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남도훈기자] KT에서 이석채 회장이 오갈 때 불 꺼진 모습을 보여줘선 안 된다며 대리점에 영업시간 압박을 준 사실이 공정위에 신고됐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선릉역 인근에서 2010년까지 KT 선릉 대리점 을 운영한 A씨는 KT로부터 황당한 요구를 받았다. A씨의 대리점이 이 회장의 출퇴근길이니 타 매장보다 10분 일찍 열고 10분 늦게 닫으라는 것이다. 이마저도 상황에 따라 밤 10시까지로 늦춰질 때도 있었다. 당시 대리점의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 30분까지다.

2009년 아이폰이 출시됐을 때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KT본사는 아이폰 출시와 더불어 영업시간을 9시로 당겼다. 그런데 한 A씨의 대리점을 한 고객이 KT트위터 계정에 9시인데도 매장 문이 열리지 않았다고 글을 올렸다. 하필이면 그날 5분 늦게 문을 열었던 A씨는 KT직원으로부터 한 번만 더 이런 일이 발생하면 제품 공급을 끊겠다며 엄포를 늘어놓았다.

KT는 가산점에 따라 정책지급금을 지원한다. 휴일에 영업을 하면 가산점을 최대 1.2점을 주는데, A씨는 경영이 어려운 대리점은 이 점수라도 따서 정책지급금을 확보해야 했다고 전한다. 하지만 휴일연장근무가 계속 이어지면서 직원들이 나가기 시작했고, 결국 대리점을 처분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또 다른 대리점주 B씨는 서울 성북구에서 휴대전화를 포함해 KT 유무선 통신상품도 함께 팔았다. 그런데  KT는 지원약정서에 따라 주어야 할 매장 인테리어 비용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B씨는 2008년 KT본사 윤리경영실에 신고했다.

그런데 2009년 B씨의 대리점 전산망이 갑자기 차단됐다. KT전산망을 사용하지 않으면 신규 가입자는 물론 모든 전산업무가 마비된다. 남은 길은 대리점을 닫는 것뿐이었다. KT는 그래도 매장 인테리어 비용을 주지 않았다. B씨는 소송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6월 서울고법은 KT에 대해 미지급한 지원금 2290만원을 지급하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KT는 이에 불복했고 현재 대법원에서 상고심 중이다.

그러나 무단으로 전산망 차단 등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치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러다가  최근 갑을 논란 덕분에 B씨는 지난 8월 14일 참여연대와 더불어 공정거래위원회에 KT를 신고할 수 있었다. 이날 A씨도 영업시간 강요를 신고했다.

이 회장은 KT내부에 윤리경영실을 가동하여 상생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지만, ‘을’들은 이루어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을지로(을을 지키는 길)위원회'는 KT의 대리점 불공정 행위 조사보고서를 발표하고, 청소용역업체 굿모닝에프는 KT가 돌연 자회사를 만들고 재하도급을 강요하거나 수수료를 줄여 회사를 폐업 직전으로 몰아갔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불공정행위에 신음할수록 KT는 더욱 가혹하게 내몰았다며 그 시기가 이 회장 부임시기와 일치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KT는 일체의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KT는 “영업시간 강요나 연장은 없다는 것이 내부지침이며 전산 차단 또한 정해진 지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회장님 오신다고 불 밝히라고 지시한 일도 없다는 것이다. 한편 A씨에게 영업시간을 지시한 직원은 KT에 계속 근무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남도훈 기자  hundo@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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