌다. 무대에서의 시간은 길어야 두 세 시간이지만 그걸 위해서 수많은 인물이 몇 달을 연습하고 공부하고 열정을 쏟는 그 작업이 매우 매력적이고, 그래서 더 나와 잘 맞는 것 같다.

-이번 5월 29일과 30일 예술의전당오페라하우스에서 상연되는 ‘안나 볼레나’ 역시 즐거운 준비 과정에 있는 것 같다. 작품과 자신의 역할 ‘앤 불린’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안나 볼레나’는 실존 인물 ‘앤 불린’을 다룬 오페라다. 헨리8세와의 스토리를 상세히 알고 있진 않았지만 호기심은 많았다. 작품을 준비하다보니 한 여인의 삶이 이토록 비극적일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헨리8세가 앤 불린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종교까지 바꾸며 왕비로 맞아들였지만 결국 새로운 여인을 위해 아내의 추문을 만들어내고 처형까지 하게 된다.

이런 비극적인 극과 역할에 몰입을 해보니, 3자가 봤을 때의 참담함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느낌이 들었다. 비운의 여주인공을 연기하면서 애잔함과 단순한 슬픔을 넘은 감정에 큰 공감이 됐다. 이러한 질곡을 겪는 인물의 내면을 잘 표현하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감동은 당연하고, 공감까지 관객분들에게 드리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는 극이다.

-‘안나 볼레나’는 지난 2015년 라벨라오페라단에서 초연이 됐고 다시 2021년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선정작으로서 관객과 만나게 됐다. 초연과 재연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

오페라 작곡가 ‘도니제티’의 출세작인 안나 볼레나는 초연 이후 거의 묻혀있던 작품이라고 알고 있다. 그것을 부활시킨 사람이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였다. 그와 같은 의미로 우리나라에서 큰 역할을 한 게 라벨라오페라단이다. 이번 2021년 공연이 관객들에게 큰 의미부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특히 개인적으로는 이런 역할, 설득력을 가진 공연을 하고 싶다는 욕심을 갖고 있다.

-성악가로서 오희진 소프라노가 오페라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먼저 오페라는 극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연기를 간과하고 소리만 가지고 표현할 수도 없다. 전문적인 배우처럼 할 순 없지만 소리라는 재료와, 작곡가가 원하는 것을 입체화해서 풀어내야 하는 작업이다. 스스로 배역에 몰입하고 표현하는 고민이 매우 필요하다. 특히 오페라는 마이크를 쓰지 않고 극을 우리의 기량만으로 전달해야 한다. 때문에 매우 힘든 작업이며, 그래서 더더욱 아무나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오페라를 하는 사람들은 때문에 모두 내면의 자부심을 갖고 임하고 있다.

-오희진 소프라노는 계명대 음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에서 유학 생활을 보냈다. 또 다양한 국제콩쿨에서 1위 및 상위권에 다수 랭크되는 이력을 보유했다. 한국의 유학생이 본토인 이탈리아에서 이처럼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본인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판단하나.

이탈리아에서는 7년간 유학하면서 콩쿨에 많은 도전을 했는데 그 이유는 본토에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운이 좋게도 좋은 성적들을 거뒀다. 나는 한 사람의 가수로 봤을 때 놀랍도록 특별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늘 고민했다. 무언가 좋은 게 있으니까 콩쿨에서 상을 받거나 작품에서 쓰고자 하는 프로덕션이 있을 텐데, 그 이유가 뭘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중 하나가 음악적인 부분, ‘음악성’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제 음악이 정답은 아니지만 내가 느끼고 이해하고 관객에게 주고 싶은 것을 내 소리를 통해 표현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지 않았을까. 어릴 때부터 ‘음악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곤 했는데, 그 역시 놀이처럼 해온 그 모든 과정들이 다 녹아있는 게 아닐까 싶다. 또한 내가 느끼는 음악과 감정을 관객이 느꼈으면 좋겠다는 마음, 어떤 식으로든 전달하고 싶은 의지가 소통과 설득이 됐지 않았나 싶다. 운이 좋았다(웃음).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하지만, 이걸 통해 소통하고 싶고 교감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도달하려면, 자부심이 대단해야 하는 것 같다. 그런 것들이 오 소프라노의 실력을 반증하는 맥락인 것 같다. 그렇다면, 이탈리아와 우리나라의 오페라 문화의 차이나 산업시장에서의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라고 보나.

우리나라는 해외에서 활동 중인 손꼽히는 성악가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다. 가수가 많은 나라이나, 막상 우리나라에서의 제작환경 등은 너무나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이태리에서 가수는 노래만 하면 된다. 그러나 한국은 노래만 하고 살 수 없다. 다른 분야도 비슷하겠지만 성악가에게 요구되는 성악적인 실력은 물론,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 출강을 통해 학문적으로도 인정을 받아야 한다. 가수 한명에게 요구되는 것들이 많다. 가수는 노래만 해야 기량을 발휘할 수 있으나 그럴 수 없어서 안타까운 점이 많다.

-오페라 ‘투란도트’ ‘나비부인’ 등 굵직한 작품들을 주로 공연해왔다. 이번 ‘안나 볼레나’를 제외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무엇일까.

드라마틱하고 강렬한 작품들을 많이 했었는데, 이전에 ‘마리아 스투아르다’라는 도니제띠의 여왕 3부작 가운데 2번째 작품을 첫 번째 작인 ‘안나 볼레나’보다 먼저 했다. 마리아 스투아르다는 벨칸토 오페라가 무엇인지 ‘맛’을 보게 해준 작품이었다. 기존 작품들과 음악적 기법 등 성격이 달랐고, 배역 자체도 메초소프라노들이 많이 하는 역이다. 음역대도 오롯이 저와 잘 맞지는 않단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무대에 올리고 나서 이게 바로 벨칸토 오페라구나, 라는 생각에 큰 만족감이 들었다. 이러한 작품을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 또 기회가 왔다. 도니제티 작품 중에서도 벨칸토의 진수라고도 감히 말할 수 있는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게 행운이란 생각이 든다.

-오 소프라노는 2014년 제7회 대한민국오페라대상에서 여자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어떤 작품이었고, 어떤 이유로 수상이 가능했다고 보시는지.

라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 역으로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하고 상을 받았다. 나이제한이 있어 아슬아슬하게 받았다(웃음). 너무 영광스러웠다. 신인상은 평생에 한 번만 받을 수 있는 상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그 작품이 나에겐 오페라를 대하는 태도와 시각이 바뀌는 터닝포인트가 됐다.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작품을 통해 상을 받게 돼 기뻤다.

 

-오희진 소프라노가 생각하는 오페라는 무엇일까. 특히 다른 장르와 다른 오페라만의 매력과 아름다움에 대해서 전해준다면.

오페라는 가장 흡입력이 있는 음악의 한 장르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야말로 종합예술이라고 표현을 한다. 무대에서의 압도감. 언어와 음악이 잘 어우러져 관객을 끌어당기는 힘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대부분 오페라를 어렵거나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쉽게 듣는 음악과 괴리가 있다고 느끼곤 하는데, 언어는 다르지만 음악 자체가 주는 힘은 매우 막강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어로 노래한다고 해서 다 표현이 되고 공감이 될까. 우리나라 스토리라고 해서 오롯이 표현이 될까. 아니라고 본다. 사람의 목소리가 가진 힘이 있다. 거기에 여러 장치들이 하나로 결합이 되는 것이 오페라이기에 굉장히 매력이 있다.

정말로 오페라는 어렵지 않다. 우리 역시 모르는 작품을 노래하기 위해 엄청난 공부를 한다. 예를 들어 안나 볼레나라는 작품을 위해 역사적인 배경까지 공부를 한다. 사전적인 공부에 조금만 시간을 투자하면 공연장에서 오페라를 봤을 때 받아들이는 깊이가 다를 것이다. 오페라를 제대로 즐기게 되면 절대 일회성 감상으로 끝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관객이 느끼는 그런 감정을 우리 역시 느끼기에 오페라를 계속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한예종, 추계예대 등에서 강사를 역임했고 현재 모교인 계명대와 가천대로 출강하고 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경험이 소프라노로서 어떠한 도움이 되나.

티칭을 한다는 건 내가 아는 지식, 테크닉, 기술적인 것들 등 모든 것들을 객관화시켜야지만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객관적으로 사고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성악은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다. 자기 성대를 자기 것인데도 눈으로 볼 수가 없다. 그런 성대를 작동시키고 이 악기를 쓰는 방법을 타인에게 배운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제대로 배워야 한다. 한 사람의 가수로서 필요한 것들을 후배들에게 선배로서의 경험을 전달하려 한다. 고생하지 않고 잘 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또 한편으로는 무대의 나를 객관적으로 보는 시각을 키워주는 면도 있다. 가수가 학교에서 주어진 수업을 충실히 하면서 가수로서의 삶을 사는 게 쉽지 않지만 힘든 만큼의 굉장한 보람과 좋은 영향력이 있는 일이다.

-코로나로 인해 가장 큰 직격타를 맞은 업계가 바로 공연계일 것이다. 업계 종사자로서 드는 생각이 있다면?

작년에도 작품이 하나 취소가 됐고 콘서트도 어쩔 수 없이 연속적으로 취소가 되어갔다. 귀국 후 오페라를 쉬어본 해가 없다. 늘 바쁘게 오페라 가수로서 살다가 그것이 중단된 것이다. 그러면서 이게 현실이라는 자각을 하게 됐다. 아무 활동 없는 시간동안 복잡하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개인적으로는 쉼을 얻은 계기가 되긴 했으나, 이 역시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다행히 올해부터 다시 작품들이 어렵게나마 시작되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반갑다. 하지만 늘 조마조마하다. 마스크를 쓰고 연습을 해야 하는 이 환경이 정말 쉽지는 않다. 특히 호흡을 많이 써야 하는데, 말하는 것도 힘든 이 마스크를 쓰고 노래를 해야 한다. 그걸 모두가 불평 없이 받아들이고 열심히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공연만 올릴 수 있다면 더 좋지 않나라는 생각을 한다. 또 보시는 분들도 이 삭막한 시대에 공연을 통해 힐링하고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라도 이어져가서 마스크를 벗고 노래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안나 볼레나’를 준비하고 있는 라벨라오페라단의 열정이 느껴진다. 공연을 기다리고 있을 여성소비자신문 독자들에게 마지막 인사 말씀을 부탁드린다.

나도 이 작품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 설렘이 대단하다. 이 작품은 ‘보석같은 작품’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 보석을 누구나 보셨으면 좋겠다. 나 역시 무대 위에서 나도 몰랐던 내 안의 보석같은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관객분들도 라트라비아타, 카르멘 등의 유명 작품들도 좋지만 이 숨겨진 보석같은 작품이 있었다는 것을 아실 수 있길 바란다. 왜 유명해지지 않았는지 탄식하실 만큼 멋진 작품이라고 확신한다. 꼭 현장에 오셔서 얼마나 멋진 작품인지 눈으로 귀로 확인하시길 바란다.

한고은 기자  h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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